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미숙 Oct 06. 2021

20편. 경청, 임원이 더 들어야 할 것들

리더십이 어려운 당신에게

[룩백(look back) 준비를 하라는 임원의 요청에 당황해하는 담당자들과의 대화]


대상에 따라 경청 태도가 달라지는 리더들

지난 호에 경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경청의 기본에 관한 것이었죠. 사실 임원은 이보다 더 높은 경청 능력이 필요합니다. 희망적인 것은 대부분의 임원들은 고도의 높은 경청 능력을 가지고 계시다는 겁니다. 진짜냐구요? 예, 진짭니다~^^. 대표님 말씀을 경청할 때를 생각해보세요. 대표님이 짧게 말씀하셔도, 그 말씀의 배경, 의중, 전략, 우선순위, 장애물, 문제점, 회사의 성장, 효율과 효과, 혁신의 방향까지 경청해냅니다. 그러니 실상은 임원들께서 경청의 달인인 셈입니다.


그런데 실무자와의 대화에서는 경청이 어렵습니다. 이는 임원분들의 강점 때문에 생기는 현상입니다. 예를 들면 경영진이 제기한 이슈에 대해 공감을 크게 하는 분일수록, 조직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클수록, 그리고 혁신과 새로운 방식에 대해 관심이 많은 분일수록 경청이 어렵습니다. (물론 자신의 과거 경험에 몰입되어 있는 분들도 경청이 어렵겠죠.) 그러니까 임원들의 관심사가 성공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내가 가진 결론에 부합한 정보만 걸러내서 듣는 확증 편향도 만들어냅니다.


사례에서 언급된 전무님도 혁신에 골몰해 계시는 분이었습니다. 남다른 통찰을 비즈니스 기회와 연결해내는 능력이, 대표님의 지원과 맞물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 내기도 했습니다. 대부분의 성공이 ‘기존의 방식과 기존의 수준’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었습니다. 실무자들은 안 될 거라 믿었고 반대했을 겁니다. 그래도 성공했기에 이번에도 실무자의 데이터를 넋두리로 생각하고 듣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가 실패로 끝난 것은 여러 이유가 있을 겁니다. 이것을 ‘경청’이라는 화두로 풀어보고자 합니다. 임원의 경청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살펴보기 위함입니다.



임원이 더 들어야 할 것들

[출처: 킴캐머런, 긍정 에너지 경영, 2009]

리더의 경청이 조직에 얼마나 큰 이익을 주는지는 많은 연구에서 증명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로사다와 히피의 연구(2004)입니다. 옆의 표에서 보시는 것처럼 이익, 고객만족도, 그리고 360도 리더십 평가 등 3가지 요인을 중심으로 60개 조직을 선발하여 고성과, 중간성과, 저성과 팀으로 나누었습니다. 그런 뒤, 그 팀의 상호작용 특성을 관찰하도록 전문가에게 의뢰했는데, 이때 그 팀의 성과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상호작용 패턴을 전문가들이 편견 없이 도출해 냈을 때, 그 패턴이 성과에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고성과 팀과 저성과 팀은 4가지 차원에서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이중 경청의 효과는 두 번째 요소로 꼽힙니다. 즉 고성과 팀에서는 리더가 주장하는 비율과 구성원의 주장을 듣기 위해 질문하는 비율이 거의 1:1로 나타났습니다. 100번 주장하면 다른 사람의 주장에 대해서도 100번은 질문했다는 것입니다. 반면 저성과 팀에서는 자신이 100번 주장할 때, 구성원의 주장에 대해서는 5회밖에 묻지 않았다는 겁니다. 10년도 더 된 연구인데, 지금처럼 변화에 애자일하게 대처해야 하는 VUCA시대에서는 이 비율이 훨씬 더 중요할 겁니다.


로사다와 히피의 연구는 경청 빈도의 중요성을 이야기했지만, 동시에 강조되어야 하는 것은 ‘무엇을 경청하는가’입니다. 리더는 실무진들과 미팅에서 이들이 하고 있는 일들이 조직의 목표와 Align 되고 있는지, 그들이 회사의 성장을 위해 어떤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지, 어떤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지, 우선순위를 잘 파악하고 있는지, 조직의 효율과 효과는 어떠한지, 의사결정이 시의적절하게 일어나고 있는지, 말하지 않는 것들이 있는지, 직면한 문제점은 무엇인지를 함께 들어야 합니다.


이것은 리더가 회의를 할 때, 과제에 대한 초점뿐만 아니라, 실무자, 팀, 조직 전체에 대해 줌인(zoom-in)과 줌아웃(zoom-out)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리더 스스로가 ‘프로젝트 매니저’가 아닌 ‘조직 관리자’라는 정체성이 있어야 이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룩백(look back)에서, 리더는 무엇을 경청해야 할까요? 좀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룩백(look-back)에서 경청할 것 1. ‘실무자들은 룩백을 어떻게 인식하는가?’

룩백을 하는 이유는 최소한 두 가지 목적을 가집니다. 우선 어떤 결과의 인과성을 학습하기 위함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얻거나 얻지 못한 원인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죠. 성공한 이유 혹은 실패한 이유를 알아야, 보안을 하든 강화를 하든 이식을 하든 조치를 취할 수가 있으니까요. (고성과를 내는 사람들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인과성에 대한 추론과 적용입니다.) 이 데이터가 축적되는 것이 조직의 경쟁력입니다.


또 하나는 학습 조직이 되기 위함입니다. 룩백을 통해 ‘일을 하면서 계속 배워나가는 여정에 있다’는 것을 인식시킵니다. 그래서 원인은 명확하게 분석하지만, 그것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나와 조직이 어떤 역량을 더 키워야 하는지에 관심 갖게 합니다. ‘배우고자 하는 조직을 만든다는 게 얼마나 값진 유산입니까!


이 두 가지 목적을 위해, 리더는 실무자들의 두려움을 경청하고 룩백의 취지부터 잘 설명해야 합니다. 룩백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구성원들이 많다면, 포스트잇에 ‘룩백!’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을 적어보게 하고 그 단어들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눠야 합니다. ‘책임자를 추궁하려는 거야’라는 불안과 저항이 있다면, 아무리 노력해도 의미 없는 시간이 되어버릴 겁니다



룩백(look-back)에서 경청할 것 2. ‘목표가 명확해야 룩백도 명확하게 할 수 있다’

프로젝트 목표가 하나인 경우 사람들의 저항과 두려움은 훨씬 커집니다. 예를 들어 목표가 ‘상용화’ 하나였고, 결과적으로 상용화로 나아가지 못하게 되면 그 프로젝트는 완전한 실패가 됩니다. 1년 동안 쓴 돈과 인력이 크면 클수록, 결과 추궁에 대한 두려움은 커집니다. 내 탓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실무자와 조직은 애를 쓰게 됩니다.


그러나 상용화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된 다양한 측면에서 목표를 설정한다면, 다음 스텝을 기약할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예를 들면 관련 기술의 축적, 애자일한 협업, 의사결정의 효과 및 효율, 고객 니즈에 대한 집착 등입니다. 앞의 에피소드에서 관련 기술의 축적이라던가 의사결정의 효과 및 효율을 추가 목표로 설정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 1년 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방식이 달랐을 겁니다. 그리고 결국 상용화에는 실패했더라도 축적된 기술과 효율적인 의사결정 방식도 구축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랬다면, 이 조직은 내년을 기약할 수 있는 힘과 역량을 길렀을 겁니다.


목표 설정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그러나 설령 목표를 제대로 설정하지 못하고 시작했다 하더라도 괜찮습니다. ‘1년의 세월을 낭비했다’ 거나 ‘누구 때문에 이 지경이 되었다’라는 실무자의 두려움을 경청하셨다면, 실무자들에게 용기를 주는 룩백이 되어야 합니다. 4가지 세부 단계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우선 ① 룩백을 통해 우리가 다시 1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정량적 목표 외에 어떤 목표를 수립할 수 있는지 논의합니다. 말하기 어려워하면 포스트잇에 각자 적어 벽에 붙인 후 이야기 나눌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정량적 목표 외에 앞서 언급했던 고객 집착 역량, 실력의 축적, 빠른 의사결정의 프로세스 등을 도출해볼 수 있습니다. ② 이 변수들을 토대로 1년을 회고해봅니다. 정량적 목표만 생각하느라 놓치고 있었는데 회고해보니 우리의 실력이 이런저런 부분에서 늘었다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고, 회의 프로세스가 더 엉망이 되었는데 그 이유를 알고 있으니 다음 프로젝트에서는 이 부분을 개선하자는 성찰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작은 성공이라도 정리해내는 것입니다. 우리가 보낸 1년이 허송세월이 아니었다는 희망이 생겼다면 세 번째 단계로 넘어갑니다. ③ 각 차원별로 끝모습(end picture)을 질문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이렇게요. “우리가 이 프로젝트의 성공 변수로 ‘빠른 의사결정의 프로세스 구축’을 성공요소로 잡는다면, 1년 뒤에 어떤 모습이 되면 성공했다고 볼 수 있을까?”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④ 다음 프로젝트에서는 그 변수들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룩백(look-back)에서 경청할 것 3. 룩백에도 프로세스가 있습니다

룩백에 가장 좋은 모델은 AAR입니다. 미해군에서 주로 사용했던 프로세스인데 조직에서도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프로세스입니다. AAR은 After Action Review의 앞 자를 딴 것으로, 실행한 이후 리뷰를 해본다는 것입니다.



AAR (After Action Review)

① 목표는 무엇인가?

② 실제 결과는 무엇인가?

③ 결과의 원인은 무엇인가?

④ ERRC 한다면? (Eliminate? Reduce? Raise? Create?)

[포스트-잇을 통해 AAR단계별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보도록 합니다]

절차는 위에 소개한 대로입니다. 설정한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상기해보고, 각 목표별 성공한 것과 실패한 결과들을 정리합니다. 그런 후, 그 결과를 만든 원인과 노력들을 리뷰해봅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다면 무엇을 제거, 감소, 증가, 창조할 것인지 의견을 냅니다. 말로 토론하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몇 사람만 말하게 되기 때문에(특히 리더가 주로 말씀하게 되죠 ^^;), 포스트잇에 적어서 일괄적으로 붙인 후 대화를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옆의 사진 참조).


경청 이야기하면서 룩백 이야기까지 하게 되었네요. 룩백에서 뿐만 아니라 수많은 영역에서 경청이 필요합니다. 아마도 경청은 리더의 과업 중 가장 중요하면서도 평생 과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줌인/아웃(zoom in/out)을 통해 들으시려고 노력해보십시오. 애쓰는 만큼 들릴 겁니다.



당신의 리더십을 응원합니다.

                                                                                                                당신의 곁에서, 현코치 





작가의 이전글 19편. 경청, 어디까지 가봤습니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