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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

by 이은 Jan 1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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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성숙해지면 ()게 된다."


우연히 스레드에서 본 질문. 

원래는 침묵이라 생각해 왔다. 태어나 처음 말문이 트이고, 엄마로 시작하여 뭐야라는 질문들로 정보를 수집하고, 원망을 뱉으며 복잡한 사유 속에 침묵하게 된다. 


죽은 자는 말이 없듯이. 


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누군가의 기억 속에 쌓여 하나의 산이 되는 것을 아는 사람이라면, 짐이 되기 싫으니 더 이상의 이해와 바람을 놓고 가지 않으려 하니까. 


나의 정서로 또 다르게 답변한다면 더 쓰고 싶은 글이 없을 때이고, 더 이상 꿈을 꾸지 않을 때이다. 


하지만 살아 숨 쉬고 있는 한, 매해 허물을 벗겨내며 새로운 ’나‘를 보게 되겠지. 

또 새로운 언어로 말이 트이고, 정보를 수집하며, 원망도 뱉고, 복잡한 사유 속에 잠드는 과정을 겪어야겠지. 

그럴 때마다 나는 계속 글을 쓰겠지. 


브런치 글 이미지 1

그렇다면 내게 인간은 성숙해질 수 없는 존재다. 잃어버린 낙원은 우리를 벌거벗은 아이로 만들며, 신의 손으로 거두어지고 나서야 누군가의 기억 속에 하나의 조각으로 남는다. 그 조각이 가슴을 찌르며 아프게 하지 않게 모서리를 다듬어 주고 가는 것이 마지막 배려이지 않을까. 너무 많이 깎아내지는 말아야겠다. 조각조차도 남겨주지 않는다면, 누군가는 잃어버린 조각을 찾기 위해  자신을 한없이 깎아내릴 테니. 


물론 어떤 형태로 남든, 아예 사라져 버리든 자유다. 나만 생각하고 이기적으로 살아도 누구도 뭐라 할 자격은 없다.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남는 이를 위해 자신을 담금질하며 견뎌내 주는 것이 성숙으로 가기 위한 인간의 형태로 보인다.


인간은 성숙 해지기 위해 자신을 가공하게 된다. 본래 이렇게 태어나 어쩔 수 없다는 말은 내게 핑계로 들린다. 

나의 뾰족함은 타인을 향한 조급함이기에 깎고 깎아 인내해야 한다. 고통을 이해하며 지켜봐 주는 것. 덜 고통스럽도록 폭발물을 몰래 걸어주는 것. 차라리 함께 불길 속에 뛰어드는 것. 


그게 사랑인 거 같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이미 누군가는 나의 불속에 들어와 조각을 남겨주고 갔다. 뾰족하기도, 둥글기도, 잡기 힘들 정도로 작기도 하지만 그 조각들이 쌓여 불을 잠재우고 구덩이에서 꺼내주었다. 빠져나오고서야 알았다. 산처럼 쌓인 조각들이 바로 내 낙원이었다는 것을. 인간은 성숙해지면 타인의 고통 속에 뛰어들게 된다. 


다시 말해, 인간은 성숙해지면 사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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