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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룡 Mar 10. 2024

불행의 구전속도

사람들은 남의 이야기를 쉽게 한다. 그게 불행일수록 구전되는 속도는 빨라진다. 마치 그 불행을 위로하는 모양새로. 자신이 그 억울함을 풀어주겠다라는 포장으로. 요청한 자가 있는가? 저 모든것들이 과연 진심인가? 나는 항상 의문이 있었다. 파생된 많은 이야기들이 퍼지고 누군가는 상처를 받고. 마치 그게 정의를 지키는 일인양. 그게 진심이 맞아? 진정 정의를 위한 게 맞아?


나에게 안 좋은 일이 있었다. 그 일이 소문나기를 원하지 않았지만 정말 드라마처럼 복도를 지나가다가 그런 일이 있었대~~ 하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소문은 빠르게 퍼졌다.  모두가 나를 위로했고 그걸로 나는 되었다고 생각했다.

날 가장 많이 응원하고 위로했던 한 명이 가해자와 본인이 엮이게 될 상황에 처하자 전화가 왔다. "그 때 그 일, 정말 너 말이 맞아?"


또 한번은 누군가에게 안 좋은 일이 있었다. 나와 일면식이 있던 사람은 아니지만 어쨌든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 일이 이렇게 가볍게 사람들의 입을 타고 내릴 문제는 아니었다. 적어도 이걸 이용해서 본인의 이득을 취하려 해서는 안되는 거였다. 인간이니 당연히 궁금하겠지. 그런데 인간이니까 옳고 그름은 판단할 줄 알아야하는건데. 결국 그 사람과 가까웠던 이가 상처를 받고 또 그 상처가 이슈가 되고. 그리고 그런 모든 일들을 나에게 전하는 누군가가 꼭 반드시 있다.


어느  사회생활이 그렇듯 가장 힘든 것 노동의 강도가 아니라 눈칫밥이다. 차라리 촬영 중에는 정신없이 일만 하면 되니까 덜한데 조금 한가로운 기간에는 눈치보느라 정신이 없다. 쉴 틈 없이 오고가는 대화들 속에 숨겨져 있는 칼날들. 나는 혹여나 생채기라도 날까 싶어 입을 꽉 다문다. 친해지고 싶어. 잘 해내고 싶어. 이기고 싶어. 욕심에 입을 열었다가 큰일날 수 있다는 걸 이미 짧은 시간안에 배웠다. 그저 씩 웃어보이면 된다. 나는 내 일만 잘하면 된다. 사내 정치질은 참여하지 않는 게 여러모로 좋다. 회사에서의 불만과 누군가의 뒷담화는 그냥 집에 와서 나와는 가장 가깝고 그들과는 관계 없는 사람과 맥주 한 잔 하면서 안줏거리 정도로 소비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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