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나는 올 한 해 욕심의 집약체.
2024를 시작하며 진행했던 일러스트 챌린지.
제 브런치 글의 처음이기도 한 그 일러스트 챌린지에서부터 욕심은 시작됐어요.
이 그림이 완성되고부터 한 해는 사실 달력을 위해 존재했던 것이었습니다. (이번글은 사실 욕심 회고글.)
사람들이 옹기종기 복작복작 모여있는 게 너무 보기 좋은 거예요. 제가 가끔 그런 순간이 있거든요 제가 그리고서 제가 너무 맘에 들어서 행복해 미치겠는. 이날 이 그림을 완성하고 사인을 하는 순간 그 기분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남편에게 달려가서 여기 그려진 사람들 사이의 이야기를 해주다가 문득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2025 달력 컨셉 정했다. 이야기가 숨어있는 복작복작 일러스트로 하는 거야...!
선언을 했습니다.(왜 그랬지...) -리스본에서의 1차 선언- 그리고 조금씩 달력그림을 채워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달의 이야기들을요. 그렇게 먼저 채워진 3월. 5월. 9월. 12월 덕분에 진도가 잘 나가고 있던 와중 지원사업에 선정이 되었습니다. 지원사업 이야기도 이 브런치북의 초반부에 있어요. 아무튼 정신없는 와중에 달력이 점점 소외되었거든요. 그러다가 8월에 열렸던 드보린(그림 챌린지모임)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목표를 나누는 동안에 또 문득 달력이 떠오른 거예요.
저는 이번 드보린 활동기간 동안 2025 달력에 들어갈 일러스트를 완성할 생각입니다.
컨셉이 사람이 많이 등장하는 복작복작 일러스트거든요.
또 선언을 해버렸습니다. -드보린에서의 2차 선언- 같은 챌린지 멤버분들의 응원을 받으며 열심히 그렸으나, 저에게 여름은 지옥과도 같았고. 무조건 해내야만 했던 지원사업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손을 대지 못했어요. 근데 늘 마음속에 아.. 달력을 한다고 했었는데. 하는 마음이 맴돌았고 결국 8-9월 말레이시아 워케이션을 떠나기 전까지 밑그림은 무조건 완성하고 가자!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전부다 완성은 못했고 2달 정도를 비워둔 채 말레이시아로 떠났어요.
9월의 말레이시아는 더웠고. 해야 할 마감이 쌓여있었고. 봐야 할 관광지들이 쌓여있었답니다. 그 속에서 달력을 하지 말까 하는 마음도 꽤 많이 생겼어요. 사실 달력이건 오롯이 제 만족을 위한 제품이거든요.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팔기 위해 만든 것이라면 상당히 잘못하고 있는 거라서.. ㅎㅎ... 아무튼 그만할까 싶다가도 너무 마음에 들었던 올해의 일러스트를 묵히고 싶진 않았어요. 포기할까? 아냐 아까워. 포기할까? 아직 9월이니까 좀만 더 해보자. 하는 마음이 왔다 갔다 요동을 쳤습니다.
그리고 10월. 슬슬 주변분들의 달력 예약판매 소식이 들려오더라고요. 그리고 다시 흐린 눈 하며 미뤄두었던 달력들이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10월이면 아직 괜찮은데 일단 다시 해볼까. 하고선 펜을 잡아들었습니다. 그리고 11월. 이제는 미룰 수 없게 되어버린 순간 세 번째 선언을 했습니다.
- 마지막 선언 - 그리고 정확히 10일 뒤. 달력 일러스트가 마무리되었고 지난주부터 사이트에서 예약판매를 시작했어요. 몸을 비틀어가며 앉아서 사람을 여기저기에 그려 넣던 순간들이 갑자기 스르륵 스쳐 지나가네요.
사실 달력에 더 큰 욕심을 내었던 것은, 제가 작년달력을 만들지 못한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2023년의 저는 마음이 아픈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저를 돌보지도 못했고 상처를 가득 품은 채 한해를 얼른 끝냈습니다. 지난번의 글처럼 끝난 2023년은 결국 2021년부터 만들어오던 달력도 못 만들게 됐거든요. 그래서 올해 새로운 달력을 만드는 것의 의미는 저의 치유와도 관련이 있답니다. 그래서 제가 치유할 수 있는 그림들을 열심히 그려 넣은 것이 고요.
제 달력은 판매 후 수익을 남기는 것이 목적이 아니고 저를 응원해 주시는 분들과 그림을 나누는 것이 목적이라 하나씩 판매가 될 때마다 저를 신경 쓰고 아껴주는 사람들의 마음이 전달되는 기분이 들어요. 늘 고마운 사람들이다 하면서 한 해를 마무리해 봅니다. 그래서 달력 택배는 제가 마음대로 한 박스 가득 선물을 욱여넣을 수 있는 용도로 쓰이기도 한답니다. 주문해 주신 분들을 위한 마음들을 열심히 모아놓는 중이에요. 보내주신 마음만큼 제 마음이 전달되기를 한가득 바라봅니다.
올 한 해를 돌아볼 수 있었던 2025 달력 제작기를 이렇게 마무리지어봅니다! 다음 주에 또 무사히 다른 욕심으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