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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룡 Mar 13. 2022

7. 자유와 빈곤 그 어디쯤

넋두리(3) - 프리랜서 제작PD의 휴가...인 줄 알았던 실업

드라마 제작PD들은 대부분 프리랜서로 일을 한다.

대형 제작사의 경우 끊임없이 작품을 진행하니 정규직 PD들이 존재하지만 작은 제작사는 한 작품이 끝나면 다음작품을 진행하기까지 공백이 생기니 정규직인 직원보단 프로젝트 계약직의 형태로 제작PD들을 많이 고용하기 때문다.


올해 제작될 드라마만 250여편에 다다른다는 현재, 제작사들은 인력난으로 PD님들 모시기에 여념이 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PD들이 일을 하느냐?


참 아이러니하게도 꼭 일을 구할 땐 일이 없고 겨우 일을 구하면 여기저기서 더 높은 몸값을 부르며 제작사들이 등한다.

회사는 사람이 없어 난리고 사람은 갈만한 일자리가 없어 난리인 아이러니.





프리랜서 PD와 정규직PD의 차이
(소득면에서)


프리랜서 제작PD들은 종합소득세를 내는 PD들다.

정규직이 받는 혜택들(사대보험이나 회사 복지 등)을 받을 수 없지만 정규직PD들에 비해 본인의 몸값을 능력치만큼 혹은 자신의 말빨에 따라  조절 할 수 있다. 그래서 꽤 페이의 차이가 많이 나는 편인데 그 격차는 연차가 쌓일수록 점점 커져서 정규직보다 프리랜서를 선호하는 경우도 많.


그렇지만 프리랜서들은 작품이 없을 경우 곧바로 무소득의 결과로 이어지기에 휴을 취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을까봐 원하는만큼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큰 맘 먹고 쉬었더니 일자리가 없어 일자리를 구하는 게 힘이 드는 경우가 생다.


반면, 정규직PD들은 한작품이 끝나면 회사에서 주는 약간의 휴가를 받고 안정적으로 일자리 걱정 없이 다음 작품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


프리랜서 PD들이 일을 한동안 잡지 못하면 연소득으로 따졌을 때 정규직PD들과 큰 차이가 없는 경우도, 심지어는 더 적은 경우도 왕왕 다.

그래서 끊임없이 일을 구해야 한다는 게 프리랜서들에겐 큰 스트레스 중 하나이다.



자유와 빈곤, 그 사이 어디쯤


프리랜서 제작PD인 나는 몸값을 만족할만큼 올릴 정도로 깡이 좋은 편은 아니라 코딱지만큼씩 올렸지만 실은 동결로 갈 때가 더 많았지만 어찌됐든 돈을 쓰고 싶을 때 쓸 수 있음에 만족했었다.


한동안은 작품의 프리기간(촬영 전 준비기간)부터 작품에 합류를 하다보니 10~11개월씩 작품을 하고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작품을 구하는 일이 반복됐고 돈이 들어오는 것과 별개로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가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이번엔 무조건 쉬어야겠다. 적어도 3개월은 쉬어야겠다. 이게 프리랜서의 특권이 아니겠는가!' 라는생각으로 작품이 끝나기 전 부터 들어온 모든 러브콜을 거절했었다.


세상에 이런 자유가 있다니. 너무나 여유로운 내 시간들이 쉬어도 쉬어도 계속 있었다. 곧 출근해야하는 불안함과 긴장감에 휩싸이지 않아도 되는 날들이었다.


모든 직장인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며 평일에 한산한 아울렛에서 쇼핑도 하고, 카페에서 브런치도 즐겼다. 못 갈 줄 알았던 친구의 결혼식도 가고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도 만났다.

노는 거 좋아

코로나만 아니었음 더 자유를 만끽할 수 있었을텐데!!

역시 이래서 프리랜서 프리랜서 하는구나!


한 달 쯤 지났을까. 작품이 끝난 친구들은 새로운 작품에 곧바로 들어가고 함께 일했던 막내 PD들도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갔다. 모두가 앞으로 치고 나가는 게 느껴지자 초조함이 밀려왔다.


'아, 이러면 안되겠다. 일자리를 슬슬 구해야겠다.'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이미 좋은 자리는 사라지고 일자리 성수기가 한 텀 끝나버려 페이를 못 맞춰주는 작품 혹은 포지션을 낮춰서 가야하는 작품들만 간간히 남아있었다.(물론 나의 능력 부족일수도 있다.)


일자리 성수기에 자만하다 갈 만한 곳을 찾지 못하게 되자 타이밍 놓쳐 1년씩 쉬기도 했다는 선배들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이러다 나를 찾는 사람들이 사라지면 어떡하지? 다른 사람들은 한 단계씩 올라가는데 나만 정체되면 어떡하지? 감을 잃어서 다음 현장에서 어버버거리게 되는 건 아닐까?' 등 별의 별 생각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걱정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반비례하게 통장의 잔고는 점점 줄어들 '아... 이래서 다들 정규직 정규직 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뼈저리게 하게 되는 시기였다.


정직원으로 들어간 PD동생에게 부러움을 가득 안고 보낸 카톡


몸은 충분히 쉬었으나 정신적으로 일할 때만큼이나 불안한 시기였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라는 말을 여기서 써도 될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존재한다.

프리랜서로 머무르는 게 좋을지 회사에 들어가는 게 좋을지 고민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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