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가의 자본투입과 신뢰
On Entrepreneurship and Business | 기업가정신
“저는 항상 창립한 회사에 개인 자금을 투자합니다. 다른 사람의 돈으로만 사업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잘못된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투자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투자하라고 하지 않을 겁니다.”
“I always invest my own money in the companies that I create. I don’t believe in the whole thing of just using other people’s money. I don’t think that’s right. I’m not going to ask other people to invest in something if I’m not prepared to do so myself.”
창업가에 관련된 변수와 벤처 캐피털의 투자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창업가와 벤처캐피털의 자금 조달과 가치 평가를 다룬 한 실증 연구는 창업가가 가진 다양한 창업 경험, 학력, 사회적 자본(다양한 창업 기업과의 인적 네트워킹 능력) 중 어떤 요인이 기업 평가에 영향을 주는지 살펴보았다. 연구 결과 첫째, 경영진의 창업 경험(특히 재정적으로 성공한 경험)이 많을수록 직접적인 관계 설정을 통한 벤처캐피털로부터의 자금 조달 가능성과 회사의 가치 평가 가능성이 모두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로, 창업자가 자신의 사회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임원을 채용하고 경영진을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은 회사의 가치 평가와 긍정적인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기반의 기술 기업이라면 박사 학위 소지자가 있는 창업팀은 벤처캐피털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더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기업이 시장에 보내는 신호효과signaling effect로 해석할 수 있다.
일론 머스크는 연쇄적으로 다양한 비즈니스를 창업하거나 많은 회사를 공동 설립해 왔다. 그만큼 그는 야심 찬 목표와 위험을 감수하려는 의지를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발언에서 머스크는 기업가들이 자신의 회사에 자신의 돈을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믿음을 표현하고 있다. 그는 이것이 창업가의 헌신을 보여주고 투자자와 신뢰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머스크가 이런 생각을 가진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창업가의 돈을 직접 회사에 투자하면 자신의 아이디어를 사업적으로 실현해 가는 데 자신감이 있다는 사실을 시장에 특정 신호signal로서 발신할 수 있다. 다른 투자자를 유치하면서, 자신도 충분히 리스크를 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업이 잘 되지 않으면 투자자의 자본뿐 아니라 자신의 자본도 위험에 처하게 되므로 외부 이해관계자의 관점에서 신뢰를 더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일견 납득할 수 있다.
신호 이론signaling effect은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통해 자신의 의도와 능력에 대한 신호를 다른 사람(조직, 혹은 시장)에게 보낸다고 가정하는 것으로 경제학자인 마이클 스펜스Michael Spence에 의해 제시되었다. 기업가가 자신의 회사에 자신의 돈을 투자하면 투자자들에게 자신의 아이디어에 자신감이 있고 자신의 돈을 걸겠다는 의지를 신호로서 나타내는 것이다.
또한 창업가가 자신의 돈을 투자하는 만큼, 사업이 성공했을 때 더 큰 결과물이 창업가와 경영진에게 돌아갈 수 있다. 따라서 당연히 매니지먼트 팀이 더 열심히 일하고 성공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기업가들이 자신의 회사에 돈을 투자하는 행동을 뒷받침하는 몇 가지 비즈니스 이론 중 한 가지가 몰입이론theory of commitment이다('헌신'으로도 번역할 수 있겠는데, 회사에 헌신하면 ‘헌 신’된다는 자조적인 우스갯소리도 있다). Commitment는 일반적으로 ‘몰입’ 등으로 번역되는데, 일반적으로 몰입 이론의 요점은 조직 구성원인 개인이 조직에 대해 ‘특정 방식’으로 행동할수록 그 조직에 대해 더 큰 매력을 느낀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돈과 같은 가치 있는 것을 조직에 투자한다면 의무를 이행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머스크의 경우 자기 자본을 투입하는 것이지만, 많은 신생기업에서 스톡옵션과 같은 방식을 활용해 구성원의 몰입을 촉진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마지막으로, 자기 효능감self-efficacy 관점, 기대-가치 expectation-value 관점이다. 자기 효능감 이론은 사람들이 자신과 자신의 능력에 대한 강한 믿음을 가질수록 성공의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가정한다. 기업가가 자신의 회사에 자본을 투자해 성공했을 때,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인 자기 효능감은 높아지고, 또 다른 성공으로 연결할 확률이 높아진다. 기대-가치 이론은 어떤 활동이 원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믿는다면 사람들이 특정 활동에 참여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 예를 들어 어떤 학생의 기대치expectation는 시험에 합격할 수 있다는 스스로의 믿음이다. 학생의 가치value는 시험 합격의 중요성에 대한 자신의 인식이다. 학생이 시험에 합격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시험에 합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면 공부에 대한 동기가 더 커진다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일론 머스크의 말처럼, 기업가가 자신의 회사에 돈을 투자하면 투자자나 벤처 캐피털의 신뢰에 영향을 주어 기업이 원하는 결과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창업가는 초기 자본 투입을 통해서 헌신과 성공에 대한 자신감을 시장에 보여줄 수 있다. 이는 투자자의 신뢰를 강화시킬 수 있으며, 창업자가 사업의 성공에 개인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보 비대칭 역시 완화될 수 있는데, 투자자에게 더 많은 투명성과 이해관계의 조정을 제공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창업 초기단계 자금 조달을 원활하게 하는 것은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