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귀찮음"

도란도란 프로젝트 - 육백 열 네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모든 것이 내뜻대로 되지 않는다.

날씨도 그렇고

길도 멋대로 막힌다.


아,

이런 날 애써서 나오지 말 걸.


좋은 날은 여즉 오지도 않더니

꼴사나운 날은 어제오늘

끝도 없이 나온다.


귀찮은 걸 구태여 끌고오지 말 걸


귀찮다고 미뤄온 것들을

나는 계속 끝에 다다라서야

허겁지겁 끝내곤 했다.


그래서 오늘도 그런 날이다.


온통 귀찮은 날.


아무것도 아닌 그런 날.



-Ram


1.

가끔 누군가 내게 질문을 하면 그 답변으로 '귀찮아서요'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있(었)다. 근데 사실 진짜 나의 대답은 내 마음에 있는 생각들을 두런두런 꺼내놓아야 하는 그런 장황한 내용이었지만 그 상대방에겐 그(간의) 나의 생각들을 낱낱이 전달하고 싶지 않아서, 굳이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아서 그저 '귀찮다'라고 대답을 했었다.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나의 귀찮다는 표현을 곧이곧대로 이해한다. 사실 나는 귀찮은 게 거의 없는 사람인데. 다른 이유들이 있을 뿐이었는데.


2.

미루면 미룰수록 내 마음에 계속 남아있고 신경 쓰이기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다. 하고 싶은 일이 많아서 하나 둘 미루다 보면 머릿속에서 생각하고 있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진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그냥 하는 게 상책.



-Hee


명절 연휴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부지런히 돌아다녔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연휴 후반부는 지나 치게 늘어져 버렸다. 먹고 자기를 반복하는 일이 하루 일정의 전부인 날들. 게다가 운동까지 완전히 멈춰버렸는데 이렇게까지 기본적인 욕구에만 충실한 생활은 꽤 오랜만이다. 여전히 나는 나 자신을 완전히 통제할 수가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엄청나게 막 분하다거나 막막한 기분이 들지는 않았다. 게으른 삶이 아마도 내가 스스로 정한 삶의 모토와도 결이 비슷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 앞으로 언제 이렇게 쉬어볼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여지없이 눈앞이 깜깜해지는 바람에 지금까지도 게으른 상태를 잘 유지하고 있다. 며칠 개차반처럼 살긴 했지만, 그래도 괜찮을 것이다. 쉬는 것도 중요한 일이니까. 이러나저러나 삶은 잘만 흘러가고 있다.



-Ho


완벽주의라고 포장하고 싶은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시작조차 하기 힘들었다.

사실 지금도 그렇다.

내가 원하는 결과물까지, 디테일까지 하나하나 신경써야지만 내가 했다고 내꺼라고 할 수 있다.


해야할 걸 하지 못할 때의 불안감도 이루 말할 수 없다.

걱정으로 아득해져 생각이 머릿 속을 가득찬다.


시작이 이렇게 어려웠던건가.

그렇게 어렵게어렵게 책상 위에 앉아 시작을 하면 딱 반발자국 움직이는 느낌이다. 그렇게 겨우 걸음마를 떼도 그 시작에 뿌듯함을 느끼는 내가 싫다.

때때로 시작을 하고자 마음먹어도 마우스만 딸깍거리다 인터넷 서핑을 할 때도 많다.


귀찮음, 어떻게 이기는거지


아직도 모르겠다.



-NOVA


2025년 10월 12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