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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란도란프로젝트 Apr 14. 2024

"생맥주"

도란도란 프로젝트 - 오백 서른 여섯 번째 주제



나의 얄팍한 기준 중에

진짜 어른이라 함은

거품이 뭉근하게 오른 생맥주를

가뿐히 마시는 모습이었다.


그런 점에서 나는 여즉

애송이일뿐이다.


나는 아직 따가운 탄산도

고르게 모른 척

지나갈 줄 모르는

사람이다.


엄살도 불만도 많은

그런 사람이라


대단히 참을 줄을 모른다.


평온한 날을 즐길 줄 모르고

눈감고 넘어갈 줄을 모른다.


아득바득 우겨야 적성이 풀리는

사람이라

자꾸 조용할 일들을 붙잡는다.


시원한 음료를 즐길 줄을 모르고

단단한 거품은 나를 더

갑갑하게만 한다.


어른이 되려면 정말 아직 멀었다.



-Ram


한국에서 생맥을 어디서 가장 맛있게 먹었나 잠시 기억을 되짚어보니 디타워 파워플랜트가 갑자기 생각났다! 거의 일 년 동안 서울시청에서 일한 적이 있었는데 퇴근 후 여름밤에 그곳에 처음가서 맥주를 마셨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네. 그래서 찾아보니 폐업했다고.. 그래서 다시 또 어디서 생맥 마신 기억이 있나 싶었는데 이리카페에 더운 여름날 열심히 걸어가서 라떼 대신 맥주를 주문하고 마셨다. 아마 맥스 생맥이었던 것 같은데 맥주 맛보다는 그냥 그 여름날 낮맥이 좋았던 기억이 난다. 아, 그리고 서교동 브루클린에서 낮에 셋이 쪼르르 앉아 레드락 마셨었네. 생맥만 그렇게 찾아다니다 요즘엔 2차로 가는 브롱스 외엔 맨날 보틀샵에서 와인이랑 병맥주 잔뜩 골라서 집에 오거나 이마트에서 가끔 인디카 세일하면 그 매대를 다 쓸어오거나 사안이 급하면(?) 편의점에서 블루문이랑 파울라너, 산미구엘을 사서 마시기 때문에 생맥을 그리워 할 틈이 없었다. 캔맥과 병맥을 조금 더 즐겨볼까나.



-Hee


장기 출장 3주 차. 낯선 환경에서 일하고 언젠가 한 번 봤었거나 처음 보는 사람들과 일을 하는 것에도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간다. 가만 보면 출장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는데 대부분 애를 가진 부모들이다. 신기하리만치 업무시간이 끝나면 당연한 듯 술자리를 가진다. 날씨가 좋아서 좀 뛰고 싶다고, 술자리엔 아쉽지만 빠지겠다고 했더니 이상한 사람 보듯 하는데 그 시선이 꽤 재밌었다. 얼마 전까지는 나도 그런 무리에서 빠진 적이 없었는데.


지난주에는 회식이 있어서 술자리에 참석했는데 진짜 오랜만에 생맥주를 마셨다. 좋아했던 에일이나 IPA도 아니고 일반 호프집에서 파는 카스 생맥주였는데, 군데에서 행군하고 나서 마셨던 맥주만큼 맛있었다. 통풍에 걸리고부터 맥주라곤 일절 안 마셨었기 때문에 그랬던 걸까. 헤어진 연인을 다시 만난 것 같다고 하면 좀 유치할지 모르지만, 그런 기분이었다. 마냥 좋다기보다는 전에 한참 좋아했었지만 다시 몰랐던 것 마냥 잊어버려야 할 맛이어서. 저렴하고 맛있다고 그렇게 퍼마실 일이 아니었는데. 좀 아껴가며 오래도록 즐겼어야 했는데. 좋았는데 참 아쉬웠다. 



-Ho


오랜만에 압박감을 느끼며 시험준비 중이다.

시험이란게 이런거였지 싶다.


내 선택에 후회는 없지만, 이걸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든다.

더 나아지기위해선 뭐든 해야하니까,

그 과정이라 생각하자.


더 나은미래가 있고,

뭔가를 열심히 하는 내자신을 보는게 뿌듯하기도 하다.


목표라는게 있으면 어떻게든 하게 된다는게 좋다.

회사다닐때랑은 다르게 오직 “나를위해” 내 것을 한다는것도 좋다.


힘들지만 이 과정이 분명히 필요하다는 느낌이 든다.

우선 가까이 다가온것을 잘 해결하고,

생맥주 시원 하게 한 잔 해야지.



-인이


2024년 4월 14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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