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캠벨, 실리콘밸리의 위대한 코치>를 읽고
코칭에 대해 서술한 책이지만 내가 그런 코치가 되고 싶다기보다는 그런 리더의 선택을 받는 구성원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건 아마 이미 내 옆에 훌륭한 리더가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훌륭한 리더는 우리 회사의 알버트이다. CEO인 그는 ‘완전히’ 수평적인 문화를 지향한다. 그래서 우리 회사는 직급과 직책이 없다. 영어 이름으로 서로를 부르며 한국식 높임말을 쓰지 않는다.
알버트가 지향하는 수평적 조직 문화는 회의할 때 빛을 발한다. 책에서처럼 가벼운 욕설이 오가기도 하는데, 입사 초반엔 회의 중 욕설에 아주 살짝 놀랐다. 그렇지만 욕설과 함께 분위기가 쉽게 말랑해져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그래서 입사하고 금세 CEO든 CTO든 누구든 나와 다른 의견을 던지면 아뇨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또렷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내 역할에 대한 책임과 애정도 금방 생겼다.
그렇다고 마냥 순탄하지는 않았다. 이런 환경에 적응하던 입사 초반에 나랑 같은 직무인 A와 협업하는 게 매끄럽지 않았다. 일하는 성향도 취향도 세대도 뭣도 다 달랐던 탓인지 뭔지. 아무튼 나는 나대로 내 일만 잘하고 보자는 생각으로 업무에 임했다. 그렇게 1-2개월이 지나고 솟아나는 일 욕심에 주말출근을 하던 어느 일요일이었다. 알버트 자리 주변에서 만원을 주웠다. 슬랙에 만원의 주인을 찾는 글을 올리고 퇴근했다. 다음 날 알버트가 나를 따로 불렀다. 회사는 다닐 만 한지, 일은 괜찮은지, A랑 일하는 건 어떤지 물었다. 마음속에 담아두는 걸 잘 못하는 나는 이때다 싶어 불편함을 느꼈던 것들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알버트는 나의 불편함에 공감해주다가 어제 주운 만원이 자기 돈인 것 같은데, 그 돈으로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사서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고 권했다. 그리고 주말에는 웬만하면 출근하지 말고 쉬라는 말도 덧붙였다. 내가 방향을 잘못 잡았을 때 잔소리만 늘어놓는 어른들만 만나다가 책을 권하는 어른을 만나니 왠지 기분이 좋았다.
이외에도 크고 작은 에피소드를 겪으며 알버트에게 신뢰와 애정이 계속 쌓였다. 지금도 쌓이고 있다. 나는 앞으로 쭉 알버트에게 인정받는 인재이고 싶다. 그러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나에게도 알버트처럼 좋은 리더의 면모가 나타날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