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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은정쇼호스트 Oct 13. 2017

누가 나를 돈쓰게 만드는가?

누가 나를 돈쓰게 하는가? 


하루종일 뒹굴거리고 집에만 있는 날, 무릎 튀어 나온 추리링 정도는 전혀 거슬려 보이지 않는 진정한 자유로운 날 우리는 더할나위 없이 행복하게 퍼저 있을 수 있다. 

세수를 안한 들 어떠리요. 머리를 안감은 들 어떠리요. 옷이 헤져도 전혀 문제될 것 없는 나를 풀어주는 시간. 아무도 나를 보지 않는 순간 우리는 굳이 무언가를 할 필요가 없다. 굳이 무언가를 살 필요가 없다. 


'남들의 시선이 내게 머물지 않는 순간' 우리는 진짜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지구상의 숨쉬는 생물 중 인간만이 유일하게 '자살'을 할 수 있는 존재라 했던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남들과의 관계속에서 자아를 발견하고, 사회인으로서의 자신의 역할을 스스로에게 부여한다. 생활고를 비관해 자살하는 이들의 뉴스를 보곤한다.가난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다. 진짜 먹을 것이 없어서 죽는게 아니다. 단순히 음식이 없어서 죽는게 아니다. 이런 식으로 먹고 사는 것이 이런 삶이 나를 비참하게 만든다고 생각되면 밥솥에 밥이 있어도 생을 끝내기도 한다.그건 가난해서 죽는 문제가 아니다. 통장 잔고에 얼마가 남아있건의 문제가 아니다. 자존감의 문제다. 

이 사회 속에서 그들에게 비춰질 나의 모습 때문에 열심히 치장하고, 고급차를 사고, 적금을 들여서라도 명품백을 품안에 안고 싶다. 남들이 보는 나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남들에게 비춰질 나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우린 돈을 쓴다. 


1. 명절 전 명품그릇이 잘 팔린다. 


 손님들 많이 오시는데 이정도는 갖추셔야죠. 손님들 손님들 손님들 ~~~!!!

명절 앞두고 돈 나갈때가 많아서, 백 만원 넘는 명품 식기를 누가 사겠냐 하겠지만, 오~~ 천만의 말씀~~!! 명절 전에 팔아야 잘 나간다. 살림도 잘하고 품격있는 주방을 갖춘 격조있는 형님으로 존경(?) 받기 원한다면 기본 명품 식기, 냄비, 커트러리 정도는 수준있게 갖추고 있어야 된다는 거다. 동서에게 비치는 나의 모습, 손님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가 식기 선택의 기준이 되어 버린다. 특히 명절 앞두고 나를 평가할 사람들이 세트로 많아지는 날에는 더더욱 그렇다. 


2. 자존감이 낮을 수록 소비 욕구가 강해진다. 


스스로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지 못하는 마음, 남들과 지나친 비교로 늘 부족한 부분을 찾으려고 한다. 비교는 끝없는 소비를 하게 만든다. 쇼핑을 할 때만큼은 우리는 왕대접을 받는다. 비싸 보이는 무언가를 몸에 붙이고 다니는 날에는 유독 사람들로 부터 '관심'을 끈다. 사랑받고자 하는 마음 관심받고자 하는 갈망이 소비를 부추긴다.

타인의 시선에 늘 사로 잡혀 있는 사람은 끝없이 욕망한다. 끝없이 더 좋은 물건을 갈구한다. 하지만 그 끝은 없다. 사실, 남들은 당신에게 관심 없다. 남들은 자기 자신에게 더 관심이 많다. 

남들이 그대의 인생의 주체가 되어서는 안된다. 남들의 시선이 그대의 인생의 중심이 되어서는 안된다. 후배중에 대리도 안 된 입사 3년차 후배가 외제차를 사고 싶어 고민중이라고 했다. 본인 연봉에 3년치에 해당하는 차를 사고 싶어했다. 주차 할 때마다 초라함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카드빚에 시달리는 것보다 '자존감을 높여 줄 쇼핑'이 더 중요한 일이라 여기는 것 같았다. 원하는 차를 사고 빚을 갚을 때 즈음이 되면,아니 어쩌면 빚을 다 갚기도 전에 그 외제차는 보잘 것 없는 차로 보이게 될 것이다. 또 카드빚을 내어 더 좋은 차를 사고 싶어질 것이다. 보나마나다. 누가 봐도 있어보이는 잘 나가는 직장인으로 남들이 봐주길 원한다. 더 많은 것을 소비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된다. 씀씀이가 커진 당신은 이미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한다.더 쓰고 더 벌고 더 벌고 더 쓰고, 끊임없이 '더 쓰기' 위해 노동으로 부터 벗어나지 못한다. 


3. 소비가 계급을 만든다. 


등골 브레이커 노스페이스가 학생들 사이의 계급을 나눈다 했다. 70만원 이상 되는 점퍼를 입어야 대장이 되고, 그 아래 50만원 30만원 대로 노스페이스 중에서도 중급인지 하급인지를 나누고, 20만원 이하 제품을 입는 아이들은 찌질이로 등급 분류가 된다. 친구들과 잘 놀기 위해서는 함께 입어줘야 되는 함께 사줘야 되는 물건들이 있다. 그 계급에 들어가 그들과 어울려 그들의 세계속에서 살기 위함이다. 

타인의 시선으로 타인이 정한 법칙안에서 소비해야 되는 인간은 왜 이걸 사야되지라는 질문 없이 소비만이 그들이 정한 룰 속에, 그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생각한다. 남들과 어울리거나, 또는 남들보다 우월해 보이기 위해 각종 소비로 겉모습을 치장한다. 누군가 줄세우기를 하면 그 줄에 같이 서지 않을 용기, 돈으로 사람의 가치를 매기는 문화에 동승하지 않을 용기.

무분별한 소비문화로 부터 나를 지킬 수 있는 힘은 내가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아껴주는 것에서 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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