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irdSong Apr 13. 2024

오늘의 단상 두 가지

2024년 3월 7일 하이클래스 선생님의 글밥

오늘 있었던 일 중에 의미 있는 일을 기록하는 방법에는 한 가지에 대해 긴 글을 쓰는 방법도 있지만 인상깊었던 몇 가지를 토막 내듯 쓰는 방법도 있다.

그런 걸 단상을 적는다고 말한다.

단순히 ~했다, ~이다.로 사실만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적는 것이 단상이다.



단상 斷想 (끓을 단 생각 상)


1.

생각나는 대로의 단편적斷片的인 생각.

단상을 적다.

2.

생각을 끊음.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



1. 아주 특별한 싸인회

6교시 창체시간에 학습플래너 쓰는 방법을 배우고 선생님 동화책을 나눠주고 타임캡슐을 쓰는 동안 각자에게 싸인을 해주었다.

그런 싸인회는 처음이었다.

그렇게 나를 그저 마냥 열렬히 믿고 좋아해 주는 초등학생 찐팬만 25명이 있는 싸인회를 언제 누가 해보겠나.

포장도 뜯기 아까워하고,

뭐라고 써달라할까 고민하고,

싸인도 하고 토마토도 그려주고 문구도 적고 손바닥도 그려달라는

기대도 요청도 많은 솔직하고 적극적인 독자들을 어디 가서 만나보겠나.

아이들에게도 특별한 경험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확실한 건 나에게도 참 특별하고 영광스러운 자리였다는 점이다.

책을 반가워해주고 읽고 싶어도 참으려 하고 비닐포장도 못 버리겠다고 하는 그 순수한 마음을 교실에서 만나볼 수 있는 동화작가가 얼마나 될까?


싸인을 한글로 하고 영어로 하고

표지에 하고 앞표지에 하고 뒤표지에 하고

내 손으로 "세계슈퍼인기스타 송은주 작가"라고 적어 보는 다소 민망하고도 귀엽고 고마운 싸인회를 언제 해보겠나.

게다가 첫 동화 첫 싸인회인데. 평생 기억에 남을 듯.




2. 수학을 푸는 것과 원리를 말과 글과 그림으로 표현할 줄 아는 것은 다르다.


오늘 수학시간에 물어보니 3명 정도를 빼고는 수학을 선행하는 학원에 다니는 것 같았다.

그 3명도 예습은 되어 있는 상황이니 3÷4가 4분의 3이고 3×4분의1인 것은 대부분이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색종이를 주고 원리를 색종이로 만들어 표현해보라 하니 어려워하면서도 재미있어한다.


분명 교과서에도 있고 문제집에도 있었을 정사각형 그림 세 개를 색종이로 주었을 뿐인데 말이다.

책 속의 그림이 실물로 만져질 때,

가위로 잘라서 결과를 구현해내야 할 때

우리는 머리를 굴린다.


그 부분에 우리가 학교를 다니는 의미가 있다.

나는 아이들이 문제집 밖의 눈과 감각으로 수학을 느끼고 배워갔으면 좋겠다.


그냥 숫자만 쓰고

맞았는지 채점만 하면 간단하고 진도도 빠를 텐데.

자르고 붙이고 헷갈리고 틀리고 귀찮고 피곤한데.

그런 걸 하기 위해 우리는 교실에 모여있는 것이다.


젊을 때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은 지금 편한 대신

미래의 수명과 건강을 대가로 지불한다.

운동을 하면 당장은 귀찮고 피곤하고 근육이 찢겨 아프고 힘들지만 오래 건강하게 살 수 있다.


생각도 마찬가지다.

지금 귀찮고 피곤하고 어려우면

미래에 더 건강하고 능숙한 뇌를 갖게 된다.


모든 편함 뒤에는 대가가 있다.


불편함을 사랑하고 즐기는 우리 반이 됐으면 좋겠다.

선생님도 편하고 싶을 때

오늘 이 글에 적은 걸 기억할 것이다.


틀려도 된다. 그러다 보면 맞고

좀 다퉈도 되고. 그러다 보면 맞는다.

우리끼리는 그렇게 살아보자. 1년 동안.





아...짧게 쓰려고 했는데.




작가의 이전글 우리들의 시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