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네 번째, 지난 1년 글쓰기를 통해 달라진 점은 무엇이 있을까
글을 쓰면서 글쓰기를 통해 달라진 점은 나의 삶이 행복해졌다고나 할까...
나는 늘 글을 써왔다. 나의 탈출구로... 맏 며누리로서의 삶, 네 아이의 엄마로서의 삶.
많은 일을 하다 보니 나는 책 1권 사는 것과 글 쓰는 것이 나의 사치(?)였다. 한 달에 한 권씩 산 책은 책장을 가득 메우고 결혼해서부터 쓴 글은 나를 위로해 주었다.
주부로서만 사는 나의 삶은 영어(?)의 몸이 된 것 같았다.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그런 시대에 태어났으니... 현모양처가 제일이라고 말하는 시대에...!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글을 쓰면서 가장 좋은 점은 내가 지난 긴 세월 보았던 책들이, 오랫동안 써 내려갔던 글들이 있었기에 브런치를 하고 있다는 것... 쓰고 읽을 수밖에 없었던 그 사치(?)가 지금 나에게 삶을 진정한 사치로 채워주고 있다. 손자, 손녀가 "할머니 글 쓴 것이 구글에 있어요, 네이버에도 있고요." 하고 말을 듣는 순간 나는 행복하다. 행복한 할머니다.
무언가 하고 있는 내가 아이들에게 거울이 되었구나 생각하면 뿌듯하다. 긴 세월 은근과 끈기로 읽어 내려간 책들로 인하여 현재 이 지점에 있는 나, 나에게 칭찬해주고 싶다.
나는 주부로 삶을 살았지만 내가 글 쓰는 것으로 인하여 한 부분을 책임지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남편의 연수 보고서, 남편의 회사 정신 훈화, 대본, 사보에 글들을 남편의 지시 아래 담당했었다.
나는 글 쓰는 것이 내가 숨 쉴 수 있는 산소라고 생각했기에 크고 작은 글들을 책임졌었다. 그러한 경험으로 인하여 그래도 부족하지만 자부와 함께 브런치에 글을 이어가고 있다.
직장을 다니는 여성으로
직책을 소유한 여성으로
유리 천장을 깨부수는 여성으로 살고 싶었지만 내가 살아온 시대가 허용에 인색했으니...!
이제 노후에 직장을 다니고(?) 있다. 브런치라는 회사(?)에... 너무나 감사하다. 내가 쓴 글들을 다른 사람이 읽는다는 것이 부끄럽기도 했었지만 감사하기도 하다. 늙은이도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세상은 참 아름다운 것 같다. 이제 나는 영어의 몸이 아닌 자유의 몸이 되어서 훨훨 날고 있다.
그러므로 감사하다... ^^
2022.2月 14 mon (1月 14)
글쓰기를 시작하고 가장 지키고 싶었던 것은 '꾸준함'이었다. 글을 쓰고 싶다고 말만 해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싫었고, 누군가 읽지 못하는 글을 쓰는 것은 일기로 남기 때문이다. 그래서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꼭 지키고 싶었던 것은 '꾸준히'였다. 누군가와 함께 글을 쓰면 약속을 지키려고 아등바등하는 나를 알기 때문이다.
닿을 수 있을 만한 목표 설정이었던 '한 달의 두 번'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혼자 컴퓨터 앞에 앉을 수 있는 시간이 한정적이었고,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더 없었다. 첫 번째 주제를 올리는 마음의 기한 '15일'은 언제 왔었냐는 듯 그냥 지나가 버렸고, 두 번째 주제는 '31일 11시 59분'에 올리기도 했다. 그래도 날짜를 넘긴 적이 없다는 혼자만의 뿌듯함을 가지며 (ㅎㅎㅎ) 새해에는 월 별 주제를 조금 더 빨리 잡고 부지런히 글을 써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글쓰기를 하다 보니 멍하니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도 글의 주제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생겼다. 사실 나보다 어머니의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나는 이 집에서 지낸 시간이 전부야"라고 말씀하시지만 그 이전의 기억들과 대가족을 이끄는 맏며느리로서, 네 아이의 엄마로서 살아온 경험과 지혜에 대해 토해낼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렇게 더 다양한 에피소드와 생각을 듣고자 주제를 고민해본다.
또 다른 목표도 생겼다. 지금 나의 글쓰기는 '과거'에 대한 이야기와 생각을 바탕으로 써 내려갔다면, '현재'의 이야기도 하고 싶어졌다. 흘러가고 있는 좋은 기억들을 기록하고 남기고 싶다. 남편과 아이와 알콩달콩 웃으며 지내는 이야기들, 이전에는 단 한 번도 한 적 없는 아이를 키우며 하는 고민들을 풀어가는 과정, 쾅! 찍어서 기억하고 싶은 행복한 순간들을 그려내고 싶어졌다.
인스타 웹툰 '펀자이씨툰'에서 영감을 받았다. 태국인 남편과 귀여운 딸, 철학자 아버지와 소설가였지만 이제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어머니와의 행복한 순간들을 아주 예쁘게 잘 담아냈다. 그녀처럼 꺼내보고 싶은 세세한 기억들을 남겨보고 싶다.
사람은 사람 사는 이야기에서 위로와 격려를 받는다. 올해 써 내려가는 우리의 글들에서도 누군가가 위로받고, 잊었던 기억들을 꺼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