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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때부터 가스불이 꺼졌는지 밸브는 잠겼는지 확인을 하기 위해 한시간이 넘는 시간을 투자해야했다. 멀리 나가다가도 문이 잠겼는지 확인해야 해서 다시 돌아왔고 문이 제대로 잠겼는지 확인하는 일명 '덜컹덜컹 과정'을 반복하다 옆집에서 도둑이 든 줄 알고 내다보기도 했다. 가족여행을 갈 때는 컴퓨터를 안 끄고 온 것 같은데 혹시 컴퓨터가 터지면 어떡해? 내가 나올 때 고데기를 뽑고 나왔던가? 가스밸브는 잠궜어? 방에 창문을 안 잠근것 같아. 등의 질문폭탄으로 엄마아빠를 괴롭혔다.
엎친데덮친격으로 중학교 때 집단 내 따돌림을 경험하며 마음속에 분노가 쌓였다. 혼자서 일기에 이런저런 속앓이를 털어놓고 날 따돌린 친구들의 욕을 했다. 그리고 그 일기장을 혹시나 교실에 흘리고 왔을까봐 뒤를 계속 돌아보는 강박행동이 시작됐다. 이렇게 시작된 강박행동은 TV에서 악플로 고통받는 연예인의 기사를 보고 혹시나 나도 모르는 새 내가 정신이 나가 악플을 쓴 게 아닐까 하는 불안함에 인터넷을 하면 로그인을 했는지 로그아웃을 했는지 끊임없이 확인하고 내가 사용한 인터넷 기록을 처음부터 싹 다 뒤져봐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강박의 시작이 이렇다는 걸 알아채기 위해서 나는 도서관에서 이상심리 관련 서적을 꽤 많이 읽었다.
힘들었지만 이 강박의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다. 원인을 알아야 생각의 고리를 끊을 수 있으니.
몇 년동안 강박사고를 멈추는 법을 꾸준히 연습했다. 10번의 강박행동이 5번으로 줄어드는 효과는 있었다.
독립을 하고 코드를 뽑고 나왔는지, 문은 잠그고 나왔는지 등을 확인하고 안심시켜줄 존재(부모님)이 없었던 나는 고데기를 없앴고 나갈 때 냉장고를 제외한 모든 두꺼비집을 내렸다. 인터넷은 최대한 이용하지 않았고 꼭 필요한 아이디를 제외하곤 모든 걸 탈퇴했다. 집 밖에 외출할 때는 내가 전기코드를 뽑고 두꺼비집을 내렸다는 걸 확인하기 위해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고 문이 잠겼는지 확인하기 위해 문을 몸으로 미는 행동을 영상으로 남겼다.
10년동안 반복된 이런 행동은 내 삶이 되었고 강박이 익숙해진 나는 그렇게 내가 괜찮아진 줄 알았다.
10번의 강박행동이 5번으로 줄어드는 것만으로도 괜찮은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