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사랑 Sep 19. 2024

우리는 당장 내일 죽을 수 있다

패러다임 해체 ⑤ 삶과 죽음은 장담할 수 없다


인간의 자연사 확률은 5% 내외라고 한다. 여기서 자연사란 사고나 병 때문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노환으로 고통 없이 눈감는 죽음을 뜻한다.


나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이 통계를 잘 모르고 있음을 알았다. 현대인은 계속해서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먹고 있기 때문에 우리 젊은 세대가 노인 세대가 될 때쯤에는 저 통계 수치가 조금은 더 떨어지지 않을까?


사람들은 죽음이 자신과는 먼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나처럼 아직 암 같은 병과는 거리가 먼 40대 이하 사람들과 이야기해 보면 ‘죽음’에 관해 진지하게 사색하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반면 나는 때때로 이런 허무맹랑한 생각을 한다. ‘지금 가는 버스가 갑자기 터지면 어떡하지?’ ‘운전을 하다가 갑자기 10톤 트럭이 차를 친다면?’ ‘우리 고양이가 나보다 오래 살면 어떡하지?’ ‘미리 유서를 써둘까?’ 아마도 세월호나 이태원 참사처럼 불시에 젊은이들이 희생된 사건 사고로 인한 일종의 심리적 트라우마인 것 같다.


우리는 타인의 사망 소식을 듣고 그 순간은 동요하나 금방 잊는다. 그러다가 사랑하는 가족 혹은 자기 자신이 직접 사고를 당하거나 병에 걸리면 그제야 죽음이라는 개념에 후욱 가까워져 사색적 탐구를 하는 듯하다.


책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의 저자 오츠 슈이치는 호스피스 전문가로서 수많은 죽음을 목도하며 죽는 순간 사람들이 어떤 것을 후회하는지를 기록했다. 목차만을 옮겨 보겠다.


1.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많이 했더라면
2.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했더라면
3. 조금만 더 겸손했더라면
4. 친절을 베풀었더라면
5. 나쁜 짓을 하지 않았더라면
6.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려고 노력했더라면
7. 감정에 휘둘리지 않았더라면
8.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났더라면
9. 기억에 남는 연애를 했더라면
10. 죽도록 일만 하지 않았더라면
11. 가고 싶은 곳으로 여행을 떠났더라면
12. 내가 살아온 증거를 남겨두었더라면
13. 삶과 죽음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했더라면
14. 고향을 찾아가보았더라면
15. 맛있는 음식을 많이 맛보았더라면
16. 결혼을 했더라면
17. 자식이 있었더라면
18. 자식을 혼인시켰더라면
19. 유산을 미리 염두에 두었더라면
20. 내 장례식을 생각했더라면
21. 건강을 소중히 여겼더라면
22. 좀 더 일찍 담배를 끊었더라면
23. 건강할 때 마지막 의사를 밝혔더라면
24. 치료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했더라면
25. 신의 가르침을 알았더라면


나는 항상 생각한다. 당장 내일 죽을지도 모른다. 자연사를 하는 5% 내외의 사람들 사이에 내가 낄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낀다고 해도 100세 가까이 건강하게 살 자신은 없다.)


우리는 언제나 죽음에 대비되어 있어야 한다. 여기서 대비란 유서나 장례를 뜻한다기보다(물론 그것들도 미리미리 생각해 두는 게 좋은 것 같다) ‘삶’을 대하는 태도에 더 가깝다. 매 순간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당장에 이룰 수 없는 목표라도 그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야 한다. 만약 당신이 95%의 인간이라면 세월아 네월아 하다가 불 타는 차 안이나 병상 위에서 높은 확률로 스물다섯 가지 후회 중 몇 가지를 하게 될지 모른다.


그러니 살아 있는 동안 우선, 최대한 타인에게 친절하자. 말기 암에서 완치까지 생존한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선행을 많이 했다고 한다. 사람은 다른 사람을 도울 때 옥시토신이 분비된다고 한다. 우리는 타인을 존중하고 도와줄수록 무의식중 행복해진다.


유대할수록 살아진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하지 않은가? 우리 사회는 서로 유대하고 있는가? 당장 청년들부터가 인터넷상에서 서로를 헐뜯고 시시비비를 가리며 갈라지고 있지 않나? 세대 갈등은 또 어떤가? 봉합될 기미가 보이는 갈등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존중, 배려, 유대는 사회 전체의 수명을 늘리는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무엇보다 나 자신을 존중하자. 스스로의 건강과 꿈, 이상, 마음을 존중하자. 혹시 지금 내가 아픈 영혼을 가지고 있다면 한시라도 빨리 그 영혼을 살려내자. 죽음은 절대로 먼 이야기가 아니다. 당장 내일 죽을지 살지 어떻게 알겠는가? 삶과 죽음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모든 것은 그저 운일 뿐이다.


‘벚꽃도 후회라는 걸 할까?’

흔히들 ‘한순간’이라고 너털웃음을 짓는 인간의 일생과 비교하면, 정말 찰나를 살다 간 그들이지만 슬픔이나 미련은 없는 것 같다.

아마도 그건 사는 동안,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았기 때문이리라. 시간에 관계 없이 꽃을 피운다는 소명을 완전히 이루었기 때문이리라.

인간은 어떠한가?

먼저 떠나는 벚꽃과 그 뒤를 따라 떨어질 벚꽃, 현대 의학은 인간과 죽음을 조금 멀리 떨어뜨려 놓았지만, 자연은 변함없는 진실을 우리에게 속삭인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언젠가 사라지기 마련이지만, 주어진 시간을 열심히 살아내려는 생명은 후회하지 않는다'라고. 그 진리를 깨친 벚꽃은 미련 없이 떠났다.

당당한 벚꽃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내가 아는 모든 사람이 후회 없는 시간을 보내기를 기도했다.

— 오츠 슈이치,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이 장에서는 내가 패러다임을 깨기 위해 받아들인 여러 생각과 이념을 소개했다. 그렇지만 사실 읽는 사람에 따라 궤변이라고 생각되었을 수도 있겠다. 원고에 ‘나’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나오고 있음은 글쓴이 역시 인지하고 있다. 사회과학적 사실이나 통계보다는 개인이 느끼는 감정을 기반으로 하여 논리를 전개했기 때문에 필연적인 허점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궤변이든 합리화이든, 절대다수의 패러다임에만 의존하다가는 무엇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내 신념은 변하지 않는다. 그 공고한 신념, 다른 말로는 ‘용기’가 사실은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이니까.


한 사회의 부정적 단면은 구성원들의 암묵적 묵인의 결과다. 자, 패러다임을 격파해 보자. 우리를 좀먹고 숱한 도전정신을 꺾고 다채롭고 다양성이 넘치는 인생을 방해하는 통념의 해악을 인지했다면, 변화하자. 1명이 옳지 않다는 목소리를 낸다. 그 목소리는 10명에게, 1,000명에게 전파된다. 언젠가는 모두가 ‘어, 이건 옳지 않은데.’라는 생각을 한다.


참 이상적인가? 그렇지만 이상을 꿈꾸지 않는다면 어떻게 변화를 시작하겠는가? 나부터 통념을 깨는 시도를 하지 않으면 희망적 미래는 시작조차 할 수 없다. 아주 간단한 논리다.


이다음 장에서는 패러다임을 깨뜨리고 영혼 살림을 위해 회사 밖으로 뛰쳐나온 내가 어떤 방식으로 생존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내가 추구하는 이상과 라이프스타일을 어떻게 실현해 나갔는지를 적나라하게 기록해 보았다.


검투사가 되기를 포기한 나는 과연 어떤 직업으로 전직하게 되었을까? 아예 던전 토벌 자체를 포기한 건 아닐까? 나와 비슷한 길을 걷는 사람에게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는 것이 큰 목표 중 하나였으므로, 부디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이전 09화 대한민국 결혼 문화 과연 옳은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