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란 기계 속 나는 어떤 부품인가?
2021년 2월 말.
학사모가 휘날리고 꽃다발이 장사진을 이루는 날,
나는 6년의 대학생활을 마쳤다.
졸업장을 받고 집으로 가 ‘졸업’이 어떤 의미로 남을지 고민할 새도 없이 다음 날 나는 바로 출근을 했다.
2021년 3월.
학생때 실습하면서 병원을 돌아다녔기 때문에 건물은 익숙했다. 아침 출근길도 그저 학생때의 연장선 같았다.
나의 착각이었다.
대게 많은 사람들은 의사라는 면허증이 주어지면 많은 것을 할수 있다고 착각한다. 그도 그럴것이 의학 드라마에서는 갓 의사가 된 인턴인 주인공이 패기 넘치게 환자에게 각종 시술을 하고 환자를 살려낸다.
순 뻥이다.
학생에서 의사가 될때 국가시험을 치지만, 그 범위를 넘어서는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다.
하지만 그 누구도 병원에서 일을 시작할 때 하나하나 가르쳐 주지 않는다.
스스로 공부하고 해결해나가며 일을 해야한다.
흔히들 의사가 되는 순간 부터 돈벼락을 맞는 줄 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인턴의 초봉은 대게 3천만원 후반대이다.
사회 초년생의 초봉 치고는 굉장히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여기엔 큰 모순이 있다.
일반 직장인은 주 50시간을 일한다.
인턴은 주 80시간을 일한다.
즉 시급으로 따지자면 우리는 약1만원대에 형성된 것이다.
첫 날 일을 시작할때, 머리 속엔 안일한 생각 뿐이었다.
선배들도 수십년간 이렇게 일했기에, 나 또한 쉽게 해쳐나갈 것이다.
이거 역시 나의 착각이었다.
병원은 큰 기계이자 공장이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기계 속 나는 비록 작은 부품이지만 절대 고장나서는 안된다.
24시간을 멈추지 않고 돌리면서도 고장나지 말라고 계속 압박이 들어온다.
나는 어느 순간 깨달았다.
수십년간 이렇게 해왔다고 해서 과연 이게 맞는 것일까?
적은 돈을 주고 많이 일하게 하면서 또 실수는 절대 용납하지 않는 이 시스템은 과연 옳은 것일까?
의료진은 뼈를 깍아서 일한다지만 그걸 알아주는 이는 몇이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