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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볼 모으기 Day 7.

새벽의 달콤함을 만끽하다.

by 쾌락칸트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4:30이라는 숫자이다. 새벽 4시 30분. '아 오늘도 해냈군'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분이 좋다. 애플 워치의 수면 어플을 확인한다. 얼마나 제대로 잤는지의 지표이기에 이것을 확인하는 것은 중요하다. 특히 깊은 수면 시간이 중요하다. 대략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사이로 자는 것이 좋다고 한다. 새벽 기상 단련 초기에는 1시간 미만밖에 안 되었다. 대략 50분 정도였는데 그렇게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적응기간이라고 생각하고 지켜봤다. 밤 10시에 잠자리에 들고 새벽 4-5시 언저리에 일어나고를 며칠 반복했더니 수면 패턴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한 번에 되는 것은 없고 결국 이런 부분도 반복해야 한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눈을 뜨자마자 거실 식탁으로 달려가서 물을 투명 잔에 채우고 오늘의 책을 집어와서 사진을 찍는다.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사진을 업로드한다. 자동으로 시간이 찍힌다. 나만의 새벽 기상 인증인 것이다. 이것도 반복하다 보니 루틴이 되었다. 식탁의 대리석 질감과 물이 담긴 투명잔 그리고 책- 이 조합의 비주얼이 상당히 아름답다. 여기에 시간의 순간성을 숫자로 박는 것이 마치 그 순간의 오리지널리티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


인증샷을 올리고 바로 내 방 책상으로 가서 책을 읽기 시작한다. 한 시간 정도 읽는데, 하나의 책을 깊게 읽기보다는 여러 권의 다양한 책을 찍먹(?) 형태로 읽는다. 한 책에서 2-3 페이지 정도 읽고 중요한 구절은 필사하거나 체크하고 바로 거기에 나의 인사이트를 담은 글을 짧게 쓴다. 이렇게 여러 권을 하다 보면 여러 스승과 대화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헤르만 헤세와 두 세계에 대해서 이야기하다가 조던 피터슨이랑 혼돈과 질서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트럼프랑 거래의 기술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리고 빌 비숍과는 마케팅에서 구르메 개념에 대해 이야기하는 등- 새벽 책 읽는 이 시간은 정말 바쁘다. 하지만 즐겁다. 리드미컬하다. 일론 머스크의 5분 단위의 업무 스케줄 같다고 할까. 그렇게 새벽에 흡수하고 내뱉은 인사이트들이 매일의 반복 속에서 진화하고 있다. 여러 이야기를 조합하고 분석하고 연상하다 보니 나만의 확신 같은 것이 생겼다. 그것을 머리로 생각만 하는 게 아니라 또 이렇게 글로 적어서 구체화하고 실행의 초석을 마련한다.


책을 읽는 시간이 마무리되고 나는 바로 한 장의 일기를 쓴다. 그냥 작은 수첩에 한 장을 쓰는 것이다. 여기는 약간 무의식 모드이다. 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편하게 써내려 나간다. 짧은 글이지만 최대한 솔직한 심정을 담는다. 뭐 감사일기 이런 것은 아니다. 이것 역시 실험의 한 부분이다. 내가 어디까지 솔직해질 수 있는지 그 날것을 쌓아보고자 함이다. 나라는 존재가 어떻게 현존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일 것 같아서이다.


1시간 정도 책 읽기와 글쓰기를 마무리하고 나는 바로 짐을 챙겨서 사무실로 향한다. 애플워치에 실외 걷기 기능을 켜서 집과 사무실까지의 거리와 운동량을 측정한다. 대략 600미터 거리라서 거의 10분 안에 도착한다. 이것 역시 최적화의 한 부분이다. 일을 수행하는데 성격과 역할에 따라 공간을 명확하게 구분하고자 함이었다. 그 거리가 멀어지면 중간에 다른 길로 샐 수 있기 때문에 집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사무실을 두었다. 운동하는 헬스장도 마찬가지이다. 공간을 이동하지만 정신은 지속적으로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육체적으로 지치는 반응이 나오지 않는 선에서 공간들을 조율했다. 이것 역시 하루아침에 생긴 것은 아니다. 최적화를 목표로 지속하고 반복했던 결과 중에 하나이다.


사무실에 도착해서 환기를 시키고 작업에 필요한 환경을 세팅한다. 따뜻한 물 한잔을 받고 바로 업무에 돌입한다. 특히 구글 뽀모도르 시계를 켜놓는데 실물은 아니고 어플로 비슷한 것을 찾아서 사용한다. 25분 집중하고 10분 쉬고 25분 집중하고 10분 쉬고의 패턴을 반복한다. 좀 더 집중이 필요한 작업은 50분/ 10분 간격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아무튼 초반에 어버버 거리 않고 딴생각 못하게 바로 업무를 시작하는 것이 포인트다. 기세를 잡는 것이다. 그렇게 시작하면 오전에 계획했던 일들이 순조롭게 진행된다. 그래서 나는 새벽 기상이 너무나 좋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아무도 방해하지 못하는 시간 아니 방행 할 수 없는 시간인 새벽 4시에서 7시 사이의 시간대는 혁명적이다. 그래서 아무 미련 없이 일찍 잠자리에 들 수 있는 것이다. 하루의 끝이 아닌 시작의 개념으로 접근한 것. 새벽의 달콤함을 더욱더 만끽하기 위해 설레면서 잠자리에 드는 것이다. 측정되지 않는 것은 관리 될 수 없다는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나는 이 새벽을 매일 측정하고 관리 한다. 이러한 질서 위에 무한한 창조적 영감들을 마구 흡수하는 이 형태의 시간은 상상 이상의 아름다움이 있다. 거기에 어떠한 방해도 없이 내가 생각했던 이 아름다움을 거의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는 시간이라니. 나 같은 윤리주의자 이면서 동시에 탐미주의자에게 새벽의 엄격함 그리고 창조적 영감의 동시성은 너무나 매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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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기상 인증샷. 어쩌다 보니 패턴이 되었는데 마음에 든다. 대리석과 물이 담긴 투명 컵의 조합.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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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조던 피터슨 최고시다. 피터슨 교수님은 새벽 내 정신 교육 담당. 주옥 같은 문장이 많아서 필사 한다고 손이 아플 정도. 정확한 말과 명확한 행동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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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룡 맥모닝 스터디 먹튀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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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도시락 만들기 싫었다. 뭔가 재미나는, 너무 하고 싶은, 매력적인 도시락 만들기를 찾아 헤매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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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찾았다!! 이거 너무 핏이 완벽해서 물개 박수 치고 환호성 지름. 역시 무의식의 뇌는 짱임.

어떻게 이렇게 찾아낼 수 있지? 무라카미 하루키 도시락 너무 만들고 싶고 갖고 싶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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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모닝에서 맥머핀 바로 안먹고 킵했다가 점심 샐러드 이후에 먹음. 과정은 괴로웠지만 결과적으로는 잘했다 싶음. 인내의 힘이라. 먼저 결과를 생각하고 행동을 제어하는데 말로 문장으로 규정하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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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체하고 가벼운 인터벌 러닝 수행. 가기 싫고 귀찮았지만 땀흘린 후 샤워 엔딩의 도파민은 언제나 쾌락적이라서 내가 운동을 못 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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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제육볶음 요리를 했음. 맛있다. 저녁 6시에 식사 마치는거 생각보다 괜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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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도시락 때매 사무실 다시와서 작업했음. 생각보다 흥미롭고 아이디어 계속 나와서 만족스러웠던 저녁 업무 시간. 아마 새벽 기상 초반 적응기라 그동안 헤맨거 같은데 좀 안정화 되면 저녁 업무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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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하루키 루틴은 너무 마음에 들어서 봐도 봐도 안질림. 실제로 요즘 비슷하게 따라하고 있는데 효율과 만족도 최상을 찍고 있어서-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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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망원 시장에 채소 사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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