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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 Apr 01. 2024

질투의 정의

질투가 무엇인지 알려주고 싶지만 질투가 무엇인지 몰랐으면 해




질투의 정의를 모르는 상처받지 않은 8살에게 질투를 설명하는 일, 나의 일이다.









나: 질투는 남이 잘 되는 것을 미워하고 샘내는 것을 말해.


아이: 선생님 샘이 뭐예요? 남이 잘 되는데 왜 미워해요?




5초간 답을 할 수 없었다. 내 기준에서는 당연한 일들이  너의 기준에서는 조금도 당연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 선생님 어렸을 때 독후감을 정말 정말 열심히 썼는데 나는 상을 받지 못하고 친구는 1등 상을 받은 거야. 집에 오는 길에 엉엉 울었어.

축하하면서도 부럽고 속상하고 질투가 나더라.



아이: 선생님 이런 것도 질투예요? 시은이가 내가 만든 걸 보고 자기는 못 만든 것 같다고 대신해달래요. 이런 거는요? 컴퓨터 시간에 자기가 고장 나게 해 놓고 선생님한테 자기가 안 했다고 하는 거요.




전혀 아니다. 질투가 뭔지 모르는 네가 너무 예뻐서 나는 한참 웃다가 이내 진지해지고 만다.





나: 음, 그건 질투는 아닌데. 그 친구는 왜 그랬을까?



아이: 거짓말했어요.



나: 너무 당황한 건 아닐까? 물론 거짓말은 나쁘지만 자기가 잘못해 놓고 갑자기 너무 놀라서 안 했다는 말이 나와 버린 거. 그런 거 아니야?



아이: 근데 표정이 놀란 거 같지 않았어요.



나: 아 그래? 막 뻔뻔하게 그랬구나? 아이고.



아이: 엄마가 나는 어릴 때부터 거짓말을 안 했대요.




그랬을 것 같다고 J의 맑고 느린 눈을 보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편 아이가 진실에 집착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로 인해 서툰 거짓말을 하는 친구를 너무 미워하지 않길 바란다.




나: 그래, 선생님 생각에도 우리 J는 거짓말을 안 할 것 같아.

 근데 선생님 어릴 때  거짓말이 나쁜 걸 알면서도  엄마가 너무 무서워서 해놓고 안 했다고 한 적 있거든. 나중에 걸려서 더 크게 혼났지만 ㅎㅎ 거짓말 안 하는 우리 J가 이해하긴 좀 어렵겠지만 시은이 한 번만 봐주자.



나의 애원에 J가 웃었다.

그리고 바로 다른 이야기로 넘어간다.




아이: 아 선생님 그런데 이거 제가 접은 거 봐요. 엄청 잘했죠?



나:  우우와 대박. 진짜 J가 접었다고? 대단한데? 근데 J야 우리 무슨 얘기하고 있었지? 아 참, 질투가 뭐냐면  동생이... 어쩌고 저쩌고.












온 세상이 빠르게 달려간다. 우리는 주머니에서 떨어진 분실물처럼 그 자리에 주저앉아 단 하나의 일을 반복하고 있다.


질투.


급격하게 오르내리는 주식, 부동산, 코인으로 부자가 되었다는 주변인의 이야기와 SNS를 가득 채운 화려한 삶들 사이에서 멍해질 때가 많다. 질투는 또 부끄러운 것이어서 드러내어 놓지 못하는 사이 안에서 곪아버리고 만다. 더 지독한 것은 질투는 혼자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괴감, 자기 비하, 상실감, 무력감이라는 친구들을 우르르 데리고 온다.

 질투가 얼마나 괴로운 것인지 아는 어른들은 질투하기 싫다고 발버둥 치면서 아이들에게 질투를 가르친다. 질투의 정의를 배우기도 전에 남보다 더 많이, 더 빠르게, 더욱 잘하라고 다그친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질투가 무엇인지 묻는 아이의 맑은 눈에서 질투를 모르는 삶에 대해 배운다.


남으로 가득 찬 눈동자를 애써 비우고 나를 바라볼 것, 기준을 자꾸만 낮추어 종이접기 하나에 뿌듯하고 신나던 그날로 돌아갈 것.





오늘도 우리는 사이 좋게 하나씩 나누어 배우고

다음 주의 만남을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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