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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ILAMENT Sep 16. 2019

피츠버그 듀케인 인클라인

The Duquesne Incline


지금 시대의  '사진'은 일상이다. 사진이라고 하는 건 현실을 담아내는 포맷 중 하나이기 때문에, 그 방법만 알고 있다면 현실을 살아가는 누구나 사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산업 혁명으로 다양한 공산품의 과잉 생산이 나타나듯이 디지털 디바이스의 발전은 이미지의 인플레이션을 가져왔다. 그로 인해 이제 '사진'을 생활의 일부가 아닌'취미'로서 한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그 안에서 '자신만의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난 사진을 취미로 하고 있다. 프로는 당연히 아니고 아마추어도 아니다(그 두 가지 영역에는 '자신만의 가치' 이상의 '대중의 인정'과 '자신의 인정'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그냥 찍고 담는 것이 즐겁고, 집에 와서 하나 둘 꺼내보며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솔직히 즐겁다. 그리고 미적 센스가 특별히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사진을 선정하고 보정하는 과정을 내 심미성을 개발하기 위한 훈련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해가 저물어 가는데, 느낌이 왔다.



숙소에서 과제를 한참 하다 창밖을 보니 날씨가 너무 좋은 거시다. 난 노트북을 덮고 피츠버그를 검색하면 제일 먼저 나오는 듀케인 인클라인을 오르기로 했다. 옷을 입고 나니 저녁 6시 반이었다. 지금 출발하면 일몰시간에 겨우 맞춰 도착할 수 있을 듯했고, 인클라인을 타는 건 포기하고 리프트(Lyft)를 잡아 바로 정상으로 향했다. 


리프트(Lyft)를 타고 15분 만에 도착한 듀케인 인클라인 위쪽 역



피츠버그에 와서 우버와 리프트를 몇 번 탔는데, 기사 3분께서 모두 워싱턴에 가라고 했다(끝내준다고). 영알못인 나는 '아니 왜 피츠버그에 온 사람한테 워싱턴에 가라는 거지?'라고 생각했었고 여기와 서야 이유를 알았다. 바로 여기가 워싱턴 산(Mountain Washington)이었다. 허름한 역사 옆 철문으로 들어가자 끝내주는 풍경을 마주하게 되었다.


워싱턴 산에서 바라본 피츠버그 두물머리
얘가 바로 듀케인 인클라인(The Duquesne Incline) - 미어터져서 안 탔다.
피츠버그는 다리가 많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하인즈 구장(Heinz Field)과 카네기 과학관(Carnegie Science Center)
저 유리의 성이 랜드마크 중 하나인 PPG Place다. 



사실 이 시간에 여기에 온 건 일몰 시간이 뷰가 제일 좋기 때문이다. 낮, 일몰, 밤의 3가지 신을 한두 시간 안에 찍고 돌아갈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해가 저물어 가는 걸 보며 주변을 살짝 돌아보았다. 


역사 안은 역사로 가득하다(죄송)
1936년이면 난 어디 있었지..
엄청 낡았지만 아직 멀쩡히 운행 중이다
긴 역사만큼 가득한 장면들
난간이 굉장히 부실하니 물건이나 사람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조심하자.
지나가다 본 빈집(For sale). 이 정도 뷰면 월세가 얼마 정도 할까.
슬슬 어둑어둑해져 온다.

일몰 시간은 7시 반이었지만, 8시 정도까지는 아직 여명이 남아있다. 가져온 커피를 한잔 마시면서 시간이 흐르기만 기다렸다. 밤이 되면 이곳은 또 어떤 걸 보여줄까.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갔다.


석양이 진다
피츠버그의 야경은 실망을 주지 않았다.
저 유람선도 한번 타봐야겠다.
가져간 렌즈(Sony FE 24-105/F4)는 빛망울이 썩 예쁜 편은 아니었다.



야경을 어느 정도 즐기고, 이제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너무 늦으면 왠지 위험할 것 같아서, 가능하면 매일 9시 전에 숙소에 가려고 노력 중이다. 피츠버그는 미국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 중 하나이지만, 미국에서 안전하다는 기준은 한국과는 좀 다르다.(혼자 밤길을 헤매는 것도 좀 궁상맞기도 하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피츠버그의 풍경을 담고 돌아가는 기분이 썩 나쁘진 않았다.


밤의 미국은 위험하다.
미쿡스러운 뷰
전망대 바로 옆에 기가 막힌 레스토랑이 있었지만.. 언젠가 아내와 함께 오기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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