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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란도란프로젝트 Jul 14. 2024

"수박주스"

도란도란 프로젝트 - 오백 마흔 아홉 번째 주제


바야흐로 수박의 계절이다.


여름의 한창인 시간에 있는데

왠지모르게 여름느낌이

나질 않는다.


저작권 때문에 크리스마스 주간에

캐롤이 끊긴 느낌이랄까,


혐오의 시대에 모두가

조심스러워서일까,


여름 분위기를 내던 것들도

요란떨지 않는다.


한바탕 비가 쏟아지고 난 후

익숙한 카페에서

수박주스를 시켰다.


잔뜩 빨간 주스를 마셨는데

세상에 수박맛 시럽을 섞은 것이었다.


세상이 나를 배신한 것 같은

차가움이었다.


이제 가짜수박도 비싼돈을 주고 먹어야 한다니,

세상이 조금 팍팍해지곤 한다.


묘한 날이다.



-Ram


그 지역 일기예보를 보니 매일 비 소식이 있었다. 심지어 하루 시간별 예보에서도 비가 온다고 하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 물론 여느 지역 일기예보들과 마찬가지로 완벽하게 비 예보가 빗나가고 해가 쨍쨍 찌는 날이 있는 바람에 늘 순간의 날씨와 밀당하기 바빴다. 밤새 내리던 비가 그치고 오전에 기적적으로 햇볕이 강하게 쬐는 하늘을 보자마자 '테니스장 바닥이 마르게 제발 2시간 이상만 햇볕 쬐라'라고 기원했다. 잠시 먹구름이 끼었다, 걷혔다 했지만 감사하게도 그날은 더 이상 비가 오지 않았고, 그곳에 있는 하나뿐인 테니스장은 하드코트였기 때문에 바닥이 마르고 있는지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코트장 옆에 작은 마트에서 운영하는 곳이지만 바닥에 고인 물을 밀 수 있는 밀대도 깨알같이 있었고, 밀대로 열심히 바닥을 밀고 있자 주인아주머니께서 빗자루를 가져오셔서 물을 쓸어주셨다. 지금 생각하면 도대체 어떤 마음으로 쳤나 싶을 정도로 자세도 공도 엉망이었고, 중간중간 서브할 때 머리 꼭대기에서 비추는 강한 햇볕 때문에 공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신나게 깔깔대며 두 시간 동안 열심히 단식을 쳤고, 땀을 잔뜩 흘리고 코트에서 나와 마트에 가서 주인아주머니에게 코트 이용료를 지불하고 마트 앞에 세워둔 작고 귀여운 스쿠터에 올라탔다. 코트 옆에 휴식공간에 있는 물은 이미 다 마셨지만 그래도 목이 타서 편의점을 갈까 생각했는데 내 눈에 들어온 건 땡모반을 파는 가게! 가게 앞에 스쿠터를 세우고 내려 땡모반을 주문했다. 가게 바깥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서 마시던 그때 그 땡모반이란. 그때 찍어둔 땡모반 사진을 지금 봐도 감탄하며 먹던 그 차갑고 단 땡모반이 주는 행복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Hee


이번 주는 휴재입니다.



-Ho


남편이랑 방콕에 다녀왔다. 우리둘다 최애 도시인곳을 같이 가니까 감회가 너무 새로웠다.


방콕은 늘 새로운게 생겨서 가고싶은곳이 넘쳐나지만 고전은 언제나 있다.


타이티와 수박주스는 보일 때마다 먹어줘야 한다.

노스이스트라는 식당을 좋아하는데 그곳의 수박주스는 양도 많고 맛있어서 두명이서 가면 하나 시켜 나눠먹는걸 추천한다.


나는 남편이 뭔가 단걸 먹을때 그걸 보는게 귀여워서 일부러 군것질을 권하는 편인데 좋아하는 수박 주스를 먹는 모습을 보니 만족스러웠다.


한국에서는 이디아가 진짜 수박을 써서 수박주스가 맛있다하고 메가커피가 최악이라한다.


날이 꿉꿉하고 더울때는 수박이 최고다.

여름이 가기전에 수박을 많이 먹어야지.


이 더움이 언젠가 끝난다 생각하니 더위도 즐길만 하다.

모든게 그렇지 않을까. 좋은것도 나쁜것도 영원하지 않다는 것. 그러니 현재를 최대한 즐기고 걱정은 내려놓아야지.



-인이


2024년 7월 14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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