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오백 오십 일곱 번째 주제
시나노골드라는 품종 사과는
노란색이다.
어떻게 알았냐면
지금 회사를 다니면서
회사의 복지 중 하나가
바로 저 사과가 수확될 때
한 박스씩 보내주는 것이었다.
그렇게 사과박스를
본가로 보내고
사진으로 인증샷을 받았는데
샛노란 사과들이 줄지어져 있어
익지도 않은 사과를 보내곤
생색인가 하였더랬다.
새콤한 걸 좋아하는 엄마 입맛에
딱 맞아서였는지,
두 박스나 받은 후에
올해는 먼저 물어온다.
노란 사과 언제 오니?
하하,
고향집 언제 오느냔 말보다
사과가 먼저일 줄 몰랐지.
그만큼 애틋함이 줄었나,
이제 나간 자식 어련히 잘 살겠거니
싶은가,
한편으로 괘씸한 마음이 드는 것은
고작 노란 사과에 밀린 감정이
얄궂어서 라기보단
엄마가 이제 원하는 것들을
솔직하게 얘기하는게
좋아서 그렇다.
웃겨 정말.
그나저나 노란 사과 언제 줄까?
하하.
-Ram
겉모습만 봐선 알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 언뜻 보면 배인 줄 알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과 향과 맛이 나고, 약간 연둣빛을 띄는 멜론을 생각하고 반으로 가르자 안이 오렌지색으로 가득 차 있어 당황스러운 것처럼. 사람도 마찬가지다. 처음에 봤을 땐 너무 동안이어서 당연히 어릴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생각보다 나이가 많고, 흥미로운 경험과 아픈 과거들이 그 사람을 꽁꽁 둘러싸고 있어서 놀랐다. 그리고 겉모습이 풍겨오는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사람의 성격도 유추하게 되는데 겉과는 달리 의외의 마음 씀씀이와 생각지도 못한 언행으로 또 한 번 날 혼란에 빠지게 했다. 당연하다는 생각이 때때로 날 오만에 빠뜨린다. 다시 한번 되새기자. 당연한 건 없다.
-Hee
이번 주는 휴재합니다.
-Ho
노란 사과도 있어 찾아보니, 기후변화의 대체재로 나온다는 것 같다.
이번 여름은 정말 유난히도 더웠는데, 이 더위가 제일 시원한 여름이라 한다. 앞으로 점점 더 더워질 거란 소리다.
기후학자들은 자녀를 낳는 걸 망설인다 한다. 기후 위기가 전혀 좋아질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어떻게든 견디지만 나중에 더위도 소득의 격차에 따라 누구는 몸으로 맞닥뜨려야 하고 누구는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세상이 오면 어쩌지?
아이를 한 명은 낳고 싶은데, 내가 여러 방면에서 그 아이를 지켜줄 수 있는 능력이 안된다고 판단되면 안 낳는게 맞을 것 같기도 하다.
남편은 아침으로 사과를 꼭 먹었는데, 말레이시아에서 지낼 때 뉴질랜드 사과가 8알 정도에 7천원 정도 했었다. 한국에 오니 도저히 사 먹을 수 없는 가격이라 사과를 포기했었고 최근에서야 그것도 엄마가 사줘서 사과를 맛봤다. 노란 사과가 나와서 맘껏 사과를 먹을 수 있다면 참 좋겠다. 하지만 그보다 꿀이 가득 든 아삭하고 딱딱한 빨간 사과가 풍작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슬프지만 큰 기대는 안된다. 9월에 들어섰는데도 이렇게 더우니 말이다.
-인이
2024년 9월 8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