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왜 안타깝죠? 그렇지만 감사합니다.
우연히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올리다가 1년 전 오늘 업로드한 만화를 다시 보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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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의 저는 좀 많이 지쳐있었더라고요. 활기참으로 가득 찬 요즘과는 정반대의 삶. 그래서 더욱 퇴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뛰쳐나왔습니다. 퇴사결정을 하고 이리저리 사람들을 만나 마지막 인사들을 하면서 여러 가지 질문과 조언들을 들었습니다. 제가 조언을 요청한 적은 없지만요.. ㅎ 그중에는 정말 조심스럽게 건넨 이야기가 있는 반면에 제 선택을 나무라기라도 하는 듯 고르고 고른 뾰족한 단어들로 조언을 해주신 분도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저에게 확 와서 심장에 꽂힌 문장이 있었어요.
이 한 문장에 세 가지의 문제가 있었는데요, 첫 번째 문제 "조언을 구할 어른이 없다"와 두 번째 문제 "안타깝다 "에서 이 문장은 저를 위한 말이 아님을 알게 되었어요. 왜냐면 이건 저에 대한 예의가 없는 문장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이에요. 잘 들어보셔요. 저에겐 정말 가까운 네 분의 어른이 계시거든요. 태어나서 지금까지 저를 열심히 믿고 지지해 준 엄마 아빠, 그리고 결혼하길 잘했다고 느낀 또 다른 이유인 제 창작을 온마음으로 있는 힘껏 응원해 주시는 시어머니, 시아버지. 그 누구보다 저를 알고 많은 조언을 주셨던 네 분의 의견이 저 문장의 초입에서 부서지는 기분이 들어서 매우 언짢았습니다. 왜 그런 말을 했을까. 그리고 안타깝다... 안타깝다는 뜻대로 되지 않아서 마음이 답답하다 그런 느낌인데 그럼 본인의 뜻대로 제가 하지 않은 것이 안타깝다 그런 말이었겠죠? 하하. 마지막 세 번째 문제는 제가 생각보다 믿었던 분이 하신 말씀이라는 거예요. 그리고 다짐했어요.
어떤 일이 있어도, 갑자기 돈이 없어서 나앉게 되더라도, 절대 돌아가지 않아야겠다.
그렇지만 덕분에 사실 그 얘기하지 않으셔도 저는 제가 하고 싶은 거 있는 힘껏 갖다 박는 사람이라 올 한 해 열심히 채워나갔을 테지만 지금 와서 이때의 기억을 되살려보니 그 얘기를 해주신 덕분에 절대 돌아가지 않겠다 마음먹었고 보다 열심히 살아나간 초반이 있었겠다 싶어서 어떻게 보면 그런 부분에서는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일만 바라보고 달려왔던 지난 시간 동안 한 번도 떠오르지 않았던 기억이 갑자기 1년 전 오늘 때문에 파바박 떠올라서 오늘 조금 분노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쿨다운(?)하고서 이번주의 글을 쓰는 중이에요. 좋은 소재가 될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것에 이만한 회고가 없죠. 왜냐! 저는 작년에 뛰쳐나왔지만 돈도 벌고 사업도 운영하게 됐고! 많은 프로젝트들을 하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도움청할 사람이, 절 응원해 주는 사람이 더 많아졌기 때문에! 저 말이 진짜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결론을 낼 수 있기 때문이에요! 흥!
오늘은 12월의 첫 번째 월요일입니다. 여전히 일이 마음대로 안되어서 눈물을 뚝뚝 떨구곤 하지만, 1년 전의 저와 현재의 제가 가장 다르다고 느낀 건, 작년엔 그러다 점점 모든 것을 놓았고 올해는 그럼에도 웃으며 해나가는 제가 있다는 것이에요. 일단 이꽉깨물고 해 나가면 미래의 저에게 보상이 생긴다는 걸 올 한 해 동안 느끼면서 어떻게 말할 수 없는 에너지가 잔뜩 생겼습니다. 이 멋지고 반짝였던 2024년이 밑거름이 되어 앞으로 나아갈 저를 또 한 번 기대하게 되는 12월이에요. 누군가 저에게 가장 좋아하는 달을 고르라고 한다면 저는 거침없이 12월을 고를 겁니다. 크리스마스가 있어서 그런 것만은 아니고요, 한 해의 마무리에 있는 힘껏 한 해를 돌아보고 저를 칭찬하며 내리는 눈을 맞고 빨리지는 해 덕분에 반짝이는 모든 빛들을 더 오래 볼 수 있고 차가워진 손끝을 호호불어가며 키보드를 칠 수 있는 이 모든 것들이 12월에 모여있어서요. 올해는 유독 멋졌기 때문에 12월이 더욱 바쁘네요. (그래서 지난주 내내 울었습니다만...)
이 정신없는 12월이 얼른 마무리되어 2025년을 행복하게 맞이할 수 있기를 살포시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