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4일 선생님의글밥
제목: 선생님의 6학년 5반 첫날 느낌
아침에 오자마자 아이들 책상을 닦고
그새 먼지가 또 앉았을 교실바닥은 청소기를 돌리고 쓰레기를 버리고 왔다.
비스듬히 내리비치는 햇살이
화사하고 따스했다.
입김은 나지만 봄은 봄이다.
나에게는 봄은
아이들과 함께 온 해가 더 많았다.
1년을 쉬고 다시 아이들과 함께 봄을 맞는다.
잘 쉬어서 충전된 몸과 마음으로 맞는
아이들이 오는 아침.
8시 20분쯤 되니
아이들이 하나둘 오기 시작했다.
6학년인데 아직 중학생티가 나기보다는 5학년에 가까워 앳되다.
새 교실에 들어와서 신통하게도 차분히 앉아 뭔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며 나만 보고 있다.
기특하고 사랑스럽다.
처음 만나는데 뭔가 느낌이 매우 편안하고 친근한 아이들이다.
말을 많이 해보지 않아도
들어오고 앉아있는 몇 분의 공기로도 느껴진다.
우리의 마음이 잘 맞겠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농담은 농담으로 받고
진지한 얘기는 진지하게 듣는다.
분위기가 좋다.
나도 아이들이 좋고 아이들도 아마도 그런 것 같다.
쉬는 시간에 앙또님이 "선생님도 개학이 싫죠?" 한다.
우리 반이 싫다는 뜻은 아닌 거 같고
학교 와서 피곤하단 말인 것 같았다.
웬만하면 아이들이 하는 말은 동의하고 공감 해주고 싶은데
실제로 싫지 않았어서
정말로 만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진심이었다.
앙또님은 할말이 없어졌는지 더 묻진 않지만, 기분이 괜찮은가 보다.
만나고 싶었는데 막상 만나니
2년 전 어렸던 그 아이들이 이렇게 잘 컸다.
우리가 이렇게 만날 줄 모르고 보낸 1년 사이에
아이들은 5학년을 보내며 자라있었다.
앳되지만
분명 쑥 자란 진짜 6학년들이다.
인연이라는 건 참 신기하다.
너희들의 초등 마지막 1년을 나와 함께 해주어
고맙다.
오늘이 너희들에게
참 좋은 날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