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 완주 후기
참고로 러닝 후 먹은 밥은 꿀맛!!
강릉 콜롬보
하프 후기 25.10.18 (토)
일단 하프를 완주해 보니, 이 정도 거리면.. 하….. 택시를 타는 게 현명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뛰다 보니 뛰어지는 게 신기하단 생각도 들었다.
조금 깊게 들어가 보자면
달리기를 시작한 대단한 계기는 없다. 머릿속에 안개가 끼기 시작했고 생각이 길을 잃을까 봐 달리기를 시작했다.
그렇게 2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러닝크루를 2년 만에 등록하게 되었고 평생 해볼 운동을 찾던 중 러닝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3월 중순부터 시작해서 3,4,5월 정기런만 나갔었다. 다만 비가 와도 뛰고 정기런이 없는 날도 뛰고 혼자 뛰기도 하면서, 이것저것 아주 작은 자기애들을 삶에 빼곡히 채워 넣었다.
달리기를 하면서도 대단한 성취는 없었다. 그래서 다른 면에서 성장이 전혀 없었다. 퇴보도 없이 현상유지만을 했지만 돌이켜보니 그조차도 고군분투했었다. 6km 정기런이 끝나고서, 대회들이 끝나고서 매번 다짐은 , ‘시작 전에 스트레칭해야지, 보강운동, 코어운동 해야지 ‘ 했는데도 그 다짐을 못 지킨 날들이 참 많았다.
그래도 참으로 다행인 건 잘 달리지 못한다고 해서 그 순간들이 불행을 의미하지도 않았다. 각자가 배경이 달라서 쏟아부은 시간과 노력의 양이 달라서 주어지는 누군가의 구체적인 결과에 기쁜 마음으로 박수를 보낼 수 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느낀 달리기는 악으로 깡으로 완주하는 것이 아닌 코어로 달려지는 것이었다. 그런 몸 상태를 마주하고 보니 자세가 흐트러지면 그때는 멈춰야 한다는 것도 배웠다.
아직 완급조절은 못한다. 그래서 이번에도 중간에 오버페이스가 될까 봐 7:00으로 쭉 달렸다. 21km에 대한 거리감이 체감이 안되니 페이스를 올릴 수가 없었다. 처음 약속한 15km까지는 별 감정이 없다가 17km네서 울컥했다. 폭우가 내려서 그게 눈물인지는 모르겠는데 그동안 포기 안 한 내가 참 좋았다. 짧지만 굵었던 연습시간들이 지나갔고 아쉬움도 없었다. 기록단축은 앞으로 계속 뛰면서 1년에 백몇 개씩 있는 마라톤 대회 아무거나 나가도 되니깐 상관없었다. 자기 자신이 마음에 들기 쉽지 않은 현대사회에서 오늘 하루만큼은 그 모습이 너무 예쁘고 대견했다.
러닝은 후천적으로 익히는 습관 중에서 평생 가져가고 싶은 것 중 하나가 되었다. 내가 놓기 전에 좀 더 자주 달려서 일상으로 더 가져와야겠다! 심장이 좀 뛰는 게 이렇게 좋은 일이라면 이걸 왜 나만 했나 싶었다. 친구들도 가족들도 아는 지인들도 함께 뛰고 싶다. 다들 러닝 해보자 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