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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주간 성찰

오사카를 두루 누비며

주유패스로 발견한 도시의 매력

by 일과삶

교토를 가기 위해 오사카 간사이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사실 오사카는 한국인에게 가장 인기 있는 도시 중 하나이기도 해서, 여행의 시작점으로서뿐 아니라 도시 자체를 경험하고 싶다는 마음도 생겼습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갈까 잠시 고민했지만, 인파가 많을 것 같고 굳이 그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볼 곳이 충분하겠다는 생각에 접었습니다.


일본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혼란스러웠던 건 각종 교통패스였습니다. 종류가 워낙 많아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죠. 결국 돈이 조금 더 들더라도 단순하게 IC카드(파스모 카드)만 쓰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여행 직전, 반드시 사야 할 패스를 발견했습니다. 바로 ‘오사카 주유패스’였습니다.


처음에는 ‘주유’라는 단어가 자동차에 기름을 넣는다는 뜻이라 저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두루 돌아다니며 구경하고 논다’는 의미더군요. 이름만큼이나 여행자에게 꼭 필요한 패스였습니다. 한글 안내도 잘 되어 있고, 가성비도 탁월했습니다. 오사카 내 주요 관광지 40여 곳과 전철, 버스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었기에 욕심이 생겨 아침부터 밤까지 부지런히 움직였습니다. 2일권을 사용했는데, 실제로 계산해보니 입장료와 교통비를 따로 냈을 때의 4분의 1 가격으로 즐긴 셈이었습니다. 정말 ‘효자 패스’였습니다.


이번 여행은 4박 5일 일정이었습니다.
1일차: 오후 도착, 숙소 이동 및 빨래, 휴식
2일차: 난바 도톤보리 돈키호테 구경, 가미가타 우키요에관, 우메다 스카이 빌딩 공중정원 전망대, HEP Five 관람차, 덴포잔 대관람차, 돈보리 리버 크루즈, 원더 크루즈
3일차: 오사카성 천수각, 고자부네 놀잇배, 니시노마루 정원, 아쿠아라이너 수상버스, 츠텐카쿠 타워 슬라이더, 츠텐카쿠 전망대, 하치켄야마 썬셋 크루즈
4일차: 오사카시립 중앙도서관, 린쿠타운 근처 숙소 이동, 린쿠 공원, Ferris Wheel “Stars over Rinku”
5일차: 귀국


4박 5일이라고는 하지만 첫날과 마지막 날은 이동으로 대부분을 보냈기에 실제로 오사카를 즐긴 건 3일 정도였습니다. 그중 3일차에는 공항 근처 린쿠타운으로 이동했으니, 오사카 시내를 온전히 누린 건 이틀 정도였죠. 첫날은 오사카의 핵심인 도톤보리 일대를 중심으로, 둘째 날은 오사카성 중심으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오사카 주유패스’ 덕분에 훨씬 더 넓게, 깊게 도시를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오사카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을 하나만 꼽자면 단연 오사카성입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교토의 니조성과 비슷하지만, 규모가 훨씬 크고 천수각이 높아 전망대까지 오를 수 있습니다. 또 해자 위를 배로 둘러볼 수 있는 점도 독특했습니다. 천수각은 오전 9시에 문을 여는데, 고자부네 놀잇배는 10시부터라 먼저 천수각부터 오픈런으로 입장했습니다. 학생 단체와 관광객이 많아 무척 붐볐지만, 다행히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를 빌릴 수 있어 설명을 들으며 천천히 올라갔습니다. 구름이 유난히 아름다웠던 날이라 힘든 줄도 모르고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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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메다 스카이 빌딩의 공중정원 전망대도 인상적이었습니다. 1993년에 지어진 건물인데, 두 개의 40층 빌딩을 옥상 부분에서 연결한 독특한 구조가 신기했습니다. 지상에서 조립한 뒤 와이어로 끌어올려 옥상에 설치했다니, 그 과정을 담은 영상을 보며 일본의 건축 기술에 감탄했습니다. 전망대로 가는 길에 안도 타다오의 작품 ‘푸른 사과’를 우연히 발견한 것도 반가운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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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도톤보리에서는 크루즈를 두 번 탔습니다. 해질 무렵의 풍경이 아름답다기에 6시에는 돈보리 리버 크루즈를, 7시 30분에는 원더 크루즈를 탔죠. 돈보리 리버 크루즈는 매표소 오픈런으로 표를 미리 교환했고, 원더 크루즈는 인터넷으로 사전 예약했습니다. 두 배가 크게 다르진 않았지만, 원더 크루즈에서는 글리코상 앞에서 승객 단위로 사진을 찍어줬습니다. 혼자 여행 중이라 누군가에게 사진을 부탁하기 어려웠는데, 덕분에 용기 내어 포즈를 취해봤습니다. 다만 왼발을 들어야 했는데 오른발을 들어 버려 미묘하게 엇갈린 포즈가 되어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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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에서 배를 다섯 번이나 탔습니다. 아쿠아라이너 수상버스와 하치켄야마 썬셋 크루즈를 낮과 밤 두 번 탔는데, 같은 배에 같은 가이드가 있더군요. 두 번째 탔을 때 저를 기억한 가이드가 반갑게 인사해줘 오히려 정이 느껴졌습니다. 2일 동안 배만 다섯 번 탔다는 사실이 스스로도 믿기지 않았습니다.


또 한 가지, 제가 좋아하는 대관람차도 마음껏 즐겼습니다. 오사카에서만 세 번, 고베까지 합치면 네 번이나 탔습니다. HEP Five 관람차와 덴포잔 대관람차를 하루에 연이어 탔고, 마지막 밤에는 린쿠타운의 “Stars over Rinku”로 여행을 마무리했습니다. 전망대 혼자 타니 다리를 쭉 뻗고 여유롭게 하늘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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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쿠타운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곳이었는데, 의외로 이번 여행에서 가장 여운이 남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호텔에서 쉬다 해질 무렵 나왔는데, 조금 더 일찍 나왔더라면 더 넓게 둘러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바다를 끼고 조성된 린쿠공원은 잘 정돈되어 있었고, 주변에는 프리미엄 아웃렛과 대형 쇼핑몰, 돈키호테, 호텔 등이 모두 육교로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지상으로 내려가지 않고도 도시를 오롯이 누빌 수 있는 독특한 구조였습니다. 공항 근처의 낯선 도시를 탐색하는 즐거움, 그것이야말로 여행이 주는 또 다른 기쁨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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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창밖으로 비행기 아래에 펼쳐진 바다를 보며 생각했습니다. 계획한 일정보다 더 많이 걷고, 더 많이 보고, 예상치 못한 장면들 속에서 스스로를 새롭게 발견했습니다. 오사카의 불빛과 린쿠타운의 노을이 천천히 겹치며 사라질 때, 여행은 끝났지만 마음속 여정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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