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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사 Aug 01. 2023

영감을 실현하는 방법

On Vision and Inspiration | 비전과 영감

“저는 항상 세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일에 참여하고 싶었습니다. 사람들은 영감(inspiration)의 힘을 잊곤 하죠. 인류는 아폴로 미션을 통해 달에 다녀왔습니다. 문제는 비용이었습니다. 빈번한 왕복 비행과 그를 위한 기지를 만들지 못했습니다. 이것이 제가 해결하고 싶은 문제입니다.”


"I've always wanted to be part of something that would radically change the world ...  People forget the power of inspiration. All of humanity went to the moon with the Apollo missions. The issue was cost. There was no chance to build a base and create frequent flights. That's the problem I would like to solve."


어떻게 보면 영감의 반대말은 비용이다. 높은 비용이 실제 혁신을 현실로 만드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장벽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머스크가 지금까지 제안한 대부분의 사업 아이디어는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진 높은 비용 구조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둔 것이 대부분이다. 전기차의 확산에 의해 지속 가능한 에너지 사회를 추구하는 일에는 높은 배터리 비용이 문제가 된다. 테슬라의 전기차 비즈니스가 시작되었을 때, 기존 산업 내 전문가들은 높은 배터리 코스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도전은 불가능하며 전기차는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테슬라 이전에 전기차 상용화의 시도는 없었다. 고작해야 기술력을 자랑하기 위해 만든 몇몇 모델이 시장에 나왔을 따름이다. 재생가능한 에너지 중 태양광 중심으로 가정의 전력망을 재구축해야 한다고 했을 때도 전문가들은 경제적이지 않은 높은 비용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 했다. 때문에 가정용 태양광으로의 전환은 빠르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자동차의 보급으로 도시의 교통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지하 터널을 이용한 교통망을 구축하고자 할 때도 비용이 허들이 된다. 머스크의 보링 컴퍼니가 낮은 비용으로 터널에 의한 교통망을 구축하겠다고 했을 때도 전문가들은 어불성설이라 말했다. 저비용 터널의 실현은 요원한 것으로 여겨졌다.  


지속 가능한 우주 탐사의 적은 높은 로켓 발사 비용이다.  로켓 발사비용은 재활용할 수 없는 일회용 로켓 시스템의 한계로 한없이 높은 것으로만 여겨졌기 때문에, 인류는 아직 지구 이외의 행성에 최초로 유인 우주 비행 시대를 연 유리 가가린 이후에도 우주 로켓에 대한 문법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로켓 발사비용은 재활용할 수 없는 일회용 로켓 시스템의 한계로 한없이 높은 것으로만 여겨졌기 때문에, 인류는 지구 이외의 행성에 우주기지나 식민지를 개척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머스크가 SpaceX를 설립하면서 최초로 로켓을 재활용하여 발사 비용을 1/10으로 줄이겠다고 공언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은 그가 미쳤거나 사기꾼 아니면 허풍쟁이라고 생각했다.


인류가 달에 착륙한 지 50년이 넘었지만, 지구의 유일한 위성인 달에는 아직 정착 기지가 없다. 1969년 7월 16일, 인류 역사상 최초의 달 착륙 미션을 위해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사상 최대 크기의 로켓이었던 새턴SaturnV에 실려 발사된 아폴로 11호는 선장 닐 암스트롱Neil Armstrong, 사령선 조종사 마이클 콜린스Michael Collins, 착륙선 조종사 버즈 올드린Buzz Aldrin, 이렇게 세 명을 태우고 달로 향했다. 지구를 떠나 4일 동안 쉬지 않고 항해한 끝에 미션 팀은 지구에서 약 380,000km 떨어진 달에 착륙했다. 1969년 7월 20일, 인류는 드디어 달의 ‘고요의 바다Sea of Tranquility’에 착륙했다. 암스트롱은 달 표면에 첫 발을 내딛으며 “비록 한 명의 인간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커다란 도약이다”라는 멋진 말도 남겼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첫 발 이후로 달 탐사에는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렇다 할 진전이 없었다.


만일 달에 우주기지가 건설되었다면 진작 인간의 우주 탐사를 진전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달 기지는 인류가 지구를 벗어나 태양계 혹은 다른 은하로 항해하기 위한 중간 기지로서 유연한 탐사 계획 세우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아폴로 이후 아직까지 달에 우주정거장이 지어지지 않은 한 가지 이유는 단순히 사람들이 자주 달에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류가 지금까지 우주 비행사를 달에 보낸 것은 총 6회에 지나지 않는다. 이 모든 달 착륙은 1969년에서 1972년 사이 3년 동안 아폴로 미션이라는 이름으로 집중적으로 이루어졌으며 그 이후에는 다시 이루어지지 않았다. 새턴V 로켓은 지금까지도 인류가 제작한 가장 강력한 로켓 중 하나로 남아있다. 직접 비교하는 것은 어렵지만, 1960-70년대의 아폴로 프로그램에 사용된 새턴 V는 약 33메가 뉴턴, 50여 년이 지난 2020년대의 SpaceX 팰컨 헤비 로켓은 약 23메가 뉴턴의 발사 시 추진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통상 2,000km 내외인 인공위성 발사 고도 지구 저궤도LEO, low earth orbit까지의 운송중량한계payload는 새턴V가 약 140톤, 팰컨 헤비가 64톤 수준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는 과거 50년간 인류의 로켓 기술이 진보하지 못한 채 답보상태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즉, 현재 인류의 기술로는 달에 우주기지를 건설하는 것은 둘째치고 사람을 달에 보낼 수 있는 강력한 로켓 개발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류는 다시 강력한 로켓을 개발하기 시작했는데, 현재 이 미션은 최초의 본격적인 민간 우주 탐사 회사인 SpaceX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 야심찬 회사는 NASA와의 협업 하에, 우주 비행사를 달로 데려가고 달에 우주 기지를 만드는 새로운 임무를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달 착륙과 달 기지 건설은 근본적으로 다르며 후자의 어려움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달에 기지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지구에서 기지의 구성 부품을 사전에 제작하고 달로 가져가서 그곳에서 조립해야 한다(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국제 우주 정거장ISS, international space station도 이런 방식으로 건설되었다). 지상 400km 궤도를 돌고 있는 국제 우주 정거정과 달리 달은 지구로부터 약 38만 km 거리에 있다. 달까지 가려면 약 3일의 여정이 필요하다. 많은 짐을 실은 채 여행하려면 엄청난 양의 연료도 필요하다. 수많은 반복 비행이 필요하며 이는 결과적으로 높은 비용을 수반할 것이다. 때문에 달 기지 건설에 필요한 건축 자재를 달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대체하는 것도 고려되고 있다. 소위 ‘달 콘크리트’인데, 지구에서 만드는 자갈, 모래, 시멘트, 물의 혼합물 대신에 달 먼지와 유황을 녹이고 섞으면 생성되는 강한 고체 물질을 사용하는 것이다.


달 기지에 머무르는 대원들을 위한 보급품도 고려해야 한다. 생명유지에 필요한 장비, 전력 공급 장치, 식품 및 마실 수 있는 물 등이다. 때문에 과학자들은 흙이 없이도 채소를 재배할 수 있는 물을 이용한 농사 방법(수경 재배)을 장기적인 달 식량 생산의 방편으로 고려하고 있다. 전기 생산도 까다롭다. 태양 에너지를 이용한 전기 생산 방식이 유력한데, 달의 자전 주기는 28일로, 달 기지가 구축되면 그 장소는 14일간 태양을 바라보다가 14일 동안은 어둠 속에 위치하게 된다. 따라서 배터리를 이용한 효율적인 에너지 저장 장치ESS, energy storage system도 필요하다. 과학자들은 이런 음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달의 극지점에 태양전지판을 설치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NASA는 2024년까지 인간을 달에 착륙시키는 아르테미스Artemis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아폴로 프로그램 이후 미국의 달 착륙이 어떤 모습일지에 대한 첫 번째 청사진을 제시했다. 2020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의 자문단이었던 국가우주위원회National Space Council는 "지속적인 달 탐사 및 개발을 위한 NASA의 계획"이라는 제목의 13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제시했다. 이 보고서는 2024년의 달 착륙을 정당화하고 달성하는 비전을 제시하면, 미국이 달과 달 궤도에 장기간 주둔함으로써 무엇을 성취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보고서는 지난 20년간 이루어진 지구 저궤도에서의 활동 이후 우주 탐사의 다음 큰 도전, 즉 달과 그 주변에서 활동 영역을 넓혀 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이 달에서의 활동을 통해 향후 화성에서 일어날 최초의 인간 임무에 필요한 핵심 요소를 사전에 구현하는 연구 기반이 될 것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따르면 NASA의 달 기지 계획은 달의 남극에 영구 전초 기지를 건설하는 것이다. 이 지역에는 섀클턴 분화구Shackleton Crater가 위치해 있다. 섀클턴 분화구는 남극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Sir Ernest Henry Shackleton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는데, 이 분화구의 지름은 약 21킬로미터, 깊이는 4.2킬로미터에 달하며 약 45억 년 전에 대형 소행성이나 혜성의 충돌로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곳에 건설될 달 기지는 우주비행사가 달에서 생활하고, 일하고,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면서 향후 화성 탐사를 위한 경험을 쌓는 준비 장소가 된다. 아르테미스 달 기지 건설을 위해서 NASA는 새로운 달 탐사 로버, 이동식 주택, 혹독한 달 환경에 적합한 거주지 디자인을 개발하고 있다.


NASA는 2022년 새턴 V를 뛰어넘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로켓인 '우주 발사 시스템SLS, Space Launch System'의 시험 발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아르테미스 1로 명명 이 미션은 여러 번의 기술적 문제로 인한 연기 끝에 2022년 11월 16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되어 우주 비행사 없이 달 궤도 진입 지점까지 오리온 캡슐Orion capsule을 보내는 데 성공했다. 향후 오리온 캡슐은 승무원을 태워 실제 달 지표면까지 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아르테미스 베이스캠프는 2030년대 초에 운영을 시작할 수 있으며 지속 가능한 달 거주지를 마련하려는 NASA의 장기적인 목표에 중요한 이정표가 된다. 베이스캠프는 우선 최대 45일 동안 기지에서 멀리 떨어진 여행을 지원할 수 있는 인간이 거주 가능한 이동성 플랫폼이 될 예정이다. 


달 궤도에는 NASA가 국제 파트너들과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건설 중인 달 궤도 정거장 게이트웨이Gateway도 건설된다. 게이트웨이는 유럽, 캐나다, 일본의 우주 담당 기구의 참여로 이루어지는데, 이 정거장은 지구와 지속적으로 통신하면서 상주 승무원을 둔다. 그리고 달 탐사와 그 이상의 행성으로 향하는 임무를 위한 준비 장소를 제공한다. 게이트웨이는 자체적인 동력 및 추진체를 갖추고 거주 공간, 화물 보관 공간을 제공하는 모듈, 유럽 우주국ESA, European Space Agency에서 계획 중인 국제 거주 모듈, 게이트웨이에서 달 표면으로 우주 비행사를 수송하는 표면 접근 모듈 등을 포함한다.


그렇지만 결국 이러한 과학적 업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도 비용이라는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면 실현될 수 없다. 과학적 아이디어Science 실현을 위해서는 기술적인 구현이 필요하고Engineering, 이것이 가능해야 상용화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사업Business로 이루어진다. 즉, Science-Engineering-Business의 골짜기를 넘어야 한다.


이러한 각 단계별 어려움이 소위 '기술 경영technology management'의 세 가지 장벽으로 불리는 악마의 강Devil river, 죽음의 계곡Valley of death, 그리고 다윈의 바다Darwinian sea이다. 기술 경영은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기업과 산업을 구축하는 경영방식을 말한다. 기술 경영 이론에서 악마의 강, 죽음의 계곡, 다윈의 바다는 이상의 실현을 저해하는 허들로 자주 강조된다.


악마의 강은 조직이 기초적인 과학 연구에서 제품 개발 단계로 전환할 때 직면하는 장벽이다. 과학이 산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지를 탐색하는 것이다. 두 번째, 죽음의 계곡은 '상업화'로 넘어가기 위해 '제품화'를 이룰 수 있는 단계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 있어도 품화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그림의 떡이다. 충분히 제조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엔지니어링 기술이 고려되어야 한다. 마지막 다윈의 바다는 두 단계의 장벽을 넘은 제품이 실제 시장에서 고객의 인정을 받고 지속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단계다. 어렵게 구현해 낸 제품이나 서비스가 고객에게 인정받지 못하면 그전까지의 노력은 모두 물거품이 된다.


이런 기술경영의 장벽과 디지털, 인공지능, 데이터 사이언스 역량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오늘날의 비즈니스 현실을 함께 고려할 때, 기업이 비즈니스를 구축하는 데 과학과 공학은 매우 중요하다. 과학만으로는 사업이 성립되지 않는다. 충분히 제품화의 합리성이 있다는 것을 공학적으로 보여주는 것 만으로도 비즈니스까지는 연결시키기 어렵다. 특정 조건 아래서 제한적으로 성립하는 논리를 제시하는 과학 연구나 논문 증거만으로 더 넓은 소비자의 범용적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사업’의 타당성이 확보되지 않는다. 과학적 결과의 일관된 도출을 방해하는 많은 변수들도 시장에 존재한다. 


기술경영 이론에서 살펴본 것처럼, 과학을 비즈니스로 연결시키기 위해 기업은 공학이라는 난관을 통과해야 한다. 엔지니어링은 다양한 경우를 가정해 과학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성능을 보장한다. 많은 초기 기업이 과학적인 아이디어를 상용화할 엔지니어링 문제에서 무릎을 꿇는다. 제품의 안정성 보장과 더불어 낮은 생산 코스트를 보장하는 것 역시 엔지니어링의 역할이다. 이것이 남들이 차마 도전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능력이다. 때문에 머스크는 현대 기업에 가장 필요한 능력으로 엔지니어링 능력을 강조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비전과 영감은 조직의 비용 절감 능력, 이를 뒷받침하는 엔지니어링 수준에 의해 구현될 수 있다. 머스크의 말은 기업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 비용 절감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영감이 혁신과 변화를 주도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그의 지적은 정확하다. 사람들이 영감을 받을 때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며 가능성의 한계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머스크가 다양한 비즈니스에서 사람들이 목표를 끊임없이 쳐다보도록 만들면서 사업적 성공을 이룩했다. 그는 더 나은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다른 사람들도 그 비전을 공유하도록 영향을 준다.


머스크는 비용이 혁신의 주된 적이자 장애물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우주 탐사를 위한 로켓 발사 비용이 너무 높다면 수행할 수 있는 임무는 제한된다. 로켓 발사 비용을 저렴하게 할 수 있다면 달과 화성에 기지를 건설하고 우주를 탐사하면서 인류의 지평을 넓히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비즈니스에서 비용 절감은 기업의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는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기업이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기술적 해결책을 항상 내놓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엔지니어링으로 비용을 낮출 수 없다면, 기존의 비용에 대한 전략적 관리를 도입하는 것도 해결책이 된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에 따르면, 조직은 비용과 전략을 연결하여 비용을 낮출 수 있다. 즉, 기존 비용을 절감해 고객에 대한 가치 제안을 강화할 수 있는 전략적 투자 비용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비용 절감은 어려운 일이지만 충분한 아이디어와 올바른 실행 방법이 있다면 달성할 수 있는 목표로 바뀐다.


통상 기업은 비용을 절감할 때 전략과 무관하게 비용을 삭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접근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경영진은 많은 경우 무작위로, 일방적으로, 지속적으로, 그리고 우선순위의 지정 없이 각 부문의 비용을 삭감하라고 지시한다. 이 때문에 조직원들은 만성적인 ‘비용관리 피로감cost management fatigue’에 시달리고 조직의 효과성은 낮아진다. 구성원들은 진심으로 예산 절감에 나서지 않게 되며, 주요 사업에 할애할 자원도 확보되지 않는다. 경영진은 어떤 비용이 자사에 뚜렷한 이점(예: 지속적 경쟁우위 확보)을 제공하고, 어떤 비용이 그렇지 않은지 확실하게 파악해야 한다. 


식품 회사인 프리토레이Frito-Lay의 전 CEO 로저 엔리코Roger Enrico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제품 품질에 대대적인 투자를 해야 했는데, 일반 관리 비용의 40%를 절감 매장 직접 배송, 제품 및 제조 혁신, 소비자 마케팅과 같은 핵심 자산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1억 달러를 절감하면서 1,800여 명의 관리직 직원을 해고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여러 단계의 관리와 불필요한 관행이 제거되어 대응력과 효율성이 높아졌고, 프리토레이의 차별화된 역량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시장 지배력은 높아졌다.


영감과 비전을 비용 절감이라는 경로를 거쳐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비용과 전략을 연결하는 사고방식을 조직에 전파해야 한다. 예산에는 우선순위가 있어야 하며, 비전 실현을 위한 직접적인 예산이 우선 할당되어야 한다. 우선순위가 없이 예산이 일괄 배분된다면 비전은 실행될 수 없다. 


그리고 조직의 역량 측면에서 비용을 재고해야 한다. 현재 지출 패턴의 전략적 의미를 정리해서 운영을 개선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경영에 소요되는 모든 비용을 ‘작년 대비’식의 방식이 아닌 제로베이스에서 생각해야 한다. 제로베이싱Zero-basing이라고 불리는 이 기법은 과거의 예산 관행에서 조직이 벗어나도록 해 준다. 이렇게 수립된 전략적 예산 책정 방식은 조직 내에서 유지될 수 있어야 한다. 비용과 전략을 연결시키는 전략적 마인드가 전파되도록 조직의 체질을 개선해 나간다면 ‘전략’과 ‘실행’의 차이를 지속적으로 줄여 장기적인 성공을 가져올 수 있다.


머스크는 영감과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으로 엔지니어링을 선택했고, 경쟁자들이 상상할 수 없 방식으로 비용을 낮추어 왔다. 재활용 로켓의 아이디어나 전기자동차를 위한 수직 통합 가치 사슬이 그렇다. 하지만, 그는 관리적인 비용 절감에도 탁월하다. 2022년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한 후, 회사의 핵심 역량은 사회 연결망 플랫폼이 제대로 기능하도록 만들어주는 인프라와 고객에게 차별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능 개발 역량에 있음을 파악했다. 나머지는 모두 후순위에 불과했다. 핵심 역량임을 파악한 후에도 그는 트위터 팀에게 연간 10억 달러의 인프라 비용조차 최대한 절감하라고 지시했다. 


그 외에 머스크는 불필요한 관리 비용을 낮추기 위해 많은 콘텐츠 관리, 스크리닝 담당자들을 해고했고 최소한의 핵심 엔지니어링 인력만을 남겼다. 과도한 사무실 임대 비용과 현란한 사내 식당과 같은 복지비용에는 과감히 손을 댔다. 2023년 5월, 트위터는 제대로 운영되기 힘들 것이라는 세간의 부정적 시선에도 불구하고 머스크 인수 후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4억 명의 월간 활성 유저를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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