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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청 우 Feb 13. 2023

박승원과 나

도로 한복판을 달리다가

로드킬 당한 동물들을 보다가 우울해진 나는 오늘 아침 키우는 물고기가 어항 밖으로 뛰어올라 잠깐 실종됐던 사실이 떠올랐다. 분명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주고 다른 걸 하고 있다가 잠시 후에 어항을 보니 물고기가 없었다. 어항 구석구석을 뒤져봐도 있어야 할 물고기가 없으니 처음엔 정말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곧바로 난 아연실색할 뻔했고 바로 박승원에게 연락을 했다. 밑은 그 대화 내용이다.


나: “물고기가 어항에 없어..”

박승원: “아침 댓바람부터 뭔 소리야? 술이 덜 깼냐?”

나: “야 아니 진짜로 없다고 사진 봐봐 아무 데도 없어 이게 뭔 상황이냐???? 나 지금 너무 당황스러운데.”

박승원:”?? 아니 물고기가 발이 달린 것도 아니고 어항에 없다고?”

나: “응……다 뒤져봐도 없어… 혹시 얘 마법사 아니야? 아님 귀신이 잡아갔나?”

박승원: “주변 물체나 바닥에 잘 찾아봐 걔 점프해서 튀어나간 걸 수도 있어.”

나: “…………”

박승원: “찾아봤어?”

나: “아니 없다니까??​ 바닥이고 뭐고 다 뒤져봐도 없어.”

박승원: “내가 아까 인터넷 검색 해봤는데 베타는 점프하는 경우가 흔하게 있다는데? 어항 뚜껑이 없거나 뭐 별별 이유가 다 있다는데.”

나:”……….”

박승원: “아직도 못 찾았어? 주변 물체 같은 것들도 다 봐야 될 거 같은데”

나: “어항 밑에 종이가방………….. 안…….. 기절할 뻔…………………….”


나의 물고기는 그 안에 있던 먼지를 다 뒤집어쓰고 힘없이 누워 펄떡이고 있었다. 정말 물 밖으로 30cm 이상을 튀어 올라서 그 옆에 있던 종이가방 속으로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그 사실은 나에겐.. 어마어마한 충격이었다. 어릴 적부터 기른 물고기만 몇십 마리인데 물고기가??! 물 밖으로 점프를 한다고??​ 기절초풍이다……


현재 나의 물고기는 일단 물 안에 잘 살아계신다.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알 것 같긴 하지만 움직임이 현저히 느려진 걸로 봐서는 어딘가를 다쳤거나 아픈가 보다..

아무래도 자연에서 어항 환경을 다시 인공적으로 바꿔주고 뚜껑 있는 어항도 필요할 것 같다…

박승원은 거의 울 뻔한 나를 달래는 와중에도, 달리는 차 안에서도, 밥 먹으면서도, 내내 훈계를 했다.

..  좋으라고 기껏 힘들여서 자연환경 만들어줬더니 그래.. 내가 잘못했다  녀석아.. 눈싸움 그만하자 우리 이제..  그래도  식탐 많은데 놀리면서  줘서 미안하다 환경 만들 때까지 며칠만  견뎌보자 힘내라 나의 물고기야‧̍̊˙·.°˚˚ °. ·˙‧̍̊

아니… 잘못했다는 말 취소야.. 너 때문에 잠도 못 자고 걱정돼서 어항 수위라도 낮추려고 나는 새벽 세시 반에 불키고 이 난리를 치는데 너 거품집 짓는 거 모야..? 나 직관해 버렸네…? 기분이 좋으신가 봐요 지금??? 돌 위에서 쉬면서 하품까지 하시는 거 보니 자다 깨신 모양인데.. 넼ㅋㅋ안녕히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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