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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미숙 Jul 29. 2021

11편. 답하는 사회에서 질문하는 사회로

리더십이 어려운 당신에게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중 어떤 것이 가장 어려울까요?

제가 영어 공부를 할 때 가장 도전적인 것은 ‘말하기’라고 생각했습니다. 문장을 외우고 관용어구를 좀 쓸 수 있게 되었을 때 외국인과 대화를 하게 되었는데, 결국 인사 외에는 거의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이유는 상대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들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모국어도 마찬가지죠.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중 가장 어려운 것은 듣기 입니다. 이유가 뭘까요? 존 맥스웰은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다시 물어야 할 것들]이란 책에 니도 쿠베인 총장(하이포인트 대학교)의 말을 들어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대부분 의제 불안증을 겪고 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상대방이 하고 싶은 말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감정이다.


니도 쿠베인 총장의 말은 초창기 코칭 공부를 할 때 들었던 비유와 비슷합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척하면서 혀를 반쯤 내밀고 있답니다. 틈이 생기면 얼른 내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말입니다. 이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혀를 반쯤 내민 그 마음에 이름을 붙이고(예. ‘루시’), “루시~! 들어가 있어~!”라고 말해보는 훈련을 하기도 했습니다. 경청이 그만큼 어려운 거죠.


그러나 또 한편, 어려운 만큼 경청을 지속해야 할 이유를 설명하는 말도 있습니다.


상대방의 말을 열심히 들어 준다는 것은 사랑이라는 감정과 흡사하다. 보통 사람은 그 둘을 거의 구분하지 못한다."_데이비드 오거스버거 David W. Augsburgur


데이비드 오거스버거의 말을 코치들은 코칭 세션에서 매번 체험합니다. 코치가 정성스럽게 경청을 하면, 리더들은 평상시 꺼내기 어려운 아젠다를 쉽게 꺼내어 놓습니다. 자신의 연약함을 기꺼이 드러내고 그곳을 용기로 채우게 됩니다. 이것이 경청의 힘입니다.


이것은 리더가 왜 경청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구성원들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염려되는 사항, 아직 설익었지만 함께 나누고 싶은 아이디어, 시킨 일이 아닌데도 떠오르는 창의적인 개선안 등… 확실하지 않지만 깊은 고민으로 나온 염려와 업력의 통찰을 통해 나온 아이디어를 기꺼이 리더 앞에 꺼내어 다루게 하는 힘… 그것이 바로 경청인 것입니다.



경청을 잘하는 가장 큰 비법은 질문하는 것입니다

하우코칭 [질문의 기술] 중 질문을 위한 관점의 틀 중 일부

그렇다면 경청을 잘하는 최고의 방법은 무엇일까요? 질문하는 것입니다. 좋은 질문이 되려면 마음의 중심에 꼭 필요한 3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의도, 호기심, 탐구의 마음입니다.


우선, 의도(intention)란 어떤 목표 달성을 하기 위한 결의를 말합니다. 예를 들면 ‘상대방의 성장을 도와야겠다,’, ‘상대방이 걱정하는 바를 허심탄회하게 드러내도록 도와야겠다,’, ‘용기 내어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도록 환경을 만들어야겠다’하는 의도를 가지고 질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호기심(curiosity)입니다. 호기심은 ‘궁금해하고 알려고 하며 숙고하는 태도나 성향’을 말합니다. 의도를 갖되, 상대방이 가진 생각을 궁금해하고 알려는 호기심이 없다면 질문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셋째는 탐구(inquiry)입니다. 마치 동굴 탐험을 하듯 필요한 지식을 획득하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자세를 말합니다. 의도와 호기심으로 질문하되, 결과에 이르기까지 탐험을 멈추지 않는 것입니다.


앞의 사례에서 홍전무께서는 이 3가지 모두가 전무한 상태였습니다. ‘일의 진척과 결과’만 궁금하고 구성원의 ‘생각’이나 ‘구성원’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질문도 경청도 하지 않은 것입니다. 당신은 질문할 때 의도, 호기심, 탐구를 마음 속에 가지고 계시는지요? 어려운가요? 이것을 좀더 쉽게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구성원의 생각을 듣고 싶다면 ‘사랑에 빠지는 인터뷰 질문’부터 하세요

심리학자 Arther Aron은 ‘두 낯선 사람이 만났을 때 서로에게 개인적인 질문(특히 사람들이 갖고 있는 취약한 점(vulnerability)이 친밀감을 빠르게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라는 가설을 가지고 36가지 질문으로 실험을 하였습니다. 이 실험으로 ‘동료들간의 친밀한 관계 형성은 공개하기 힘들어하는 사적인 정보들을 서로 공유할 때 증가한다’라는 결론을 도출하였습니다.


이 논문이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뉴욕타임즈에 Mandy Ren Catron가 “사랑으로 읽는 36가지 질문”이란 타이틀로 기사를 작성한 후 부터입니다. 엄청난 바이럴을 타면서 Ted 강연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이 36가지 질문이 궁금하신가요? 몇 가지 예시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 세상 누구나 초대할 수 있다면 저녁 식사에 누구를 초대하겠어요?

당신이 생각하는 ‘완벽한 하루’는 어떤 날인가요?

어린 시절 자라난 환경을 바꿀 수 있다면 무엇을 바꾸겠어요?

진정한 우정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다른 사람 앞에서 마지막으로 울었던 적은 언제인가요? 혼자 울었던 적은요?


실제로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어떠실 것 같나요? ‘왜 이런 걸 물어보지?’하는 마음도 있지만, 만약 질문에 답하기 시작했다면 질문자가 그저 고개만 끄덕여줘도 질문자에 대한 호감도는 높아질 겁니다. 이런 유사한 질문을 리더가 구성원에게 한다면 어떨까요? 상사와 구성원의 관계가 원래부터 나쁘지 않다면, 서로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질거구요, 회의 석상에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거나 주도적인 성향을 더욱 많이 보이게 될 겁니다.


그러니 경청하고 싶다면, 질문하고 귀를 기울이세요. 그리고 처음하는 질문들은 이왕이면 사랑에 빠질 수 있는 질문들(^^;)을 해주세요.



4차 산업시대였다면 3형제 중 첫째가 공주와 결혼했을 겁니다

유명한 탈무드 이야기 [공주를 구한 삼형제], 알고 계시죠? 한 나라의 왕은 불치병에 걸린 공주를 낫게 해주는 사람과 결혼을 시키겠다는 공약을 합니다. 사위가 될 뿐만 아니라 왕위도 물려준다고 방방곡곡 알렸지요. 첫째가 천리 밖을 보는 망원경으로 이 알림을 봤고, 하루에 천리를 나는 둘째의 양탄자를 타고 공주에게 도착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병을 낫게 해주는 사과를 가지고 있는 셋째가 공주에게 사과를 먹이자 공주는 살아났습니다.


문제는 ‘삼형제 중 누구를 공주와 결혼 시켜야 할까?’ 입니다. 왕은 세 형제 중 누구를 사위로 삼았을까요? 다 아시는 것처럼 사과를 가지고 있던 막내였습니다. 이유는 망원경과 양탄자는 여전히 남아있어서 다시 사용할 수 있으나, 막내의 사과는 먹어버렸기에 전 재산을 내어준 것이어서 랍니다. 그래서 이 탈무드의 교훈은 다른 사람을 도울 때 희생이 필요하며, 희생은 어떤 방식으로든 보응을 얻는다… 뭐 이런 것이었을 겁니다.


질문의 힘을 강조한 박종하 소장은 강연에서 이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었더군요. 동화가 쓰여진 시기가 농경사회였기에 먹을 것 전부를 준 막내와 결혼을 시킨 것이라구요. 만약 효율과 대량생산의 가치관이 가장 중요했던 산업 사회에서 이 동화가 쓰여졌다면, 아마도 공주의 결혼 상대는 하루에 천리를 나는 양탄자를 가진 둘째였을 거라구요. 그러나 4차 산업시대는 해답이나 효율성보다 '문제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한 시기이므로, 지금 이 동화가 쓰여진다면 천리 밖을 내다보는 망원경을 가지고 문제를 제기한 첫째가 당연히 공주의 배필이 되어야 한다구요.


억측이지만 동의가 됩니다. 이제는 리더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는 시대는 갔습니다. 빠르게 해결책만 찾는 수직적 문화에서 탈피해, 문제를 찾고 기회를 발견하는 수평적 문화로 이동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전능한 해결책’을 제시하려 노력하기 보다는 권력 거리(distance of power)를 좁히고 ‘집단 지성’의 힘에 의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는 조직 뿐만 아니라 리더의 지속가능성을 돕기도 합니다.


엔서니 라빈스가 했던 말, 이제는 개인 차원이 아니라 조직 차원에서 의미 있는 명제가 된 듯 합니다.


수준 높은 질문은 수준 높은 삶을 만든다.성공하는 사람들은 더 좋은 질문을 하기 때문에 더 좋은 답을 얻는다._ 엔서니 라빈스


질문하고 경청하십시오. 당신의 멋진 리더십을 응원합니다.


                                                                                                                 당신의 곁에서, 현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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