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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핑크쟁이김작가 Mar 03. 2022

올해 마지막 빙어낚시에 대한 고찰

끝은 또다른 시작이니까 :)


남편과 새벽에 갓 시작했을 때 잡히기 시작한 빙어들


빙어낚시를 마무리하며 급 써보는 올해 마지막 빙어낚시. 빙어는 3월부터 금어기가 시작된다. 그러는 사이 두텁게 얼어붙었던 얼음도 녹기 시작하고, 완연한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빙어는 활발하게 활동하던 겨울을 뒤로하고 다시 휴식을 맞이한다. 긴 시간을 보내고 다시 겨울에 고운 빛깔의 자태를 뽐내며 나타난다. 그게 빙어의 루틴이다.


얼음 위에서 하는 건 아들을 낳고 3년 만이었는데, 올해 첫 빙어 수확은 1마리로 그쳤다. 두 번째 빙어는 낚시원정대 멤버들과 함께였다. 단둘이 같이 하는 낚시는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었다. 올해 빙어낚시는 2월 말까지 할 수 있지만 남편의 출장 일정과 해빙기가 겹치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아쉬움은 또 다른 기다림을 낳는다. 그러니 기다릴 수 있다. 아니, 기다려야 한다.


새벽녘 눈이 깨 잠든 남편을 흔들어 깨웠다. 전날 미리 차 트렁크에 필요한 짐을 미리 실어두고 잤기 때문에 몸만 후다닥 일으켜 옷을 갈아입고 나가면 되었다. (시어머니와 시누이는 새벽에 못 나갈 거라고 했지만) 우리는 예상을 깨고 새벽에 길을 나섰다. 더 일찍 일어나 남편을 깨웠지만 남편은 쉽게 일어나지 못했다. 전날 운전을 장시간 한 것과 평일에 쌓인 피로가 한꺼번에 몰렸을 테니까. 어쨌든 남편을 흔들어 깨우고 아들을 시어머니께 부탁드린 뒤 우리는 해가 뜨지 않아 어두운 새벽길을 나섰다. 차가운 새벽 공기가 마스크를 쓴 얼굴 위로 지나갔다. 이 차가운 바람도 모두 그리울 거야. 차에 탄 나는 한참 차창밖을 바라보며 바람을 쐬었다.


도착한 우리의 아지트엔 이미 빙어 낚시꾼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각기 다른 텐트를 얼음 위에 쳐두고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어 낚시를 하겠지. 언젠가 아들과 다 같이 와서 빙어낚시를 즐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텐트를 치는 남편을 도우며 부지런히 우리만의 공간을 만들었다. 1월 초엔 훨씬 얇게 얼었던 얼음이, 1월 말엔 조금 더 두껍게 얼었고 2월 초에 오니 어마어마한 두께를 자랑하며 얼어있었다. 이렇게 자연이 만들어낸 두터운 얼음길 위로 우리의 공간을 만들었다.


새벽을 뚫고 열심히 구멍을 팠다


남편은 보링비트로 신나게 구멍을 팠고, 나는 남편이 필요한 것들 이를테면 땀 닦을 휴지나 낚싯대 세팅을 준비해놓는 것 같은... 그런 것들을 준비했다. 남편과 나는 이제 제법 분업화가 잘 이뤄지고 있는 나름 5년 차 낚시꾼이 된 것 같았다. 남편이 눈빛을 보내면 자동적으로 움직여지는 내 몸이라니! 남편도 나도 아기를 낳고서 이렇게 텐트를 치고 있는 건 아주 오랜만이었기 때문에 힘들겠지 예상했지만 의외로 우린 서로를 잘 알고 있었다. 이렇게도 맞는구나. 역시 몸은 기억하고 있었구나! 차디찬 얼음 위, 모순적이게도 우리는 여름날 땡볕에서 있는 것처럼 땀을 뻘뻘 흘렸다. 겨울에도 땀수건은 필수라니까. 이번엔 아쉽게도 땀수건을 깜빡했다.


보링비트로 신나게 판 구멍을 들여다보니 어마어마하게 얼어붙은 얼음층이 눈에 확 들어왔다. 적어도 30센티 이상은 얼어붙어 있었다. 와... 이런 걸 죽어라고 판 거였구나. 만약 끌이나 아이스오거로 팠다면...? 구멍을 다 파기도 전에 우리는 지쳐있을지도 몰랐다. 보링비트는 신의 한 수였지만, 배터리는 아쉬웠다. 다음 시즌엔 전동 드릴과 배터리를 좀 더 구비해둬야겠다 생각했다. 항상 부족한 부분은 생기기 마련인데, 부족한 걸 채워나가며 하는 것 또한 우리가 좋아하는 낚시의 미덕이니 아무래도 좋았다.


아기랑 있다 보면 부족한 게 눈에 들어오는데, 그 부족한 것에 대해 한없이 미안해하고 남과 비교하다 보면 점점 침전되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다른 것이지 틀린 게 아닌데. 나 또한 나름대로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키우고 있는 것임에도 주변 환경에 의해 주춤거리거나 흔들릴 때가 있다. 그럴 땐 이렇게 낚시를 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부족한 상태로도 남들보다 많이 잡은 날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남편은 늘 내게 부족함을 채워주려 노력한다. 내가 힘들어하는 부분을 찾아 같이 공감해주고 함께 해주려고 하다 보니 거기서 생기는 마찰도 있지만, 대부분 해결점을 찾아 일이 조금씩 풀리곤 한다. 부족한 부분은 언제 비워졌냐는 듯 채워진다. 낚시도 똑같다.


빙어 두 마리는 기본이지!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있다가 남편이 '이제 바로 시작하면 돼'라고 말하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늘 먼저 내게 낚시 세팅을 해주는 남편. 오늘도 변함없네! 낚싯대를 잡고 천천히 추를 내리면서 낚싯바늘을 물속 깊이 내렸다. 통 통~ 바닥에 추가 닿는 느낌은 낚싯대 끝을 통해 전해진다. 짜릿한 감이 올 때까지 낚싯줄을 적당히 들어 올리고 한 번씩 튕겨주는 챔질을 계속해준다.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작은 바늘 끝에 달린 덕이(구더기)들을 움직여주면 파르르 톡톡 파르르 톡톡 기특한 빙어들이 입질을 시작한다. 이 느낌은 질리지 않아! 기특하면서 사랑스러운 빙어의 입질이란!


아들을 낳고 새벽녘에 부리나케 나온 것이 내심 걸렸지만, 남편과 둘이 이런 시간을 보낸다는 건 꿈만 같았다. 둘이 오랜만에 시간을 보내고 두런두런 쌓여있던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시간. 남편은 그동안 고민했던 것들이 뭔지 요즘 고민하는 건 또 뭔지 설명하느라 정신없었다. 작은 난로를 켜 손발이 시리지 않게 해 둔 남편의 배려에 피식피식 웃음이 났다. 밤쭈가 좀 더 크면 꼭... 같이 이 즐거운 순간을 함께 하고 싶어. 남편은 꽁꽁 언 내 손을 잡으며 '같이 오는 날이 금방 찾아올 거야'라고 말했다. 텐트 안에 있기 때문에 바깥의 찬바람을 막아줘서 얼음낚시를 하는 동안은 춥지 않다. 발끝이 조금 시린 걸 빼면 안에서 외투를 벗고 있어도 훈훈하다.


그래서 우린 장비를 하나씩 하나씩 모으면서 그해 얼음낚시를 준비하곤 했다. (현재는 육아가 중심이 된 삶이라 어쩔 수 없지만) 그렇게 모았던 것 중 하나가 이 빙어낚시 전용 텐트. 밑이 뚫려있는 텐트인데 차디찬 얼음 위에서 버티려면 바닥에 무언가를 깔아놔야 한다. 고민 끝에 남편은 직접 은박 테이프와 바닥재를 사서 만들었다. 그 덕분에 우린 매년마다 얼음 위에서 달달 떨지 않아도 되었다.

 

100수한 것처럼 찍어본 우리의 빙어 조황


올해는 유난히 좀 아쉬운 시즌으로 기억될 것 같다. 일단 남편의 출장이 주말마다 잡혀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긴 하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아들을 매번 맡기고 죄송스러운 마음을 안고 가야 한다는 것 때문이다. 임신했을 때는 임신기간이라서, 출산하고는 몸조리와 신생아 케어가 더 우선이었는데 이제는 아직 아들이 너무 어리기에 추위를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욕심을 내려놓고 가는 횟수에 집착하지 않고, 일단 간다면 제대로 놀고 오고 싶었다. 양보단 질이니까.


육아로운 일상에서 우리 부부가 누릴 수 있는 이 시간을 응원해주신 셤니께 감사를 전하며. 남편과 신나게 새벽을 가르며 왔는데, 생각보다 빙어는 잘 잡히지 않았다. 바로 입질이 와야 하는데. 생각하던 찰나에 점점 입질이 오기 시작했다. 익숙하면서 그리웠던 이 손맛! 파르르 톡톡 파르르 톡톡 낚싯줄 끝을 잔망스럽게 잡아당기는 이 입질은 언제 맛봐도 참 맛있다. 남편과 서로 마주 보고 씩 웃으면서 탁 낚아채고 보니 빙어가 딸려 나오기 시작했다. 전엔 빙어 떼주는 것조차 남편이 주로 해줬는데, 이상하게 자꾸 용기가 났다. 한 번 만져서 빼볼게. 임신하기 전 피라미 낚시를 갔을 때 용기 내서 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보다 더 자신감이 생겼다.


파르르 아름답게 빛나는 빙어가 눈부셨다. 입에 박힌 낚싯바늘을 떼어주며 통에 넣었다. 한 마리 두 마리 남편은 한 번에 2마리씩 잡아 올리기도 했다. 전엔 그 모습이 너무 샘나서 화도 났는데, 어쩐지 나는 남편을 응원하고 있었다. 아들이 날 바꿔놓은 걸까, 같이 잡으니 더 즐겁고 상대가 더 많이 잡는 순간이 와도 평정심이 유지되는 이 느낌! 오랜만에 평화롭게 남편과 둘이 시간을 보내니 이것보다 더 좋은 힐링이 있을까. 남편과 매일 아이를 두고 정신없이 보내던 우리였는데, 오랜만에 다시 둘이 낚시를 즐기니 그것만으로도 이미 힐링이었다.


물론, 얼음이 녹아 손전등이 빠져버린 것만 제외하면 올해 빙어낚시는 아주 퍼펙트 했다.(피딩 타임을 놓쳐 더 많이 못 잡게 되었던 건 안 비밀...) 물론 100마리가 채 안 되는 채로 마무리해야 했지만. 이번만큼은 마릿수가 중요한 게 아니었으니까 만족스럽다. 남편과의 분업이 잘 이루어진 낚시였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보낸 유일한 빙어낚시였으니까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젠 금어기가 되어 할 수 없는 빙어낚시. 따스한 봄날이 완연해지길 기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서 빨리 겨울이 다시 찾아오길 기다려본다. 우리를 쏙 빼닮은 아들과 셋이서 가는 즐거운 상상을 해보며^^



핑크쟁이김작가
방송작가로 8년, 콘텐츠 에디터로 4년 도합 12년 넘도록 계속 글을 써오고 있는 초보 주부 겸 프리랜서 작가. 아기자기한 소품을 좋아하고 남편 밤톨군과 낚시를 하는 것을 좋아하며, 일상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는 중. 남편이 주로 낚싯대를 점검하고, 아내는 필요한 짐들을 챙기고 있습니다 :) 아기가 좀 더 크면 같이 낚시방랑가족이 되는 게 꿈인 낚시꾼이에요 :) 아기자기한 것을 사랑하는 핑크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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