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나 스스로 사회생활을 통해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고 생각했다.
대학시절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해 사회에 나와 직장도 여러 번 옮기며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그중 다시는 엮이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었고, 본받고 싶어 지속적으로 관계를 이어가고 싶은 사람도 있었다. 특히 서비스직에 가까운 일을 하며 '세상에 정말 많은 진상이 있구나'를 느꼈다. 거기에 진상의 종류가 다양함을 배웠다.
여러 유형을 접하며 '이런 사람도 있구나.', '이럴 수도 있구나.' 하며 다름을 받아들이게 되었지만 여전히 사람이 어렵다.
한 번 보고 마는 사이라면 '에잇, 퉤퉤!'하고 적당히 무시하고 끝내면 되지만, 계속 봐야 하는 사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가족, 친구, 직장동료가 여기에 해당된다.
가까울수록 조심해야 한다고 그랬던가.
그 말이 딱 맞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친한 친구라도, 사이가 좋은 직장동료라도 예의는 지켜야 하고 지켜야 할 선이 있다.
아무리 가까워도 해야 할 말,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나는 다른 사람이 편하게 말해도 된다는 말을 믿었었다.
'편하게 해'는 진짜 편하게 하란 뜻이 아니다.
이전 상사가 '나는 오픈마인드니까 불편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편하게 말해.'라고 했고 나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업무를 진행하던 중 팀장님이 본인의 의견에 대해서 의견을 달라기에 '이거는 ~한 부분이 있어서 **하게 진행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라고 했을 때 표정이 싹 굳어지며, '그렇게 잘 알면 네가 해라'는 뉘앙스로 답하는 게 아닌가.
아니. 의견을 달래서 의견을 줬을 뿐인데, 그것이 잘못이었나 보다.
나름대로 고민해서 기분 상하지 않게 근거를 대며 대안도 이야기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후로는 절대로 팀장의 의견에 코멘트를 하지 않았다.
또 어떤 스타트업 상사는 나는 팀원들한테 권한을 주어, 직접 결정할 수 있는 건 결정하도록 하여 직원들의 프로젝트 관리능력을 키우고 업무 효율성을 높인다고 했다.
과연 그랬을까?
곧이곧대로 믿지 말자
대부분 업무는 상사의 컨펌까지 홀딩되었고 워낙 그가 바빴던 탓에 제대로 된 확인도, 빠른 의사결정도 되지 않았다.
일련의 과정을 겪으며 내가 느낀 것은 '회사는 회사고, 상사는 상사다.'
아무리 열린 회사, 열린 상사라고 할지라도 회사는 회사일수밖에 없고,
편안한 상사라고 해도 상사는 상사일 수밖에 없다.
나의 경우에는 편하게 하라고 해도 그냥 불편하게 하는 게 답인 경우가 더 많았다.
친구 역시 그렇다.
친구를 위한답시고 시답잖은 조언을 하면 오히려 친구와의 관계는 껄끄러워졌다.
내 입으로 나온 조언은 그저 내 기준에서 조언이지, 친구에게는 그저 듣기 싫은 소리로 닿는 경우가 더 많았다. 친구가 내린 결정이라면 본인이 더 많은 생각을 하고 내린 결정이기에 응원해 주는 게 답이었다. 혹시나 정말 아닌 거 같으면 조언보다는 '그렇게 하면 이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잘 생각해 봐.'라고 스스로 다시 생각해 볼 여지를 주는 게 나았다. 이건 가족에게도 적용된다.
여러 사람을 만나 부딪히고 상처받으며 사회화가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여전히 사람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