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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쎄요 Jul 29. 2017

권태로움, 이 가벼운 단어에 대해서
<우리도 사랑일까>

사라 폴리 2011년도 작품 




우리도 사랑일까, 우리가 사랑일까.







여행길 그리고 비행기 안에서 마주친 마고와  대니얼(루크 커비)은 서로에게 미묘한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마고는 결혼을 했고, 대니얼은 이웃이다. 



마고(미셸 윌리엄스)와 루(세스 로건)는 "감자깎이로 너의 몸을 다 갉아 내고 싶어"와 같이 다소 과격한 말로 애정을 드러내는 5년 차 부부이다. 매일 서로에게 하는 장난처럼 "사랑해"라는 말도 그들에겐 어려운 단어가 아니다. 하지만 그들에겐 '대화', '스킨십'이 없다. 






정확히 마고는 무엇에서 권태를 느꼈을까. 
같이 식사를 하면서 서로에 대해  물어볼 것도 없는 지겨운 닭 요리 같은 결혼 생활이었을까, 장난과 키스 중  어느 것 하나 찐하게 자신을 만족시켜주지 못하는 후였을까, 그것도 아니면 붕 떠버린 자신의 모습이 두려워서 아무것도 아닌 척 지내는 자신이었을까. 





루가 "남편을 유혹하는데 용기가 필요해?"라고 했을 때, 마고가 샤워할 때마다 찬물을 붓는 장난을 치면서 "30년 뒤에 이 사실을 말해서 널 웃겨주고 싶었어."라고 할 때 루와 헤어진 마고의 결정은 적어도 틀린 건 아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사랑을 하면서 매번 그 자리에서 똑같이 있는 사람이 좋은 사람일까?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인간은 스쳐가는 권태로움조차 이겨내지 못하는 나약한 존재인데 어떻게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면서 그 자리에 서서 변하지 않을 거라는 이기적인 생각을 하는 걸까. 끊임없이 서로를 당기고 당겨야 할 순간에 루는 그 자리에만 있었기 때문에 놓쳐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루를 떠난 마고는 행복할까? 둘의 사랑은 video kill the radio star가 흐르던 놀이동산 같은 관계였을 수도 있겠다. 단순히 새로운 것의 대한 갈망으로 시작한 어리석음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영화 초중반부에 나오는 마고의 말과 행동에 더 초점을 맞춰서 생각하고 싶다. 쓰고 싶은 글이 있지만 용기가 없어서 엉뚱한 글을 쓰고 있는, 한줄기 햇빛을 보며 울고 싶지만 꾹 참아내는.. 뭐하나 제대로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는 자신의 삶을 바꿔주거나 용기를 주진 못하더라도 적어도 알아차릴 수 있는 사람을 만났다는 사실에 설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권태로운 환경 속에서 새로운 사람에게 끌린 것이 아니라 나의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이 아직 있다는 사실에 설렌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비행기 환승구간처럼 이도 저도 아닌 곳에서 머물고 있지 않은 자신을 끌어당겨줄 사람 말이다. 그래서 그들에겐 굳이 사랑한다는 말을 내뱉을 필요 없다. 확인할 필요도 없이 내가 느끼고 있으니깐. 




여기서 우리는 가치판단은 접어두자. 우린 그들에게 공감을 하고 이해를 한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은 더 애달프게 느껴진다. 








마고와 다니엘은 원하는 사랑을 하게 되고 서로의 성적 판타지까지 완벽하게 충족시켜준다. 
텅 비어버린 집이 하나하나 채워질 때마다 그들의 감정 역시 차오른다. 하지만 집에 모든 것들이 들어와 안정을 찾았을 때 그들 역시 들끓던 감정들은 차분히 내려앉는다. 그들에게도 역시 서로에 대해 궁금증이 사라졌기 때문 아닐까? 모든 것이 채워졌을 때 서로의 대한 궁금증이 사라졌을 때, 그것이 권태라면 권태겠지만. 단순히 권태감이라고 표현하고 싶지 않다. 우린 그저 나의 존재를 확인시켜 줄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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