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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란도란프로젝트 Jun 30. 2024

"유튜브"

도란도란 프로젝트 - 오백 마흔 일곱 번째 주제


바야흐로 유튜브의 시대.


나는 그 속에서도

프리미엄을 쓰지 않는 사람이다.


아니 써본적도 없는 사람.


기묘하게도

나는 쿠팡로켓배송도 쓰지 않고

컬리 새벽배송도 쓰지 않는다.


산골짝에 사느냔 물음에

도시 한가운데 살고있어서 라고 답한다.


느긋한 성격은 아니지만

광고는 나름의 껍데기 포장지 같은

느낌이라서?


본론만 빨리 보고싶어하는 내가

될것만 같아서라는 거창한 이유보다

사실 귀찮다.


어느 순간 나는 이 모든 구독과 빠름에

귀찮음과 연민을 느끼기 시작했다.


택배박스도 바로 뜯지 않는 나에게 그렇게 빠른 배송도 필요가 없다.

한가지를 지독히 팔 줄 모르니

취향도 딱히 또렷하지 않다.


유투브 광고와 알고리즘이 떠먹여주는대로 보게 된다.


유투브에 중간 광고가 뜰 때마다

맥이 끊겨 피식거리고

발을 동동 구르는 20초가

웃겨서 그런데도

나는 디지털 할머니가 되어 버린걸지도 모른다.


언젠가 이 기다림이 지루해지면

다시 그 말끔한 세계로 뛰어들겠지.


어찌 되었건 정말로 재밌는 세상이다.



-Ram


유튜브를 오랜 시간동안 써오다 보니 내가 만든 재생목록들과 누군가가 만든 재생목록을 저장한 것들이 어느새 40개에 다다랐다. 


저장된 영상들이 가장 많은 재생목록은 '나중에 볼 동영상'. 이 재생 목록 내 영상들은 크게 영어 공부, 요리, 음악, 테니스, 운동으로 나뉜다.


영어 공부에 대한 영상으론 늘 자주 보는 alia의 브이로그(유튜브 들어가서 가장 먼저 떠 있으면 꼭 보는 편이지만 새 영상을 마주쳤는데 시간이 없을 경우 나중에 볼 동영상 목록에 넣는다), 빨모쌤(과거에 늘 빨간 모자를 거꾸로 쓰고 나와서 빨간 모자쌤이라고 부르다 더 짧게 축약해서 부른 말)의 라이브 아카데미(이건 아침마다 머리 말리면서 보는 편인데, 한번 보고 영어를 외우거나 알 순 없으니 다음날 한번 더 보고 싶으면 나중에 볼 동영상 목록에 넣는다), 그 외에도 폼생영어, 구슬쌤들의 영어 컨텐츠들이 있다. 근데 이상하게 영어 컨텐츠들은 한번 보면 바로 다시 보기 싫어지는 마음이 생기기 때문에(아마도 어제 봤기에 본 것이 아직까지 기억에 남아있어서 그런 것 같다) 몇개월 뒤에 생각날쯤 한번 보는 경우가 많다.


요리 영상들은 아주 가끔 찾아보는데, 가지, 호박, 계란 등 내가 좋아하는 재료들로 쉽게 해먹을 수 있는 요리를 알려주는 컨텐츠를 저장해뒀다. 보통 이런 경우엔 제목에 '다이어트'라는 말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아? 이 요리를 해서 먹으면 건강하게 살을 뺄 수 있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어서 꼭 저장을 해두지만 한 번도 그 영상을 따라 해서 요리를 해 본 적은 없다. 하지만 언젠가 꼭 해먹어 보리라 싶은 마음에 아직 저장 중. 


음악 영상들이라 함은 과거 음악 재생목록을 만들어놨지만 거기에도 이미 음악 영상들(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플레이리스트, 가수의 무대 영상, 그냥 음원만 재생되는 영상 등)이 잔뜩 쌓여있어서 그것들과 섞이면 묻힐 수 있기에 따로 분류해둔 음악 관련 영상들이다. 그 예로 음악에 관련된 메일링 서비스를 받았었는데 그 메일 내용 중 이사타카네 메이슨이 클라라 슈만의 스케르초 2번을 친 영상을 한 번 받았었는데 듣자마자 크게 인상 깊어서 거의 저장만 해두고 일년에 한두 번씩 꺼내보는 느낌의 '음악 재생목록'이 아닌 자주자주 들여다보는 '나중에 볼 동영상'목록 에 넣어놨다. 생각난 김에 지금 또 들어야지.


테니스 영상들은 정말 보이는 것마다 내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닥치는 대로 넣고 보고 또 본다. 처음엔 직접 레슨을 받는 코치님 말고도 다른 코치들은 포핸드에 대해 어떤 식으로 알려줄까. 혹시 내게 더 쉽고, 도움이 되는 코치들의 포핸드 방식은 없을까, 싶은 마음에 찾아봤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하늘 아래 같은 포핸드는 없는 것 같다. 그저 누군가는 이 부분을 강조해서 치고, 누군가는 저 부분을 강조해서 치고, 누군가는 요 부분을 생각해서 치고 그렇게 다 다르다 보니 내게 맞는 포핸드를 스스로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직도 난 헤매고 있지만.. 그래서 테니스 치러 가기 전에 저장해놓은 테니스 영상을 늘 찾아보는데, 만약 그 영상이 알려준 대로 안되면 또 다른 영상을 찾고, 또 시도해보고, 계속 되풀이 중이다. 


운동 영상들은 거의 대부분 코어 운동, 그리고 스트레칭이 전부다. 특히 나는 홈트를 하면 거의 80% 이상은 코어 운동을 한다. 스스로 코어의 힘이 부족하다고 느껴 열심히 코어 운동 영상들을 찾았고, 그중 마음에 드는 영상들 몇 개를 돌려가며 운동하는 편이다. 거의 소미핏, 발레테라핏, 이지은 다이어트 영상들이다. 그러다 가끔 전신 운동을 하고 싶을 땐 빅시스 영상을 틀어놓고 따라한다. 스트레칭은 살짝 초보 요가와 맞닿아 있다. 가끔씩 스트레칭을 해주는 편인데 얄밉게도 스트레칭을 날마다 하다가 며칠이라도 쉬면 다시 몸이 굳고 뻗뻗해진다. 흥.


앞으로 어떤 영상들이 더 채워질지 궁금하다. 아마 새로운 누군가의 코어 운동이나 (하던 거 계속하다 보면 금방 질리니까), 늘 새로 뜨는 테니스 경기 영상들이 아닐까.



-Hee


1.

가끔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에서 동창을 만나 술 마실 때면 으레 하는 이야기가 우리 동창들 중 최고의 아웃풋이 유튜버로 성공한 용관이라는 이야기다. 청담에 집을 샀다거나 부모님께 전원주택을 지어줬다거나 몇억씩 하는 스포츠카를 몇 대나 끌고 다닌다거나 하는 이야기들. 기욱의 장례식장에서 용관이를 오랜만에 만났을 때 다른 애들은 걔가 가져온 페라리를 타고 영랑호수를 한 바퀴씩 운전해 봤는데 나는 사고라도 나면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 안 탄다고 했었다. 사실은 내 것이 아닌 걸 아주 잠시라도 가져보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이 컸다.


어디 가서 말 한 적은 없지만 유튜브를 해보겠다고 영상을 하나 만들어서 올린 적이 있었다. 몇 년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조회 수가 100이 채 넘지 않는 재미없는 영상. 영상을 보고 재미가 있는지 없는지, 품이 얼마나 들어가고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는 잘 알아보겠는데 그렇다고 재미있는 영상을 잘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당연한 교훈을 얻었다. 아마도 용관이 딱히 부럽지 않은 이유는 내가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는 일로 성공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도 평생 한 번도 찾아서 본 적 없고 도대체 사람들이 왜 찾아보는지도 모르겠는 ASMR 채널로 성공했기 때문에 더욱. 




2.

지영의 요즘 최대 관심사는 유튜브 촬영이다. 그간 채널 이름을 무엇으로 할지, 주제는 뭘로 할지, 유튜브로 성공하면 어떻게 할지 고민만 몇 년째 하는 꼴이 우스웠는데 그 사이 사촌 동생이 유튜브 영상을 제작해 올리고 단기간에 구독자가 빠르게 늘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자극이라도 받았는지 최근에는 영상을 실제로 만들어서 몇 개나 올렸다.


지영이 절대 하지 않을 것 같은 일을 기어코 시도는 했다는 점에서 꽤나 놀랐다. 첫 영상의 재생 수가 1000을 넘어갔을때, 그러니까 친척들, 가족들, 친구들이 하트를 눌러주고 영상을 재생해 줄 수 있는 숫자를 아득히 넘어섰을 때는 꽤 신기했다. 딱히 흥미도 없고 내용도 없는 영상인데 누가 이렇게나 봐주는 걸까. 참 알 수 없는 세상이다. 아니, 참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이다.



-Ho


나는 유튜브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매일 본다.


회원가입때 작은 글씨로 숨겨놓고 내가 동의하게 만들어서 내 일거수 일 투족을 분석하고 내 입맛에 맞게 영상을 보여주고 광고를 보여주는것도 싫다.

그런데도 유튜브를 못끊는 것은 감각적인 사람들이 올려주는 좋은 음악 플리와 살아보고 싶은 나라에 살며 브이로그를 올려주는 사람들의 영상이 재밌기 때문이다.


적당히 조절하면서 봐야하는데 그러기도 쉽지 않다.

침대에 누워 유튜브 보는게 너무 재밌다.

그래도 하루에 시간을 정해서 쓸데없는 것을 보는데 내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야겠다.


세상을 이롭게 하는 척하지만 결국 회사는 기업이고 이윤을 만들어내는데 사람들의 희생을 막아 서지 않는다.

유튜브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거스를 수 없다면 자신만의 바운더리를 만드는게 필요하다. 



-인이


2024년 6월 30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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