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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세라 Feb 25. 2021

4시에 글쓰기로 했으면 4시에 글을 써야 한다

일정한 시간에 글쓰기

이것은 너무 중요해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4시에 글을 쓰기로 결심했으면 4시에 글을 써야 한다!
어떠한 핑계도 통하지 않는다.

- 도러시아 브랜디(미국 소설가)


새벽에 일어나 글을 써보기로 했다.


글을 써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매일 글을 쓰지 않고 넘기는 날이 늘어나면서 스스로에게 실망하는 일이 많아졌다.

차라리 결심을 하지 않았더라면 내 기분도 마이너스가 되지 않았을 텐데 의욕만 앞서 하지도 않을 목표를 잡고 도전을 한 게 탈이었다.

그렇게 몇 년을 흘려보냈다.

그래, 며칠, 몇 달이 아니라 몇 년이다.



도서관 대출목록에 작가가 되기 위한 지침서들이 늘어갔다.


모두들 하나같이 획기적인 방법은 없었다.

지침서라기보다는 명상집을 보는 듯한 책이 더 많았다.

책 속의 작가들은 모두 금욕주의자 같았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라.

말이 쉽지,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인내해야 하는 과정이다.

단순해 보여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너무 지루해 감히 아무나 따라 할 수 없는 방법이다.



내가 글을 자유롭게 쓰게 된 것은 사실 나에게는 큰 사건이었다.


글을 자유롭게 쓴다는 말을 좀 정확히 표현하면, 누가 보든 보지 않든 내 생각을 정리해 쓸 수 있는 자신감 정도라고 말해두겠다.

쓰려고 해도 생각이 없고, 생각을 해도 정리가 안 되고, 생각 정리를 해도 첫 문장을 쓰기가 어렵던 시절이 있었다.


글을 쓰는 행위가 내 정체성 중 하나가 된 계기는 언론사 시험 준비였다.

그 이전까지는 한 번도 글을 써보지도 않았었고, 대중을 향한 글쓰기는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 여겼다.

가끔 끄적이는 감정적인 일기가 고작이었다.

감성적인 글이 결코 아닌, 내 감정만 드러내는 글 말이다.


20대 후반 다소 무모하고도 어이없게 뛰어든 언론사 시험을 준비하면서 처음 글이라는 것을 써봤다.

정말 힘들었다.


첫 해는 시험장에서 내가 무슨 말을 쓰는지도 모른 채 끄적이고는 너무 창피해 황급히 그곳을 빠져나왔다.

차라리 시험 범위가 정해진 시험이라면 준비하는 동안 뭐라도 할 텐데 글을 써야 하는 시험에 대비하는 건 매일이 고난이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뭘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아침에 일어나면 나에게 주어진 일이 없어 마치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매일 꾸준히 했던 것은 신문 읽기, 최신 이슈에 대한 생각 정리하기, 도서관에서 아무 책이나 읽기, 스터디에 나가서 글쓰기.

강제적으로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는 중이었다.



처음에는 취업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괴롭기 짝이 없었지만, 점점 ‘행복한 백수’가 되고 있었다.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

도서관에서 오전 내내 신문사 두 곳의 신문지면을 1페이지부터 32페이지까지 읽고, 오후가 되면 필독서로 꼽히는 책, 나중에는 거의 다 읽어 그냥 도서관을 휘저으며 책꽂이에서 손에 잡히는 대로 책을 꺼내 읽는다.

스터디가 있는 날에는 친구들과 모여서 글을 두 편 쓰고 온다. 언론사 시험 두 과목, 논술과 작문, 이렇게 각각 한 편씩.

만약 스터디가 없는 날이면 도서관에서 남는 시간, 영화 DVD를 빌려 본다. 글을 쓰기 위한 소재를 찾는다는 명분으로.


지금 생각해도 그 시절은 나에게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물론 부모님은 가장 괴로웠던 시간이었지만.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라는 허망해 보이는 말.

웬만한 인내가 없고서는 실천하기 힘들다.

나 역시 취업이라는 강제 조건이 없었다면 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일상이 있는 보통의 사람들이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는 일을 꾸준히 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글 쓰는 법을 책으로 낸 작가들이 책 속에서 금욕주의자처럼 보이는 이유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방법 그거 하나다.


그 외 방법이 없다.

그러니 시간을 내고 돈을 들여서 사보는 '글 쓰는 법' 책에는 맨 그 이야기뿐이다.

‘안다, 안다고, 다른 기발한 방법은 없는 거야?’

책을 탈탈 털어봐도 딱히 보이지 않는다.


글쓰기 책을 읽을 때면 기발한 방법을 명시한 실용서를 읽는다기 보다는 마인드셋을 하기 위한 자기 계발서를 읽는 느낌이다.

책을 읽을 때는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 덮고 나면 다시 돌아오는 일상.

여느 자기 계발서처럼 말이다.


결국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기 위해서는 도러시아 브랜디 작가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한 단순하고도 묵직한 실천이 필요하다.



4시에 글을 쓰기로 결심했으면 4시에 글을 써야 한다!



왜 그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했는지는 직접 경험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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