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은정쇼호스트 Oct 13. 2017

고객은 메뉴얼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고객은 메뉴얼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고객을 움직이게 만드는 건 '진심'이다. 

몇 년 전, S 호텔 뷔페에서, 한복을 입고, 식사를 하려고 했던 고객이 입장저지를 당했던 일이 있었다. 알고 보니, 그 고객은 유명한 한복 디자이너였고, 한복을 입었다는 이유로 식사를 할 수 없었다.  이 웃지 못할 상황이 뉴스거리로 한동안 세상을 시끄럽게 했다. 호텔이 나름의 변명을 내어 놓았고, 호텔 대표가 꽃을 들고 한복 디자이너 집으로 직접 방문해서 나름 불끄기에 애썼지만, 한동안 이 이상하고 웃픈 뉴스는 쉽게 잊혀지지 않았다. 

호텔의 변명과 대처는 이러했다.

1. 한복은 치마폭이 넓으니, 식사 중 다른 손님이 불편할 수 있어 입장불가 메뉴얼대로했다.

2. 유명 한복디자이너인줄 알아보지 못했다.

3. 뉴스가 커지니, 그제서야 대표가 불끄기에 나섰다. 

왜, 묘하게 기분이 나쁜 걸까?

자, 입장 불가 이유를 좀 살펴 보자.

일단, 메뉴얼 대로 행동한 그들은 메뉴얼 대로 행동했기 때문에 잘못이 없다고 했다. 난 그들의 메뉴얼 타령에서, 체크리스트는 있어도, 고객 마음 살피기 리스트는 없음을 느꼈다. 사람이 기계도 아니고, 어찌 메뉴얼 대로만 움직이겠는가? 또는 기업 문화가 메뉴얼에서 벗어난 행동이나 생각은 용인이 안되는 분위기 일 수도 있다. 애석하게도 한국에 많은 기업들은, 기업의 캐치프레이즈는 열심히 외쳐대고, 사장님 말씀에 절대충성을 강요하면서,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노력은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최접점에서 고객을 만나는 이는 누군가?

회장? 사장? 부사장? 상무? 본부장?  땡 땡 땡~~~!!!! 다 땡이올시다~!!! 그들은 뉴스에서 문제가 터졌을 때만 고객과 만난다. 그들은 고객을 모른다. 너무 높으신 분들이라, 고객을 만날 시간이 없으신 분들이다. 그리고, 시스템에 의해 회사가 척척 잘 돌아가리라 믿으시는 분들이시다. 

자, 그렇다면 누가 고객을 만나는가?

결국, 말단 사원이 고객을 응대하고, 대리라는 사람이 고객과 티타임을 가지고, 과장이라는 사람이 고객을 살핀다. 윗 사람이라고 하는 이들은 열심히 기업의 캐치프레이즈, 기업 철학을 떠들고 있을 때, '시키는 것'만 하라고 강요받은 최전방의 사원들은 정말 '시키는 것만' 사장님께 욕 안먹을 정도로만 일한다. 진짜 중요한게 메뉴얼인가? 안틀리게 하는 건가? 시키는 걸 잘 하는 건가?

최전방에서 '진짜 고객'과 열심히 만나는 이들에게 어느정도 자유권한을 주어야 한다. 스스로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판단하고, 진심으로 하는 장사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메뉴얼 너머에 진짜 고객의 마음을 헤아리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적어도, 한복을 입고, 식사하러 온 고객에게 '들어올 수 없습니다.'따위의 차갑고, ,경직된 말이 아닌, 두번 째, 세번 째, 대안들을 고민해야 한다.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이 있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하며, 느끼고 있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대접받기를 원한다. 책임을 부여 받게 되면, 사람은 누구나 자기 속에 숨겨져 있는 잠재력을 발휘하게 된다. 정보를 갖지 않는 사람은 책임을 질 수 없으나, 정보를 받아쥐면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게 된다. 

- 얀 칼슨 - 

두번 째, 모든 고객은 회사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

유명 한복디자이너인지 몰랐다는 것이 그들의 변이었다. 한복 디자이너였다면 한복을 입고 들어올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한복을 입고 오면 안되는 건가? 유명 한복 디자이너라서 더 잘해줘야 하고, 어린 학생 고객이라 함부러 대해도 되고, 차림새가 수수해보여, 그저그런 고객이라고 마음속 줄세우기로 고객의 등급을 매겨 그들을 대했던가? 자기만의 잣대로 고객을 대하지는 않았는가? 고객이 어떤 차림새건, 어떤 직업이건, 어떤 위치건 모든 고객은 기업의 운명을 흔들어 놓을 수 있다. 그 누구도 함부로 대할 수 없다. 모든 생명은 소중하고 값진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비단, 외부 고객뿐만이겠는가? 내부 고객 또한 회사의 운명을 흔들 수 있다.  땅콩하나에도 기업인에 인품이  만천하에 드러난다.거침없는 폭력과 갑질로 내부고객 (직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기업도 언제까지 오래 갈거라고 믿는가? 갑과 을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모든 강압적 태도들은 고객( 내부고객 + 외부고객)에게 분노의 씨앗을 심는다. 나는 과연 이 상황에서 왜 유명 한복 디자이너가 부각되는지도 그저, 씁쓸할따름이다. 사람 가리지 마라. 모든 사람에게 온 마음을 다해, 최선을 다하라. 잊지 마라. 칼자루는 언제나 고객에게 있다. 

셋, 언론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고객임을 잊지 마라.

언론에 나왔다고 그제서야 부랴부랴 수습한다는 건, 이미 홀라당 타버린 집에서 가재도구 건지려고 애쓰는 모양새다. 수습하느라고 별짓을 다해도, 수습이 잘 안될 것이다. 한 번 제대로 마음이 뜬 고객에 마음을 다시 붙잡는 건, 헤어진 연인에게 구질구질하게 매달리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다. 매달려도 다시 안돌아 오신다. 변심한 고객들, 특히, 상처받고 변심한 고객들은 그대의 안티팬이 될 것이다. 열심히, 열렬히, 그대가 실패하고, 무너지길 간절히 고대하는 그대의 안티팬. 

고객은 메뉴얼로 움직이지 않는다.

고객을 움직이는 건 진짜 마음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YES I DID YES YOU DID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