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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17일 그날

아빠의 사고 후, 그리고 양화대교

 

2016년 1월 17일

자다가 불쑥 깨워 물어도 분명히 대답할 수 있는 날짜

아빠가 쓰러지신 날.


상상도 못 했던 일이라 슬픔이 컸고,

 마음은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렸다.
한 이주일정도 회사에 출근도 못하고 아빠가 계신

병원만 다녔다. 워낙 위독하셨고,

언제 임종하실지 모르기에...


중환자실 면회는 아침, 저녁 20분씩 밖에 되지 않았다.
오전에 갔다 오면 동생과 나는 침대에 퍼지기 일쑤였다.

면회 가는 것 외에 딱히 하는 것도 없는데
몸과 마음이 너무 피곤했다.

누워있고 반쯤 졸 때가 많았다.

그 와중에도 동생이 음악은 항상 틀어 놓았는데

재생목록에 양화대교가 있었다.

자이언티의 양화대교.

이 노래 잘은 몰라도

여름에 오며 가며 많이 들어서 귀에 익다.

가사는 잘 몰랐고 내가 기억하는 것은

"행복하자~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정도였다.
그때까지도 나는 이 노래가 연인들 간의 사랑 노래인 줄 알았다.
 그러다 동생에게  
"양화대교가 의미하는 게 대체 뭘까? 하고 물었다.
동생도 "글쎄?...."

우리는 귀 기울여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보기로 했다.
가사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 정말 달랐다.

삶의 애환이 담겨있는 노래였다.


   "우리 엄마 아빠, 또 강아지도 이젠 나를 바라보네"... 라든가
   "그 다리 위에...."란 부분이 뭉클했다.


우리가 지금 처한 상황이 화자와 같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의 처지에 가사를 대입하며 웃음으로 승화시켰지만 마음에서는 눈물이 났다.



우린 어쩌면 지금 양화대교 위에 서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날 나는 이 노래에서 큰 위안을 받았고, 동생과 나는 지금도 차를 타고 갈 때면 꼭 한 번은 듣는다. 우리 주제곡 아니냐며............
  "행복하자~~~ 행복하자~~~ 좀 아프지 말고..... 좀 아프지 말고......."
어쩜 이런 가사를 썼는지, 삶이 묻어나는 이 노래가 너무 좋았다.

의식도 없이 지혈제에 기대고 있는 아빠를 보러 갈 때 위안이 됐다. 이 노래가 언젠가 국어교과서나 음악교과서에 실렸으면 좋겠다. 예술적 가치도 있고 교훈도 있는 노래라고 생각한다.

들으며 청소년이라면 아버지에 대해
가장의 무게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도 가지고,
지금 양화대교 위에 서있는 청년이라면 나처럼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아빠를 돌보는 기나긴 여정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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