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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하라티 Feb 17. 2024

마늘 가득 간장찜닭

“이제 새로운 여정이 생기는 것 같아. 삶이 가져다주는 다른 여정.”


얼마 안 있으면 호주를 영영 떠난다.

침대에 누워 있던 나에게 그는 내가 슬프지 않은지 물어봤다.  


“아니, 하나도.”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불확실함 속에서의 확신. 최근에 좋아하는 단어들의 조합이다.


삶이 가져다주는 불확실함 속에 대한 나의 믿음. 불확실함이 두려워 끝없는 안정한 울타리에 더 이상 나 자신을 가둬 둘 수 없었다. 우리의 삶이라는 것은 평생 안정적일 수 없다는 것. 살아오면서 어느 누구도 나에게 그 불확실한 삶에 대해 알려주려 하지 않았고, 안전한 길로만 가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나 또한 답은 평생 동안 못 찾을 거라는 걸로. 확실하다고 믿는 나에게만 의존하지 말기로 결심했다.


압둘. 한때 호주에서, 여러 명으로 이루어진 그룹으로 우리는 집시처럼 이곳저곳 캠핑하며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우리 모두가 암묵적으로 이 친구는 무엇을 물어봐도 다 대답을 해줄 것 같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나를 판단 내리지 않을 것 같다고 믿었다.


압둘을 처음 보는 날이었다. 우리는 울창한 숲 안에 위치한 아름다운 개울가 앞에서 만났다. 사람들이 많은 곳을 지나 깊숙한 숲을 향하니 어느 누구도 없는 우리들만 고요한 자연을 마주할 수 있었다. 당시 장은 무언가 속이 상해 있었다. 그런 그를 보며, 나는 아쉬웠다. 새롭고, 멋진 친구들을 만난 순간에 왜 그는 속이 꽁해있는 것인지. 마음은 갈대 같지 않던가. 모두가 다이빙을 하며 물 만난 물고기처럼 입수하고 있을 때, 평소에 물 만난 물고기인 장이 혼자 있겠다며 먼저 떠나는 장의 뒷모습을 걱정스레 바라보고 있던 나와 압둘의 눈이 마주쳤다.


“ You cannot control”

네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그는 나에게 맑으면서도 강한 눈빛을 보냈다. 마치 나의 마음을 이해하듯이, 나의 욕망과 우려를 알고 있듯이 말이다.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 평생의 과제이겠지만, control이라는 단어와 Limit 제한은 나의 지난 시간들을 요약해 준다. 내 안에 있던 컨트롤을 주위에 내보내며 일으키는 파장에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보낸 적도 있다.


당시에 나는 항상 몸 어딘가가 아파했다. 이는 마음도 마찬가지다. 집시 친구들과 우리는 어느 날, 아름다운 호수에 이르렀다. 호수의 색은 밝은 터키 블루색을 띠며, 햇살이 함께 비치어주어 물 표면은 반짝거렸다. 당시에 나는 발이 닿지 않을 정도로 눈으로 바닥을 볼 수 없는 깊은 물에서 수영하기 무서워했다. 수영하는 실력도 이제 막 배우는 단계여서 내 마음은 아름다운 호수의 색에 감탄하고 있지만, 몸은 무거운 돌처럼 움직이지를 않았다. 한 명씩 친구들이 뛰어들고 있을 때였다. 장도 뛰어들었다. 나는 그런 그를 보며 어쩔 줄 몰라했다. 함께 있던 여동생 같은 친구와 나만 그들을 덩그러니 바라봤다. 우리는 마치 자매처럼 같은 나라에서 태어났고, 수영하기를 그렇게도 무서워했다. 장의 등에 타면 호수에 떠있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새로 만난 친구들 앞에서 나의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도 않았다. 이상하게 압둘은 물을 좋아할 것 같으면서도 바로 다른 이들과 함께 뛰어들지 않았다.


그리고는

“What is your illness.”

어디가 아프냐고

나에게 말하듯, 어느 누구에게나 말하듯 넌지시 하였다.


그 말이 그렇게 나의 몸과 마음을 후벼 파, 무작정 물에 뛰어들었다. 아름다운 물 앞에서 깊은 물만을 탓할 수는 없었다. 결국에는 모두가 서로의 도움으로 아름다운 물을 즐길 수 있었다.

내가 만들어낸 이유들이 나를 병들게 할 때가 있다. 그것이 삶의 의지, 터키색 블루 호수에서 얻은 가르침이었다.





알파라의 붉은 땅으로 다시 돌아왔다. 지금 여기 나는 붉고 건조한 땅에 있다. 바람이 강하게 불 때는 마치 사막에서 볼 법한 모래폭풍을 볼 수도 있다. 마른 나뭇가지들이 건조하게 내 발에 밟힌다. 바람이 불어도 뜨거운 바람이 내 얼굴을 스친다. 숨 막힐 더위와 건조함으로부터 나는 더 강해지려 한다.


덥고 건조한 날씨와 함께, 먹는 음식을 책임지는 나로서는 그들의 건강이 때로 걱정된다. 일하는 동료 중에서 한 두 명이 기침을 하기 시작하면, 그 주 주말에 나 또는 장이 아프기도 한다. 집이 부족해 밖에서 자는 이들도 있다 한다. 어떤 이들은 옆에 가면 냄새가 심할 정도로 오랫동안 몸을 씻지 않은 듯해 보인다. 흙이 잔뜩 묻어, 옷과 얼굴이 얼룩덜룩한 아이들도 보인다.


이번에는 그들이 좋아하는 닭으로 보약 같은 음식을 만들어 보이고 싶었다. 한국식 삼계탕을 만든다면 보신용으로 참 좋겠지만, 나에게는 그러한 한방재료들이 없다. 자꾸 감기가 마을에 돌고 있으니, 몸을 따뜻하게 해 줄 수 있는 생마늘을 잔뜩 넣는 요리를 만들 것이다. 마침 새로 배달온 닭봉이 있었다.  



대용량 간장찜닭 레시피 ( 2인 분 기준으로 하면, 500g 정도로 계산하면 될 듯하다)

언제나 채소는 아웃백에 있는 상황이니,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잔뜩 털어 만든다.


닭봉 4kg

감자 4개

양파 4개

당근 2개

고추 1개 (청양고추처럼 매운 고추여서 정말 살짝 맛을 위해 넣었다.)

파 1단

*가지 1개 (가지가 있어 넣어봤는데, 부드럽게 살살 녹는 맛이 좋았다.)

브로콜리 3개

오이 (장이 마침 오이로 피클을 만들고 있었던 터라, 자르고 남은 오이 속 부분을 함께 넣고 끓였다. 오래 끓이고 나면 오이의 형태가 없어져, 사실 맛으로는 어떤 차이가 생겼는지 잘 모르겠다.)

*마늘 1컵 정도 (통으로 넣어버렸다)


양념

간장 1컵 (진간장이 없어서 많이 들어갔다.)

굴소스 (나는 진간장이 없어 맛도 맛이지만, 색을 내기 위해 굴소스를 함께 넣었다.) 1/2컵

다진 마늘 1/2컵

흑설탕, 미림 조금

참깨







닭고기는 기름에 먼저 살짝 볶아둔다. 그게 찜닭의 핵심인 듯하다. 볶은 다음에 채소, 양념소스와 함께 푹 끓인다. 대용량 음식이라, 대략 전체적으로 2시간 정도 걸려 만들었다. 나는 다음날 밥과 함께 런치 메뉴로 내보낼 예정이라, 너무 오랜 시간 동안 끓이지 않았다. 핵심은 마늘이다. 마늘을 잔뜩 넣은 양념으로, 몸보신이 되었으면 좋겠다. 동네 주민들이 기름진 음식을 자꾸 찾는 것도 안다. 그들의 입맛을 단번에 바꾸기란 어렵지만, 그래도 닭요리는 이렇게 종종 먹는다. 몸보신이 잔뜩 되어 온 마을이 건강해지면 좋겠다. 몸이 힘들면 마음도 힘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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