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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라야니 Oct 22. 2021

모기와 아힘사(비살생)

끊임없는 알아차림의 수련

어느날 아쉬람에서 나는 모기에게 팔다리를 이미 여러방 물려 잔뜩 약이 올라있었다. 마침 내 피를 가득 머금은 모기가 다시 한 번 주둥이를 찌르는 것을 보았을 때 나는 반사적으로 한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그 때 옆에 있던 친구가 외마디 비명처럼 "아힘사!" 하고 외쳤다. 모기를 향해 내리치려던 내 손은 멈췄으나 차마 항변의 말은 나오질 않았다.


언젠가 그녀가 화장실 변기청소를 하러 문을 열었는데 변기 안에 작은 벌레 하나가 빠져 죽어가고 있었다. 아무런 망설임 없이 변기 속에 손을 불쑥 집어 넣어 벌레를 꺼내 수풀에 되돌려주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녀가 살린 그 벌레 하나의 생명과 지금 내 팔을 물어뜯고 있다가 내 손바닥에 의해 짓이겨질 뻔한 하나의 생명은 똑같은 무게였다. 누군가가 귀히 살린 그 생명을, 내가 가차없이 없애버리려고 하던 순간 "아힘사"라는 외마디 비명으로 그녀는 다시 한번 살려낸 것이다.


어떤 친구는 모기가 자기 팔다리를 물어 뜯는 것을 그냥 지켜보고만 있곤 했다. 그녀에 의하면 자꾸 좇아버리려하니 피를 빨다가 말고 빨다가 말고 하기를 반복한다는 것이었다. 그냥 한번 배부르게 먹게 내버려두면 한번만 빨아먹고 그냥 간다고 했다. 물론 다른 모기들이 날아와 방해없는 만찬을 즐기겠지만. 모기는 모기가 살고자 하는 삶을 살고, 우리는 우리가 살고자 하는 삶을 살면 된다는 것.


나는 그녀의 말에 백프로 동의를 할 수는 없었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그깟 모기 몇마리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아힘사를 실천해나가고자 하는 이들의 마음가짐만큼은 잊혀지지 않는다.


고작 모기 한마리, 벌레 한마리의 생명이지만 반사적으로 손바닥이 살생을 하려고 올라가는 그 찰나의 순간에도 우리가 "아힘사"를 기억해내는 것.


그것이 내가 아쉬람에서 배운 것이었다.


아힘사 = 비살생 = 비폭력 = 해를 가하지 않는 것, 이라는 단순한 말들의 조합을 넘어선 곳에서 나는 반년을 살았다.


우리는 그것을 삶에서 목격하고 함께 실천해나가고자 애를 썼다. 한 마리의 모기를 보고 그 모기가 나를 물어뜯고 내가 그 모기를 죽이려 손을 들어올릴 때마다 나는 아쉬람에서 배운 것을 기억해내려 한다.


물론 때로는 그것이 모기가 아니라 사람이거나, 감정이거나 하기도 한다. 욕망이거나, 조직이거나, 세상이거나 하기도 한다.


가장 작은 모기에서부터 실천해나가는 아힘사가 점점 더 큰 것으로 가면서 나의 영혼 또한 더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때로 좌절하고 분노를 머금고 언어적, 행동적 (또는 생각만으로의) 폭력을 행사할 때도 많다. 그 매 순간 순간에 아쉬람에서처럼 누군가 내게 큰소리로 "아힘사!"하고 외쳐주지도 않는다.


그러니 끊임없는 알아차림과 공부가 필요하다.



옴 샨티 샨티 샨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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