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가면 해주고 싶은 살림 이야기.
비싼 냄비, 비싼 도마, 비싼 칼, 비싼 이불... 다 무슨 소용이 있나. 생전 써본 적이 없어서 관리도 제대로 못하는데. 비싼 돈을 주고 배운 것이 있다면, 알지도 못하면서 혼수랍시고 많은 돈을 투자하지 말자는 것이다. 빨래하는 법, 요리 시 주의점, 평소에 관리하는 법 등 아무런 노하우도 없이 들인 비싼 물건에 스크래치가 나고 조금씩 상할 때마다 내 마음도 같이 스크래치가 났다. 차라리 그 돈으로 잘 아는 것, 아이가 생기면 선뜻 금액을 투자하기 어려운 분야에 좀 더 돈을 쓰자. 우리 부부의 경우에는 컴퓨터나 TV, 게임 콘솔, 커피 등이었다.
매일매일 조금씩 청소하자. 화장실은 씻으면서 물뿌리고 솔질, 설거지 시에 싱크대에 한 번 알코올 뿌려 닦기 같은 평소 관리를 잘 하면 맘먹고 청소할 때에도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 가능하다. 쓴 물티슈는 버리기 직전 창틀이라도 한 번 훑는 것도 생각날 때마다 한다. 청소는 미루면 미룰수록 스케일이 커지고, 그러면 더 하기싫고 미루게 된다.
로봇청소기에 청소를 맡기면 내가 했을 때 20분이면 끝날 것을 40~50분이 걸리고, 30분 정도면 끝날 설거지를 식기세척기에 맡기면 한시간 반에서 두시간 가까이 소요된다. 어휴 나는 답답해서 못쓰겠어- 가 아니다. 내가 하는 일을 대신해주고, 그 시간에 내가 다른 것을 할 수 있다는 데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하다못해 아이를 재우고 커피 한 잔 할 수 있는 시간 30분만 생겨도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기력을 충전할 수 있다.
특히 채소과일은 절대! 남아서 버리면 돈은 돈대로, 쓰레기는 쓰레기대로, 죄책감은 별도... 생활용품도 마찬가지다. 싸다는 이유로 대량구매를 해서 집안에 쌓아두다 보면 결국 집에 내가 사는 게 아니라 물건이 사는 집에 내가 얹혀 사는 게 된다. 집이란 공간은 나와 내 가족들을 위한 곳임을 잊지 말자.
쿠* 등의 사이트에서 대량으로 물건을 사면 싼 건 사실이지만, 그 할인된 가격만큼의 물류비가 빠진 거라는 게 진실. 결국은 내 공간을 쿠* 물류창고로 내주는 꼴이다. 그게 아무리 싸게 산 물건이라고 해도.
위의 내용들과 연결될 수 있다. 얼핏보면 빨래건조대를 구입하는 것이 건조기를 사는 것보다 싸고 이득인 것 같다. 하지만 빨래 건조대가 차지하는 공간이 1평이라면, 평당 천만원인 집이라고 가정할 때 건조대의 값은 어쩌면 오만원이 아니라 천만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건조기를 구매해서 세탁기 위에 놓는다면? 1평의 공간이 더 생기는 것은 물론 빨래에 소요되는 시간과 번거로움까지 줄일 수 있겠지. (중요⭐) 단순히 물건값만 보지 말고 그 물건이 차지하는 공간과 절약되는 시간 등을 더 생각해봐야 한다.
필수 품목에 대해서 생각할 것은, 내 마음속의 우선순위와 그 물건을 사용하는 시간에 따라 가감된다. 예를 들어 하루 7~8시간이나 보내는 침대, 그리고 나같은 재택근무자라면 의자와 컴퓨터 등 꼭 필요한 물건들 말이다. 싼 거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왔다면, 생각보다 더 많은 돈을 투자해야할 지도 모르겠다. 수면의 질은 삶의 질과 연결되고 근무 환경의 개선은 업무 향상에 연결되니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좋아하는 취미에 대해선 얘기하지 않겠다.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조금 더 투자하고 싶은 마음인 거 다 똑같으니까.
물론 티비, 냉장고, 식기세척기, 세탁기 등의 필수가전은 거거익선이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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