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모닝을 시작하다.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났다. 이 시간에 일어난 것은 아마 태어나서 처음인 것 같다. 전날 드래곤볼 모으기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다짐한 후에 밤 10시에 그냥 누워버렸다. 그 시간에 잠드는 것이 익숙지 않아 별 기대는 없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새벽 4시 30분에 눈이 떠졌다. 항상 꿈꿔왔던 순간이었다. 깜깜한 새벽- 홀로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는 것. 나에게 미라클 모닝이 온 것이다.
전형적인 올빼미형 인간인 나는 밤의 유흥을 사랑했다. 밤의 아름다움을 사랑했다. 따뜻한 조명과 넉넉함 그리고 와인으로 밤을 채우는 것을 너무 좋아했다. 몇 번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삶을 시도하긴 했지만 매번 실패했다. 나에게는 안 맞는 삶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회사 생활은 나에게 너무 어려웠다. 아침 9시까지 일터로 나가는 것은 고역이었다. 내 비즈니스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웬만하면 오전 미팅은 잡지 않았다. 점심 이후 오후 2-4시가 나에게는 선호하는 업무 시간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밤을 즐겼다.
하지만 최근 몇 달 동안 삶이 막막하게 느껴지면서 뭔가 밤에 우울함이 몰려왔다. 매일 와인을 마시고 잠에 들었다. 와인이 없으면 안 될 것 같은 삶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저녁-밤-새벽 시간들이 매우 비효율적으로 느껴졌다. 식사하고, 영화 보거나 유튜브를 보거나 인스타를 하거나 그러다 새벽이 오면 우울감이 찾아오고 와인을 마셔야 겨우 잠드는 상황이 문제적으로 느껴졌다. 내가 사랑하는 밤 시간들이 그다지 생산적이지 않은 활동들로 채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누군가 그랬다. 삶의 위기가 찾아왔을 때 무조건 일찍 일어난다고. 갑자기 이 말이 떠올랐다. 나 역시 지금이 삶의 위기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찍 일어나는 것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물론 처음은 쉽지 않았다. 날밤을 새고 일찍 자보거나, 취침 시간을 조금씩 당기거나- 역시 실패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예전처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일찍 자려고 누워도 잠이 안 오는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다시 일어나서 뭐 좀 하다가 또 늦게 잠드는 것이다. 이것을 극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잠이 안 오더라도 그 시간을 견디는 것이 중요했다. 고정된 시간에 누워서 잠이 올 때까지 그냥 견뎠다. 진짜 힘들었다. 2시간 동안 잠이 안 와서 뒤척이다 잠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을 반복하다 보니 날짐승 같던 나의 육체가 결국에는 항복하기 시작했다. 일주일 정도의 사투 끝에 밤 12시에는 잠들 수 있게 되었다. 아침 7-8시에는 일어날 수 있게 되었다. 이게 첫 번째 승리였다. 엄청난 성취감이었다.
이렇게 3주 정도 지속하다가 이 드래곤볼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나서 바로 그토록 꿈에 그리던 무라카미 하루키 스타일의 미라클 모닝을 하게 된 것이다. 새벽 4시 30분 기상. 지나고 생각해 보니 한 번에 이루어진 일은 아니었다. 다이어트할 때처럼 예열 기간이 필요한 것이다. 이것 역시 반복의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빼미형 인간에게 바로 새벽 5시 기상은 어렵다. 오후에 일어나던 사람이 오전 중으로 일어나기를 반복하고, 그다음은 조금 더 일찍 일어나기를 반복하고 그러다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다. 생각보다 인간의 신체리듬은 강하다. 이것을 다스리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하지만 우리는 '반복'으로 이것을 극복할 수 있다. 거기에 선행되는 것이 있다. 그것은 '하고 싶어서'이다. 내가 새벽에 일어나고 싶어서 이다. 왜? 새벽 시간의 달콤함이 좋아서. 고요한 공기 속에서 눈을 뜬다. 부드럽게 일어나 따뜻한 물 한잔을 마신다. 신선한 아침 햇살을 흡수하고 따뜻한 음악을 듣는다. 그리고 뇌가 최적인 상태에서 양질을 책을 읽는다. 온몸을 가장 좋은 에너지들로 가득 채우는 느낌이다. 그렇게 시작한 하루는 좋은 기운들로 꽉꽉 채워진다. 이것이 나의 드랜곤볼 모으기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매일 이렇게 좋은 에너지의 시간들을 쌓아나간다면 어떻게 인생이 안 바뀔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