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재난물을 발견했다. 항공재난과 자연재난의 매력을 영리하게 조합한 이 드라마는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전개로 깊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어둠 속으로>의 이야기다.
<어둠 속으로> 포스터 ⓒ NETFLIX
<어둠 속으로>는 북대서양 조약 기구 나토(NATO) 소속의 장교 테렌치오라는 인물이 브뤼셀 공항에서 비행기를 납치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가 주장하는 납치의 명분은 '태양이 모두를 죽이고 있으니, 해가 뜨기 전에 서쪽으로 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허무맹랑한 그의 말을 사람들이 믿을 리 없을 터. 결국 테렌치오는 총으로 사람들을 위협하고, 결국 비행기는 이륙하게 된다.
재난물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드라마가 그렇듯이 매회 예상치 못한 갈등과 사건이 벌어진다. 이 드라마가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갈등과 사건을 바탕으로 인간의 내면을 깊이 있게 다룬다는 점이다.
<어둠 속으로> 스틸컷 ⓒ NETFLIX
이 드라마에 나오는 주요 인물들은 '과거의 죄'를 품고 있다. 과거의 죄는 과거에 불과한 것인지, 과거의 죄에 대한 대가는 어떻게 치러야 하는지 등 인간의 '속죄'와 '구원'에 대한 질문을 에피소드 내내 묻는다. 숨겨왔던 과거와 비밀을 마주하는 인물들의 태도를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기도 한다.
또한, 등장하는 모든 인물을 입체적으로 다루는 것도 장점이다. 극 초반만 하더라도 발암을 유발하는 캐릭터가 많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저마다의 서사를 구축한다. 생존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는 인물들의 모습을 보며 어쩔 수 없이 연민을 느끼게 된다. 각 에피소드의 제목이 주요 인물의 이름이라는 점에서도, 이 드라마가 '인물'에 명확하게 초첨을 맞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둠 속으로> 주요 등장인물 ⓒ NETFLIX
다소 무겁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별 다른 생각 없이 봐도 재난물로서의 매력이 충분하다. 총 6부작인데, 에피소드 한 편당 러닝타임이 35분으로 굉장히 짧아서 금방 정주행이 가능하고, 이야기 전개 자체도 빨라서 흡입력이 좋다. 다만, 필자에게는 하나의 완전한 작품으로 보기에는 너무 짧고, 풀리지 않은 떡밥이 많아서 아쉬웠다. 특히, 재난물의 경우 재난의 발생 원인과 해결이 중요한데, 이러한 부분에서 충족하기에는 많이 짧았다.
다행히 시즌 2가 제작될 예정이라고 한다. 코로나로 인해 제작에는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지만, 이번 시즌의 엔딩이 다음을 기대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서 나온다면 꼭 볼 예정이다. 긴장감 넘치는 재난물을 좋아하거나, 호흡이 짧은 드라마를 찾고 있거나, 다양한 인간군상이 나오는 작품을 보고 싶다면 이 드라마를 추천한다.
[감상노트]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도서, 인터뷰, 예능 등 다양한 콘텐츠를 보고, 이에 대한 감상을 기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