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나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오랜만입니다.
어떤 인사로 글을 시작할지 꽤나 고민을 많이 했는데, 너무 많은 고민이 머릿속을 떠다닐 때는 항상 담백한 진심으로 마음을 전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 믿기에, 다소 짧고, 약간은 차갑게 보일 수 있는 여섯 글자로 안부를 전합니다. 더 많은 글자를 담은 말이 때론 저의 진심과 더욱 멀어질 때가 있음을 알기에 오늘은 긴 공백만큼이나 많은 말을 속으로 삼키며 인사를 드립니다.
사실, 제가 너무나도 염원했던 PCT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포기한 후 글은 하나도 쓰지 않았지만 종종 제 브런치에 들어와 보았습니다. 제가 확인할 수 있는 기간 동안에 조회수가 0인 경우보다, 양수인 경우가 많아 놀랐습니다. 그리고 스멀스멀 약간의 죄책감이 드리웁고, 또 약간의 관심이 그리워 결국 여러 핑계를 대며 다시 브런치에 글을 씁니다.
글을 쓰지 않는 동안 많은 일은 없었고, 적지만 큰 일은 있었습니다. 제가 준비하던 시험에서, 그것도 1차 시험에서 떨어졌고, 겉으론 어차피 최소 3년 보고 가는 시험이라며 괜찮은 척을 했지만 시험이 끝나고 다시 궤도에 저를 올리는 데에만 1달이 넘게 걸렸고, 그 와중에 학기를 병행(언니 아직도 학교 다녀요?)하고, 경기도에서 통학을 하며 길거리에 하루 중 약 4시간 씩을 버리며 20시간의 만학도의 삶을 살아 내었습니다. 지금은 종강을 한 덕에 이렇게 침대 위에 엎드려 글을 쓰고 있습니다.
브런치에 올리지 않았을 뿐, 일기는 간간이 쓰고 있었고, 공부하다가 갑자기 드는 단상은 작은 메모지에 옮겨 놓았습니다. 그런데 글이란 게 쓸 때는 정말 내 심장을 관통한 화살처럼, 뇌에 깊이 박힌 나사못처럼 한평생 내 삶을 좌지우지할 것 같은 강렬한 인상에서 시작한 것임에도, 한참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내가 저런 생각을 했었다고?”나 “아 맞아 저런 일도 있었지” 따위의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을 보면서, 글을 정말로 남기는 행위가 중요하단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 방식도 그냥 일기장이 아니라, 이런 매체를 활용하는 게 제 삶을 남기는 데에 더 도움이 되겠다 싶어 글을 씁니다. 왜냐면 저는 악필이거든요. 제가 쓴 글을 다시 읽으려면 글씨를 해독하느라 오래 걸리는데, 여기선 눈이 알아서 글자를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ㅎㅎ
분명 앞에서 많은 글자를 담은 말이 제 진심과 멀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해놓고, 브런치에 다시 돌아온 이유를, 그동안의 근황을 너무나도 장황하게 풀어놓은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 사람이란 게 원래 이렇게 앞과 뒤가 안 맞는 부분이 있어야 조금은 인간미도 느껴지고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어쨌든, 다시 돌아와 (계실지 모르는) 독자분들을 만나 뵙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자주는 못 남기더라도, 좋은 생각이 떠오를 때면 주저 없이 남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