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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원 Jun 25. 2022

시어머니와의 생각 교환일기(31) '루틴'

서른한 번째 이야기, 나의 루틴 - 꾸준히 하는 것들의 이야기


시어머니 명희의 이야기



나의 삶의 교재를 꺼내 볼까나...?

과연 꾸준하게 하는 것들이 있었는지, 무엇이, 어떠한 것들을 꾸준하게 하고 있었는지, 삶의 꾸준함은 어떠한 것에다 코드를 꽂고 있었는지...


나는 오랫동안 세월(시간)을 꾸준히 흘러 보내고 있던 것이다. 지금 이 순간도 꾸준히 그것이 꾸준한 것이라고 느끼지 못하고 스쳐 지나왔다. 어머니 말씀처럼 "꾸준히 살다 보니 졸수(90세)가 다가왔더라"하신 말씀이 나에게도 찾아온 것이다. 바쁘게 살다 보니 어느덧 칠십을 넘기는 꾸준한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나이를 먹어가는 것도 '꾸준히 하는 것들'에 속해 있는 것이다.


반려자도 50년 가까이 한 공간에서 합숙(?)하고 있는 것도 꾸준히 하는 것들 속에 들어가 있는 것도 이 글을 쓰면서 알게 되었다.

'그냥 살다 보니'

1950년대에 태어난 사람이기에 그냥 주어진 운명대로 꾸준히 사는 거라고 하신 어머니 말씀이 아로새겨져 있기에. 첫 번째 만난 남자와 불행(?) 히도 꾸준함을 자랑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1975년에 결혼해서 지금까지. 나의 인생 속 교재에는 '꾸준한 것들'이 꽤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책을 읽는 것도 꾸준히 하는 것 index에 들어가 있다. 남편은 월급날이면 친구가 하는 서점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각자 원하는 冊을 사주었다. 나 역시 그중에 한 사람이고. 많은 책을 사준 그 꾸준함 덕분에 지금 이런저런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추리 소설, 장편 소설, 단편, 에세이, 자서전, 의학도서 등 원하는 책은 모두 구입해 주었다.  

 은퇴하고서는 그 꾸준함은 멈추었지만... 지금은 아들과 딸들이 원하는 책을 제공해주고 있다. 자부도 함께. 아들이 제공한 '김혜령 작가'의 책도 행복하게 읽었다. 책을 읽는 것도 꾸준히 하는 것들 속에 올려져 있다. 책을 보면서 나의 마음도 돌보는 시간을 가져보고...


수십 년 동안 다이어리도 쓰고 있다 꾸준히. 그날그날 겪은 일이나, 방문자, 사고 시간 별로 적고 있다. '양지사'에서 만든 personal diary 꾸준히 이 회사 제품만 애용하고, 페이지 하단에 좋은 글들이 있어서 감사하고... 나의 DNA가 함유된 사람이 많이 있다 보니 착오를 방지하기 위하여 꾸준히 지금도 쓰고 있다. 그런 것들이 아름다운 기록으로 남겨져 있고.

 책을 읽는 것, 남편과 긴 세월 함께 하고 있는 것, 기록을 하는 것.

'꾸준히 하는 것들' 중에서 가장 어렵고 중요하고 가장 많은 인내가 필요한 것만 나의 삶의 index에서 찾아서 적어 보았다.


<우리가 쓰는 것 중 가장 값비싼 것은 시간이다. our costliest expenditure is time> - 테오프라스토스


- 이 글귀를 늘 간직한다.


2022. 6月 15. 수


시어머니 명희의 글 원본




며느리 채원의 이야기



루틴 routine


루틴이라는 의미를 제대로 알게 된 것은 10년 전 스타벅스에서 일하게 되면서였다. 스타벅스에서는 음료를 제조할 때 'Beverage Rouine'이라고 하는 음료 만들기 과정을 가지는데, 고객을 응대하면서 일관된 속도로 음료를 제조하기 위해 어떤 것을 먼저 해야 하고 그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제시하는 툴이다. 음료를 만드는 바리스타들은 이러한 부분을 숙지하고 숙달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부분을 배우고 사용하면서 '루틴'이라는 단어가 나에게 들어왔다. '지속적인 것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나의 삶이 조금 더 원활히 평온할 수 있도록 하는 소박한 루틴들을 떠올리니 생각난 것은 잠자리의 들기 전 루틴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자기 전에는 꼭 립밤을 두껍게 바르고 잤다. 동생과 나란히 누워 잠을 잘 때부터 "나 바셀린~" 하며 둘 다 입술을 두둑이 발랐었고, 지금도 자기 전만 되면 갑자기 입술이 바짝바짝 마르는 느낌이 들어 내 입술과 남편 입술에 립밤을 가득 바르고 잠에 든다. 내 몸뚱이만 챙기던 때에서 남편과 아이가 생기면서 일과들이 늘어났다.


<잠들기 전에 15분 이상 책 읽기, 간단한 스트레칭, 립밤 바르고 발에 크림 가득 바르고 눕기>가 혼자만의 루틴이었다면 지금은 <립밤을 바르며 나와 남편의 잠들기 전 먹을 영양제를 챙기고, 내일 아침에 먹을 영양제를 소분해두고, 조금 일찍 일어나야 하는 날은 세 가족의 속옷과 양말부터 입을 옷을 세팅해둔다.> 정도로 바뀌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루틴'에 대해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그다지 부지런한 사람이 못 되던 나는 내가 만든 루틴을 지키는 것 말고는 평일에는 집과 회사, 주말에는 쉼에 끼어진 일상이었는데- 아이에게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걸 만들어 주어야 했다.


이런저런 육아서에서 모두 말하는 '규칙적인 생활' 만들어주기는 세상 모든 것이 낯선 아이에게 안정감을 준다고 했다. 사람에게 있어서 루틴, 꾸준히 하는 것들은 그러한 의미인가 보다. 매일매일 같은 것을 하면서도 지루하지 않고 마음의 안정을 찾는 행동.


4시간마다 수유를 하고, 두세 시간마다 낮잠을 자던 아가에서 하루 세 번 밥을 먹고 밤에 자는 어린이가 되어가면서 아이에게도 스스로 하는 습관, 루틴들이 생겼다. 아침 요거트를 먹을 때는 꼭 실리콘 턱받이를 해야 하고 (점심, 저녁 먹을 때는 안 한다.) 잠이 오거나 속상한 일이 생기면 '애착 이불'을 안아야 한다. 밤 잠에 들기 전 혼자 누워 애착 이불 끝 누벼진 부분을 꼼지락꼼지락 만지다가 잠이 들고, 칙칙폭폭 기차놀이는 꼭 아빠가 설치해줘야 하며, 눈물이 나면 무조건 엄마에게 안겨야 한다. 습관, 꾸준히 하는 것들, 루틴이라는 것은 진짜 그러한 건가 보다, 마음의 안정을 찾는 일.


규칙적이지는 않더라도 꾸준히 써온 일기와 글들, 놓치고 싶지 않은 손으로 하는 취미들, 관심만 많은 운동들, 흥미로운 영화나 책, 이야기들을 보면 끊임없이 서로 조잘대는 남편과 나. 아이 덕에 지루할 틈 없이 나의 루틴을 지키는 게 미션이 된 것 같아 재밌다. 그렇게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는 또 어떠한 루틴을 가지게 되고, 가지고 싶어 할까?


지금은 한 달에 한번 하루 7시간 이상 혼자만의 자유시간이 규칙적으로 주어졌으면 좋겠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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