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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비 May 03. 2020

반쪽짜리 워킹맘도 고단하다.

오래된 육아일기 D+602

나는 워킹맘이다.

그것도 반쪽짜리 워킹맘.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있는 시간이나 잠들고 난 이후에 일을 한다.

그 와중에 빨래도 돌리고 청소도 하고, 설거지나 쓰레기버리기 등 집안일도 해야한다.

집에 있기 때문에, 그리고 일하는 스케줄을 내가 조정하는 점에서 거의 프리랜서에 가깝기 때문에 남편에게 도와달라고 하기보다 집안일은 거의 다 하고 그야말로 남는 시간에 일을 하는 형태다.


하긴, 남편에게 도와달라고 하기도 어렵다.

남편의 근무시간은 9시 반~6시 반이지만 직업 특성상 야근이 잦기도 하고 회사까지 거리도 멀어서 출퇴근 시간만 왕복 3시간이 넘는데.. 그 고단함을 같은 업종에 있던 내가 몰라줄 수 없고 안쓰럽기도 하니까.

아이 재우는 것도 그렇다.


아빠가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를 때부터 아빠아- 하며 현관으로 달려가며 좋아하는 아이지만, 정작 잠을 자려 할 때는 꼭 엄마손을 잡고 방으로 들어가는 탓에 오늘도 내가 아이를 재웠다. 아빠랑 자라고 할 수도 있지만, 몇 개 단어만 겨우 할 줄 아는 20개월짜리 어린 내새끼가 아침부터 어린이집에 가있는 것도 안쓰러운 터라 엄마와 자고 싶다는 마음을 거절할 수가 없다. 그걸 보며 남편은 서운하기도 하면서 좋기도 한 모양이다. 자유시간이 30분에서 1시간 가량 더 생기는 셈이니까. 물론 내 입장에서는 일할 시간이 30분에서 1시간 줄어드는 거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나는 어디서도 이해받기가 어렵다.

일을 주는 회사에서는 일이 느린 것이 문제고, 남편이나 내 입장에서는 내가 집안일이나 육아에 소홀해지는 것이 문제다. 대놓고 말씀은 안하셔도 어린이집에 어린 손주를 맡기는 게 그리 탐탁치 않은 것 같은 양가 부모님에 눈치가 보이는 건 덤이다.


어쩌면 아이를 돌보는 데 자유롭다는 점과, 따로 도우미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는 워킹맘보다 나을 지도 모른다. 어쩌면 집에서 내가 원하는 시간에 일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에서는 전업맘보다 나을 지도 모른다.

워킹맘도 전업맘도 아닌 상황...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다가도 아이 먹이고 입힐 돈에, 집 문제까지 떠오르니 일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모든 엄마가 그렇겠지만, 몸을 쪼갤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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