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미 리추얼 외면일기] 2023.07.19.
2023.07.19. 수요일. 덥고 습함
모든 것이 끝장나도 내겐 아직 죽을 힘이 남아있다
모든 것이 끝장나도 내겐 아직 죽을 힘이 남아있다. If all else fail, myself have power to die. 오래 전에 김연수의 소설에서 본 <로미오와 줄리엣> 인용문이다. 죽음을 쉬운 출구로 생각하면서 살아온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그동안 긴장되는 모든 순간에 배짱을 키워주는 주문이었다.
온라인 플랫폼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전화로 심리상담을 받고 있었는데 오늘 더 이상 대화를 이어 가는 것 자체가 힘들어서 상담을 중단했다. 뻔한 이야기가 빙빙 도는 것 같다고 느꼈을 때 숨 막히는 절망감을 느꼈다. 각자의 삶에서 분투하는 연인이나 가족이나 친구에게 내 문제로 무게를 얹고 싶지 않았고, 애초에 그들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기 때문에 비용을 지불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상담이 처음은 아닌데 이번 시도도 또 실패했다.
기대되는 것과 재미있는 것도 없는데 세상에 고통은 너무 많다고 느낄 때면 유서를 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게 하면 지상에 아직 남아있는 미련이 무엇인지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남은 미련을 악착같이 주워 무게를 달아서라도 살아남을 이유를 찾는 내가 갸륵해서라도 살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