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넷 엄마가 이룬 기적같은 일들
지구반대편 뉴질랜드엔 여자 기안84가 있다.
클린징 폼 대신 샤워 젤로 얼굴을 박박 씻는 그녀,
어디에서나 훌렁 벗고 드러누워 자는 그녀,
남의 시선 따위는 신경 안 쓴다.
그녀의 치명적인 장점은 단순하다는 것.
금붕어급의 단순함은 긍정적인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녀는 벌써 마흔이다.
허옇게 삐져 나온 새치는 머리의 절반을 덮었고,
휑한 정수리와 가르마를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주름은 또 얼마나 자글자글한지.
눈가, 미간, 입가까지, 삼종세트가 따로 없다.
쳐진 가슴, 늘어진 뱃살, 둔탁하게 골고루 자리잡은 나잇살은,
어찌 야속하게도 푸석한 얼굴만 빗겨 나갔다.
그런데 훅 가는 건 외모 뿐만이 아니다.
나이 먹는 것도 그렇다.
“보통 20대에는 20km로, 30대에는 30km로,
40대가 되면 40km로 달린다고 하잖아요?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20대에는 추억이 참 많았는데,
30대가 되고 엄마가 되고 아이를 낳고,
그 이후에 대한 추억은, 사진은, 온통 아이에 대한 것뿐이더라고요.
어느 순간 나는 사라져버린 느낌.”
엄마가 되고 그녀는 사진을 찍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모든 사진은 아이들 위주로 찍었고,
매일 편한 옷에 레깅스를 걸친,
뚱뚱해진 자신을 보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녀는 그게 너무 후회됐다.
유튜브를 시작한 이유 중 하나도 바로 그것이었다.
(유튜브 시작해서 좋은 점)
그녀는 마흔의 자신을 기록할 수 있어 기쁘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크고 작든 자신의 삶의 가치를 위해 노력하는 것,
인생에 의미를 두고 열정적으로 도전하는 것,
결과보다는 과정에서 희열을 느끼는 것.
그녀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깨달았다.
“예전에는 그랬던 것 같아요.
성공의 기준은 좋은 대학, 좋은 직장.
남들만큼 벌어야 되고, 좋은 차 타야 하고, 좋은 옷 입고, 좋은 가방 사고.
보여지는 것에 더 신경을 썼던 삶이었고.
내가 느끼는 행복인데,
행복을 내가 아닌 밖에서 찾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행복할 수가 없었죠.”
산책길에서 반가운 손님을 만났다.
아이들은 동물을 어찌나 좋아하는지,
동물친구를 만날 때마다 올스탑이다.
누군가 보트를 띄운다.
아이들이 그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본다.
그걸 본 아저씨가 아이들에게 선뜻 보트에 앉아보라고 얘기한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었다.
행복할지 불행할지는 결국 마음에 달린 것이었다.
그러나 그땐 몰랐다.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우울했던 순간은 세쌍둥이를 출산한 후였다.
8년 다녔던 회사를 반강제적으로 퇴사를 하면서,
서른셋의 아들 넷 엄마는 경단녀가 되었다.
그동안 쌓아왔던 모든 것,
그동안 믿어왔던 삶에 대한 기준이 허물어지는 순간이었다.
“정말 힘들었어요. 다시 돌아가라고 하면 절대!
그런데 돌이켜보면 제일 힘들었던 게 육체적인 것은 아니었어요.
아들 넷을 혼자 키우는 것보다 더 힘들었던 건,
아무것도 아닌 나를 받아들이는 게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녀의 인생은 다시 백지가 되었다.
그러다 우연히 글을 썼는데 그때 자신이 글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자신의 글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50여군데의 출판사에 직접 투고해서 두 권의 책을 출간했다.
작지만 새로운 것에 부딪힐 수 있다는 게 행복했다.
그리곤 훌쩍 뉴질랜드로 떠났다.
이 곳에서 처음 한 건 봉사활동이었다.
호스피스병원을 지원하는 샵에서 할머니들과 함께 일했다.
나중에 이 인연들은 그녀에게 큰 힘이 되어 주었다.
아들 넷을 홀로 데리고 온 그녀에게,
뉴질랜드 이민성은 6개월동안 학생비자를 내어주지 않았는데,
할머니들이 그녀를 위해 이민성에 편지를 써주고,
국회의원을 찾아가 함께 부탁해주었다.
그렇게 그녀는 기적처럼 비자를 받고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녀는 그렇게 뉴질랜드 유치원 교사가 되었다.
물론 하루에 수십 번씩 기저귀를 갈고 아이들을 케어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러나 이 일이 누군가에겐 보잘것 없이 보일 수 있겠지만,
그녀는 행복하다.
하나하나 작은 것들을 만들며,
자신을 긍정하고 사랑하는,
지금의 삶이 그녀는 훨씬 행복하다.
어느덧 붉은 태양이 저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고 있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은 때가 되면 사라져버린다.
인생은 찰나와 같다.
주말 저녁, 녹초가 된 몸이지만 다시 컴퓨터에 앉는다.
그녀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와준 법무사가,
웨비나에 게스트가 되어달라고 부탁했다.
힘들지만 열심히 준비했다.
받은 만큼 베풀어야 하는 것도 인생이기에.
인생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33살 경단녀가 된 아들 넷 엄마는 절망스러웠다.
보잘 것 없는 자신이 초라했다.
그러나 돌이켜보니 그 시간은 의미 없지 않았다.
삶을 더 깊고 빛나게 만들어 주었던 시간이었다.
인생에 쓸모 없는 시간은 없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우리의 미래는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다.
그렇기에 삶이 지우는 어려움 안에서도 흔들리지 않기를.
나를 긍정하고 사랑할 수 있기를…
아직도 어려워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건 알겠어요.
오늘이 우리 인생에 가장 젊은 날이라는 것.