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에 갈 일 있으면 호떡 한 번 사드셔 보세요
값어치를 한다니까요?
대개 어디로 떠나볼까 라는 생각이 들 때는 이런 가벼운 좋음이 나를 부추기는 경우가 많다.
이야기를 하면서 어떤 게 좋았다는 이야기는 늘 기억해두었다가 메모한다.
음식이나 장소 같은 것은 지도에 즐겨찾기를 해두고, 기억나는 말이나 문장은 포스트잇에 붙여 놓는다.
타인의 좋음을 공유받으면 내가 세상을 보는 시야도 조금은 넓어질까 하는 자구책인 셈이다.
지도에 넣어 놓은 호떡집의 위치를 보고 길에 나섰다.
횡단보도 앞, 나부끼는 플래카드가 놀러 왔냐며 반겨주어 내심 좋았다.
시장 앞이라 안으로 들어가는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는데, 간식을 먹기 위해 시장을 누비던 시절이 생각났다.
아주머니의 현란한 손놀림을 구경하니 내 손에도 호떡이 쥐어졌다.
크게 베어 문 호떡의 맛은 그 자리에서 정신없이 해치울 수밖에 없었는데
적당히 뜨거운 호떡은 갓난아이의 볼만큼이나 부드러웠고 설탕은 포근했다.
언제고 또 찾아가고 싶은 맛이었다. 나의 좋음이 하나 더 늘어났다.
타인의 좋음을 얻었으면
나의 좋음도 챙겨가야 한다.
소란스러운 시장에서 옆으로 조금만 가면 다른 동네에 온 것 같다. 산책하는 견주와 어르신들만이 전부인 것 같이 느껴진다. 임진왜란 전후로 마을을 지키기 위해 용기를 낸 사람들. 수영은 그분들을 기억하고 있다.
나의 의는 또래 남자들이 그렇듯 전역과 함께 자연스럽게 사그라졌다. 그 버스럭거리는 기억들은 이제 희미하게 나를 할퀸다. 의는 어디에서 오는가, 기억에서 오는가
25의용께서 지키고자 했던 좋음은 이웃과 논밭 갈구는 데 힘쓰고, 손주의 재롱에 웃음 지을 수 있는 것이었을 텐데, 이곳에서는 일상으로 기억되고 있다. 다행이었다.
수영사적공원 안에 늘어선 25의용의 비석 옆으로 노인회 분들의 장기와 바둑 대국이 한창이다. 바람의 채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 수를 두는 어르신들의 뚝심이 엿보인다. 그 모습이 마치 장례식장에서 개의치 말고 이야깃거리 풀고 가라는 유족의 배려같이 보였다. 바람을 맞으면서 조용한 듯 시끄러운 듯 서로의 좋음을 나누고 계셨다. 이곳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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