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도 그리던 드라마판에서 일을 시작하고 3개월이 지나자 이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나를 보고 바싹 말라버린 나뭇가지 같다고 했다.
보통 3년차, 6년차, 9년차에 힘들다고 하던데.
나는 3개월, 6개월 ... 3년이 아니라 3개월 단위로 때려치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나를 보고 바싹 말라버린 나뭇가지 같다고 했다.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한지 6개월차에 나는 위험한 상태였다.
조금만 건드려도 화가 났고 틈이 나면 숨어서 울었다. 두통은 견디기 힘들었고 봉고를 타고 촬영장에 가다가 구토를 참기 힘들어 강변북로 한복판에 내려 차만 보내고 혼자 남겨져 토하면서 울었다.
정신과에 방문해야겠다고 결심하고 병원 문 앞에 섰더니 눈물이 줄줄 흘렀다.
내가 왜 고작 일 하나로 병을 얻게 되었을까.
당시 나는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었다.
사수는 내가 맡아야 하는 일의 이상을 넘겼고 내가 그 일을 꽤 잘해낸다고 생각했는지 나의 역할이 커지기 시작했다. 업무관련 전화가 쏟아졌고 통화중 대기. 통화 중 대기. 대기. 대기... 전화 중에 온 전화를 처리해야했고 그 전화를 또 처리하면 또 다른 전화가 걸려왔다. 정말 24시간이 모자르게 일이 넘쳐흘렀다.
그리고 정말 열심히 일했다. 꾀도 부리지 않고 참 열심히 했다. 주변에서 나를 평가하는 이야기들이 나의 원동력이었다. 승진해도 되겠어. 너가 없었음 이 작품 어쩔 뻔 했어. 너 정말 일 잘한다. 이 일이 딱 너 체질이다. 나는 겸손한 척 했지만 우쭐했고 더 열심히 일했다. 점점 일은 많아졌지만 일이 과중하다 말하진 못했다. 불만은 점점 많아지는데 끝끝내 그 불만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나의 화가 내가 꾸역꾸역 감당하고 있던 범위를 벗어나 타인을 향하고 있다는 걸 느낀 순간 나는 그만두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