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테안경을 끼고 스마트 폰으로 티비를 보고 있다.
머리는 정갈히 뒤로 넘기고 한눈에도 소시적 깔끔을 떠셨을 모습이다.
옆에 간병해주는 아주머니는 작은 것 하나에도 쩔쩔 매고 계시다.
내가 할아버지를 처음 보던 날이었다.
할아버지 cystostomy를 소독해주러 간 나에게
"그게 아니라니까 이거 처음왔구만. "
내 손을 치우면서 직접 시범을 보여주셨다.
짜증을 내며 예전에 이렇게 안했다는 둥 하이퍼픽스를 더 두껍게 잘라와야한다는 둥
옆에 소독약이 조금이라도 떨어질까 간병인 아주머니를 재촉하신다.
빨리 휴지를 가져오라고
할아버지를 호스피스 병동에서 처음 만나던 그 날,
참 깐깐한 할아버지를 만났구나. 라며 병실을 빠르게 빠져나왔다.
3일 오프를 보내고 다시 만난 할아버지.
할아버지 소독 부위가 엉망이다.
"할아버지 이거 누가 했어요" 하니 "왠 선생들이 와서 엉망으로 만들고 갔어" 라 하시는데
그 모습에 픽 웃음이 나온다.
할아버지가 점점 호흡곤란을 호소하신다.
ABGA 하러 간 나에게 "나 오늘죽을지 내일 죽을지 모르는데 피 안뽑는다"며 역정을 내신다.
마음이 찡하다.
'할아버지, 그래도 오늘은, 오늘은 살아요' 라고 꺼낼 수 없는 이야기를 내 마음에 외치며
달래고 어르며 겨우 피를 뽑았다.
병실을 나오는데 마음이 너무 아프다.
여기는 호스피스 병동이다.
우리는 그들의 마지막을 함께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겐 모두 빛나던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삶의 열정으로 꿈을 향해 달리던 때도, 때론 좌절할 때도, 실패할 때도
누군가와 사랑을 나누고, 누군가와 이별할 때도 있었겠지.
우리는 수많은 그들의 삶의 이야기 가운데 가장 마지막에서 그들과 함께 마지막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있다.
밤 12시에 할아버지 콜이 왔다.
소변줄에서 피가난다고 irrigation을 해달란다.
가봤더니 여전히 정정하신 할아버지께서 불만을 토로하신다.
불만을 쏟아내는 할아버지가 참 귀엽다.
나오는데 수고했다고 그 말에 할아버지가 좋아진다.
우리에게 또다시 이렇게 작은 정들이 쌓여가는게지.
숙소가는 길, 난 벌써부터 할아버지의 마지막이 그려져 마음이 시리다.
마지막까지 그들과 작은 이야기를 나눠야지.
인생의 마지막 장에서 서로에게 작은 웃음으로 남아야지.
병원이라는, 참 아이러니하고 평법하지 않은, 특별한 이벤트가 난무한 이 곳에서
아주 작은 것을 바라고 기대해본다.
오늘 더 조금씩 사랑하고, 이 곳에서 작은 행복을 찾아가자고.
내일 할아버지를 만나면 궁극의 드레싱을 보여줄테다. ㅋㅋ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