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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첼리 Celli Jul 01. 2021

어차피 인간은 시한부인데

오늘 하루에 다른 점 발견하기


비슷하다. 거기서 거기다. 일상은 매일이라 일상이다. 해가 뜨고 진다. 하루 두 끼를 먹는다. 9시 16분 지하철을 탄다. 일을 한다. 잠을 자고 일어나면 또 하루가 시작된다. 가끔의 여행, 가끔의 만남 정도만 이슈로 남겨둔 채 또 반복되는 시간을 살아간다.


오늘 끝이 난 드라마에서 '인간은 시한부 인생을 산다'라고 들었다. 그렇네 싶었다. 

'시한부 선고를 받았어', '나 시한부래.' 같은 대사는 이제 너무 뻔한 전개라 식상한데

우리 모두가 시한부라고 생각하니 내가 있는 이 공간과 이 순간에도 흘러가는 시간이 갑자기 마치 무언가 형태가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떠한 형태들로 모든 순간에 내게 머물렀다가 떠나는 일을 반복하고 나면 어느 날엔 마치겠구나. 그걸 죽음이라 하겠구나 하고 말이다.


그렇게 '시한부'라는 단어는 갑작스레 내게 찾아와 시간을 다르게 느끼게 했다.

그리고 사실 나는 요 며칠 '일상'에 대해 문득문득 떠올려 생각하곤 했다.


장마철이 또 왔네, 이번에는 튼튼한 우산 하나를 꼭 장만해야지.
이번 달 전기세는 얼마나 나오려나
월급날까지는 며칠이나 남았지?
이번 주말에는 무엇을 해야 하지?


계절과 여름 전기세, 월급, 돌아오는 주말. 모두 뻔한 거였다.

궁금증으로 가득 찬 문장이었지만 사실 스스로 예측 가능한 것들의 연속이었다.


지루하다 생각했다. 이리도 비슷한데 무엇을 기대하며 살아야 하나 싶었다.

그러다 스스로 시한부 인생이라 생각하니 조금은 이유 있게 시간을 채우고 싶어 졌다.


그러니까 이 글을 쓰는 것도

이제 자야지 했는데 우연히 본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하나가 참 마음에 들었다.

노래를 한참 듣고 있다 보니 그 곡과 내 방이 어울려 다르게 보였다.

그다음 곡은 전혀 다른 스타일이었지만 또 다르게 내 방과 어울렸다.


아 일상도 이런 거다.

나의 하루에 어떤 이유를 이름 붙이냐에 달렸다.

매일 반복되는 건 변하지 않을 거지만, 

오늘은 유난히 구름이 예뻤다든가. 오늘은 옛 누군가가 되게 보고 싶은 감정이 들었다거나.

또 오늘은 무사히 지나가기만을 바랄 만큼 불안한 감정을 다스리느라 보냈다거나.

좋든 나쁘든 어제와 다른 하나만 있더라도 무수한 날들을 다르게 보내고 있는 거라고.


거창하게 감사할 필요까진 없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그냥 이런 날이었네 오늘은.' 하고 안심해서

좋은 꿈을 꿀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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