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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과삶 Oct 09. 2020

브런치 작가로 바뀐 인생

글쓰기로 꿈을 이루다

11년 전 나는 안개 속을 헤맸다. 야심 차게 커리어를 바꾸고 대학원도 다니기 시작했지만, 현실은 나를 가만히 놓아주지 않았다. 새롭게 바꾼 교육 담당이라는 경력이 기존 프로그래머 경력에 비해 초라하기만한 시절, 나는 직장을 그만두었다. 다시 돌아가기도, 새로운 경력을 이어가기도 애매했다. 아예 직장인의 삶을 내리고 프리랜서의 삶을 꾸려야 하는 건 아닌지 의구심마저 들었다. 그 순간 고민했던 직업이 '번역작가'였다. 


독서와 일기 쓰기, 영어 학습에 시간을 꾸준히 투자했기에 번역작가를 하면 어떨지 궁금했다. 사회 초년생부터 번역 아르바이트를 했고, 일기로 생각을 표현해 왔기에 글쓰기에는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다. 번역 아카데미를 다녀야 할지, 독학으로 번역 스터디를 할지 다양한 방법을 모색했다. 딱 한 가지 걸리는 점이 있다면 '과연 나는 번역을 좋아하는가?'라는 질문의 답이었다. 좋아하는 것도 수준이 있다. 그냥 막연히 좋아하는 것, 죽고 못 살도록 좋아하는 것, 눈만 감아도 하고 싶어 미칠 것 같은 등. 죽고 못 살 정도로 번역을 하고 싶지는 않아서 망설여졌다. 한쪽 발은 번역작가에 담그고, 다른 한쪽 발은 취업준비에 담그는 선택을 했다. 결국 재취업에 성공하면서 번역작가는 내 사전에서 사라졌다.


11년이 지난 지금 나는 번역작가가 되었다. 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나에게 그냥 막연히 좋아하는 것, 죽고 못 살도록 좋아하는 것, 눈만 감아도 하고 싶어 미칠 것 같은 일이 생겼다. '과연 나는 이것을 좋아하는가?'라는 질문에 확신할 수 있다. 바로 글쓰기다. 2018년 3월, 브런치 작가가 되면서 내 인생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브런치 작가가 되기 전에는 일기나 블로그를 썼고, 나름 출판사 투고까지 시도했다.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을 내고야 말겠다'는 막연한 꿈만 있었지 본격적인 활동이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브런치 작가가 된 이후로 글감은 끊임없이 나를 글쓰기로 내몰았다. 브런치를 시작한 지 949일이 되는 현재 총 464편의 글을 썼으니 이틀에 한 번꼴로 글을 발행했다. 글을 잘 쓰든 못 쓰든 적어도 나는 꾸준히 글을 쓰는 작가임에는 분명하다.


어떤 분야에서나 학습의 정점은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데 있다. 내가 주로 활용하는 학습방식 중 하나다. 영어를 잘하고 싶어서 영어 강사를 한다거나, 통계를 마스터 하고 싶어서 통계 강의를 했다. 글쓰기를 잘하고 싶어서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 수업이나 각종 글쓰기 특강을 진행했다. 


글감 중 한 꼭지로 뺄 수 없는 게 영어다. 전 세계 사람들의 소중한 경험과 영감을 전하는 TED로 영어학습을 했다. 꾸준히 TED를 들으며 영어 공부도 하고 글도 쓰겠다는 생각으로 TED를 통해 보는 세상이라는 매거진을 브런치에 발행했다. 매거진 발행을 위해 TED 컨텐츠를 쏙쏙들이 파악하게 되자 아예 TED번역가를 지원하여 한때는 글쓰기보다 TED 번역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았다. 자막 번역이지만, 충분히 번역 경험을 갖추는 계기가 되었다.


어느새 나는 꾸준히 글을 쓰면서, 글쓰기 강의도 하고, 번역도 경험한 작가가 되었다. 지인의 소개로 번역작가의 기회가 왔을 때, 필요한 요건을 갖춘 사람이 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나를 사랑하며 내 일을 열심히 한 결과이기도 하다. 


꿈을 꾸기는 쉽지만 이루기란 쉽지 않다.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향해 달려보지만 좌절하기 일쑤다. 과연 그런 꿈을 꿀 자격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꿈과 관련된 주변의 작은 것들을 하나씩 성취하며, 차곡차곡 쌓다 보면 꿈에 근접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이미 여러분도 무의식적 혹은 의식적으로 그 길을 밟아나가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번역작가의 꿈을, 작가의 꿈을 창대하게 세우지 않았고 조금씩 성장해 나갔다. 번역작가로 시작해서 내 책을 출간했다. 나는 지금껏 글쓰기로 성장했고, 계속 성장할 것이다.


여러분은 어떤 성장을 꿈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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