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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우 Jul 29. 2020

불안감을 조절하는 4가지 방법

강의를 하거나 컨설팅을 진행하다보면, 정말 막연한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계속 바쁘게 살고는 있는데 끊임없이 불안해요’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대표적이다.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닌 것을 보면, 사회적 불안감은 큰 문제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2016년 잡코리아에서 성인남녀 1,92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현대인들의 걱정과 불안감’ 설문조사에 의하면 성인들 중 약 64.4%가 ‘매우 걱정이 많다’라고 대답했다. 이러한 불안감의 실체는 무엇일까? 걱정이 많다고 대답한 응답자들 중 77.7%가 ‘막연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불안감의 가장 큰 이유로 뽑았다. 이외에는 ‘타인과 비교하며 쌓여가는 열등감’이 2위에 해당했다.      


현대인들은 끊임없이 불안하다. 우리나라는 이례적인 경제성장 끝에 꽤나 잘 살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취업, 생계, 노후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끊이질 않는다. 중고등학교 때는 ‘좋은 대학을 가야 한다’, ‘시험을 잘봐야 한다.’라는 불안감이 있다. 대학교에 가서는 ‘좋은 곳에 취업해야 한다’, ‘다른 친구들에 비해 뒤처지면 안 되는데’라는 불안감이 있다. 취업을 하면 ‘결혼해야 하는데’, ‘돈 모아야 하는데’ 불안하다. 결혼 이후에는 ‘아이는 언제 낳아서 어떻게 키우지’, ‘내가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 건가’, ‘결혼생활을 잘 하고 있는 걸까’, ‘노후대비는 어떻게 해야 하지’, ‘지금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하나’ 등등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이처럼 불안감이 불안감을 낳는 이유는 무엇일까? 불안감은 혈액검사나 엑스레이로 정확하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측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직접 확인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더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불안감에 대처하는 가장 첫 번째 단계는 불안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불안이라는 것의 정의는 ‘안전하지 않다’는 뜻이다. 평소에 무의식적으로 우리가 불안감을 느끼고, 반응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한강변의 정 중앙에 돗자리를 펴고 누워있으면 시원한 바람도 좋고 햇살도 좋게 느껴진다. 그런데 이 완벽한 상황에서 잠을 자려고 눈을 감으면 이상하게 불안하고 잠이 잘 오지 않는다. 그러나 똑같은 위치에서 텐트를 치거나, 담요를 덮거나, 돗자리를 나무 아래 그늘진 곳에 가져가면 잠이 온다. 비슷하게 침대에 누워서도 이불을 덮지 않고는 불안해서 잠이 안 오는 사람도 있다.      


카페에 가도 마찬가지이다. 카페 안이 텅텅 비어있는 경우 무의식적으로 벽쪽에 앉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하철 자리가 다 비어있어도 정중앙에 앉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은 가장 끝자락에 앉는다. 대체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걸까? 한강변의 중앙에 누워 잠을 자거나, 카페, 지하철 중간에 앉는다고 해서 현실적으로 위험한 일이 벌어질 확률은 극히 드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본능적으로 구석진 곳, 다시 말해 안정감이 드는 곳으로 자리를 선택한다.     


불안감은 인간의 생존을 위해 존재하는 감정이다. 인간은 낯선 상황에 부딪히게 되면 본능적으로 불안감을 느낀다. 이것을 과학적 용어로는 스트레스라고 한다. 1930년대, 캐나다 맥길대의 교수였던 한스 셀리에는 호르몬 연구를 진행하다가 우연히 ‘스트레스’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옆 실험실의 생화학자가 동물의 난소에서 분리한 물질을 가지고 쥐에게 주사하며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쥐들의 부신(신장 바로 위에 붙어 있는 분비샘)이 커지고, 면역 조직이 위축되며 위궤양이 생기는 것을 목격했다. 셀리에는 자신이 새로운 호르몬을 발견했다고 생각하고, 본격적인 실험에 돌입했다.      


그는 추출물과 식염수를 각각 다른 쥐들에게 주입하는 대조군 실험을 진행했다. 추출물을 주입한 쥐들에게만 이러한 특정 증상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식염수를 주입한 쥐들에게도 똑같은 증상이 일어났다. 믿기 힘들었지만, 그는 여기에서 포기하지않고 완전히 새로운 실험을 하기에 이른다. 쥐들에게서 나타낸 증상이 특정 추출물과 연관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두 집단이 공통으로 경험한 무언가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셀리에 교수는 사실 쥐를 다루는데 굉장 서투른 편이었다. 식염수나 난소 추출물을 주입할 때마다 쥐들과 싸움을 벌이며, 한바탕 소동을 일으키기 일쑤였다. 이러한 사실을 깨닫게 된 그는 쥐들이 ‘불쾌한 경험’을 할 때 특정 신체 변화가 나타났다고 가정하며 실험을 진행했다. 한겨울에 쥐들을 연구소 건물 지붕 위에 올려놓기도 하고, 못 견디게 더운 보일러실에 두기도 했다. 상처를 낸 뒤 치료하기도 하는 등 엄청나게 불쾌한 경험들을 겪게 했고, 그의 예상대로 이러 한 경험을 한 쥐들은 비슷한 신체 변화를 보였다.      


1936년, 셀리에 교수는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한 자신의 논문 ‘다양한 유해 자극으로 생긴 증후군’에서 이렇게 밝혔다. 손상을 입히는 자극의 유형에 무관하게 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난다.’ 그는 이 증상을 스트레스 반응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불안감은 스트레스 반응 중 하나에 속한다. 이전 글에서도 말해왔지만, 적당한 스트레스는 인간의 생존에 필요하다. 불안감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할 것은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라는 사실이다. 만약 불안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오히려 문제가 생긴다. 8차선 도로를 아무런 불안감 없이 건너가고, 낯선 사람이 쫓아와도 불안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생존에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      


정말 피해야 할 것은 ‘과도한’ 걱정과 불안감, 스트레스이다. 과도한 불안감으로 오는 정신적인 증상 중 대표적인 것이 공황장애이다. 공황장애란 불안장애의 일환으로 뚜렷한 이유가 없이 갑자기 극도의 두려움과 불안감을 느끼는 것이다. 우울증과 더불어 가장 많이 나타나는 정신병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로 불안감을 느끼는 것이 정상이고, 어떤 정도가 심각한 것일까?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이자 한국정신분석학회 이사인 건국대 하지현 교수는 그랜드 마스터 클래스에서 ‘불안은 사라질 수 있는가’라는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다. 수많은 정신병 환자들을 만나면서 그는 불안감에 대한 정상 범위 기준을 정했다고 한다. 그의 말을 살펴보자.      


나의 생존에 있어서 내 가족 안에만 머물러 있으면이때부터 저는 기능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밖을 못나가고집에만 있고방에만 6개월 동안 있다가 오시는 분들을 많이 봅니다기본적으로 친구들을 만나고 학교는 다니지만 일을 시작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성인의 경우 이정도 까지 비정상입니다.  

제가 정상이라 보는 것은 이정도입니다기본적인 일은 하고시험 스트레스정도는 잘 견뎌냅니다그러나 새로운 일을 하거나 이사를 하는 것에는 두려움이 있어요이 정도면 정상입니다이 정도면 요즘 약간 불안해하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패턴입니다

이 이상이 되는 분들은 아주 건강한 수월성의 세계에 있는 사람들입니다매일매일 새로운 사업을 하고 6개월에 한 번씩 이직을 하고새로운 스트레스에 정면 돌파하는 사람들은 이상한 사람들이에요그러니까 이런 사람들을 쫓아가려고 하지 마세요.’     


어떤 분야에서든지 재능을 타고난 사람들이 있다. 하지현 교수가 하는 말에 따르면 정말 비정상적으로 불안감을 많이 느끼는 사람들보다, 평범한 정도의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불안감을 느끼는 것 자체에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수월성의 세계에 있는 사람들과 비교하면서 자신이 과도하게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아닌지 걱정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불안감과 긴장, 스트레스 그 자체가 아니라, 그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다. 한스 셀리에 교수 또한 스트레스에 대한 수많은 연구 끝에 이렇게 말했다.


 스트레스가 아니라그에 대한 반응이 우리를 힘들게 한다.’      


불안 그 자체는 인생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불안이 없는 삶이야말로 정말 위험한 삶이다. 그러나 불안감이 자신을 뒤덮고, 너무 힘들게 한다면 이 또한 문제가 된다. 따라서 불안감을 사라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삶의 태도로 조절해 나가야 한다. 이번에는 불안감을 조절하기 위해 어떤 삶의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하나씩 알아보자.     


첫 번째, 슈퍼맨 콤플렉스에서 벗어나기. 25년간 하버드 의대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한 스티븐 버글라스(Steven Berglas)는 이렇게 말했다. 항상 똑똑한 사람처럼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려라능력있는 많은 사람들이 바보처럼 보여선 안 된다는 생각에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자신이 가진 능력 이상을 자신에게 기대하면, 당연히 불안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슈퍼맨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가장으로서의 역할, 직장에서의 역할, 애인으로서의 역할, 친구로서의 역할 모두 잘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불안감을 안 느끼는 것이 이상할 정도이다. 


불안감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딱 하나의 핵심문제가 있는 경우보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여러 문제들에 대한 책임을 혼자 과도하게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진 모든 역할에 대해 높은 기준치를 가지고 있으면 당연히 불안감이 닥친다. 당신은 슈퍼맨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하라.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두 번째, 모든 욕망을 채우지 못해도 내 생존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는 사실 깨닫기. 우리는 생존을 위한 욕구와 단순한 욕망을 분리할 줄 알아야 한다. 바라는 것을 갖지 못하면 엄청나게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좋은 차, 좋은 집, 좋은 가방 등 이런 것은 생계와 연관되지 않는다. 없다고 해서 당연히 안전과 직결되지도 않는다. 


생존을 위해서는 누울 곳이 있고 밥 먹을 수 있으면 되는데, 욕망은 절대 끝이 없다. 재벌들이 탈세하거나 범죄를 저지르면 ‘돈도 많은데 왜 저렇게까지 할까’ 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그들도 인간이기 때문에 욕망에는 끝이 없다. 


일반적으로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것은 의식주이다. 외부의 자극이나 낮은 온도에서도 나를 지켜줄 수 있는 옷,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밥, 그리고 위협으로부터 안전해질 수 있는 집이다. 즉, 의식주가 해결이 되면 생존에는 큰 무리가 없다.       


세 번째, ‘00살 되면 결혼해야지, 00살 되면 대학가야지, 00살 되면 애 낳아야지, 00살 되면 취업해야지‘ 라는 사회적 기준에서 벗어나기. 이는 우리사회의 불안감을 조장하는 가장 큰 원인이다. 비교와 열등감, 정답처럼 정해진 삶의 기준은 사람들의 불안감을 끊임없이 조장한다.


불안은 본래 인간의 생존을 위해 있는 감각이다. 사회적인 기준을 맞추려고 하는 것 또한 인간의 기본 욕구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사회적 기준이 너무 높은 것이 문제이다. 특히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사회적 기준을 맞추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런 모든 사회적 기준을 따라갈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쉽지 않겠지만, 사회적 기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네 번째, 처음부터 최고가 되려고 하지 말 것. 어떤 일이든지 처음부터 최고가 되겠다는 압박감을 가지면 시간과 비용, 감정적인 소비가 생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아무리 좋은 목표를 가지고 노력하더라도 지속하기가 어렵다. 불안감은 미래를 통제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면 점점 더 커지기 때문이다. 최고가 되려면 실력과 노력도 중요하지만 운도 따라주어야 한다. 그러나 불안감을 조절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무작정 노력만 하면 운이 찾아올 때까지 버텨내기가 어렵다.    


따라서 처음 시작할 때에는 과도한 불안감을 억지로 참고 이겨내기보다 최악만 면한다는 생각으로 목표의 기준을 낮추어야 한다. 최악을 면하는 상태에서 불안감을 조절하고, 꾸준히 지속해나가면서 목표를 점차 올려가야 한다.          



요약정리 : 현대인들은 끊임없이 불안하다. 생계적으로 문제가 있지 않음에도 과도한 자신만의 기준을 세워놓고, 도달하지 못하면 과도한 불안감을 느낀다. 불안감을 해결하려면 가장 먼저 불안감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고, 우리 자신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만약 불안감이 자신의 일상생활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친다면 불안감을 조절하기 위해 삶의 태도를 재설정해야 한다. 슈퍼맨 콤플렉스에서 벗어나고, 모든 욕망을 채울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사회적 기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기 위해 노력하고, 처음부터 최고가 되려고 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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